<칼럼>경중과 위법 사실 규명도 하기전에 조세포탈범으로 집단 매도
요즘 폭로, 폭로, 폭로가 판치고 있습니다.
우선 뉴스타파 세상입니다. 해직언론인이 모여서 만들었다는 뉴스타파가 요즘 정의의 화신인양 각광받고 있습니다.
조세피난처에 법인이나 금융계좌를 갖고 있는 기업인과 기업인들을 2차례에 걸쳐 폭로했습니다. 31일에는 세 번째로 기업인리스트를 내놓는다고 합니다. 재계를 긴장시키고 있습니다.
뉴스타파는 폭로 전부터 이름만 대면 알만한 재벌총수와 기업인들이 있을 것이라고 사전에 시사하면서 언론의 폭발적 관심을 끌었습니다.
물론 그동안의 리스트에 따르면 일부 재벌총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나머지는 대부분 대기업을 떠난 전직 임원들이 대부분입니다.
중견그룹인 한진해운 최은영 회장, OCI 이수영 회장(전 경총회장) 정도가 눈에 띄는 정도일가요.
최 회장은 조용민 전 한진해운 대표와 함께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했다고 합니다. 최 회장과 조 전대표가 5만주(주당 1달러, 5만달러 해당)를 각각 90%, 10%씩 지분을 나눠 취득했다고 합니다. 한진해운측은 법인설립은 맞지만 이미 정리한 계좌여서 문제될 게 없다고 해명했습니다.
OCI그룹도 이수영 회장이 미국법인의 이사회의장 자격으로 받은 급여 100만달러를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의 금융계좌에 예치했다가 2010년에 폐쇄한 후 미국 은행으로 입금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뉴스타파는 대단한 일을 한 것처럼 의기양양한 것 같습니다. 재벌과 총수, 기업인들의 조세비리나 탈세 의혹을 드러내서 정부, 정치권, 언론, 시민단체의 주목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조세피난처란 말에는 부정적이고, 음습한 이미지가 떠오르게 만듭니다. ‘세금없는 천국’이라는 말처럼 세금 한푼 안내고 조세피난처로 돈을 빼돌려서 탈세한다는 것을 연상시킵니다.
조세포탈을 목적으로 조세피난처에 법인을 만들어 금융계좌를 운용한다면 엄한 처벌을 받아야합니다. 굳이 경제민주화라는 말을 꺼낼 필요도 없습니다. 납세의무를 저버리고, 탈루를 노리고 세금없는 천국에 금융계좌를 만든다면 국민정서도 용납하지 않을 겁니다.
마침 우리 정부를 비롯해 미국 영국 유럽연합 등은 조세피난처 금융계좌에 대한 정보공유를 통해 지하경제를 색출하고, 세금추징하는 데 노력중입니다.
하지만 뉴스타파의 폭로릴레이는 걱정이 앞섭니다. 폭로대상이 된 대기업이나 기업인들은 엄청난 조세포탈범인양 비칠 수도 있습니다.
조세피난처에 법인을 세우고, 금융계좌를 트는 것은 정상적인 경영활동의 일환일 수도 있습니다. 신속한 인수합병이나, 신사업 진출등을 위해선 불가피한 경우도 있습니다. 해외법인이 있는 곳의 금융 및 토지규제 등이 심한 경우에 조세피난처를 이용해 거래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조선 해운 등의 경우 선박을 발주하는 선주들의 요청에 따라 조세피난처에 계좌를 개설하기도 합니다. 합작사업의 경우에도 절차가 간편한 이곳을 이용하곤 합니다. 재계에선 흔히 있는 비즈니스 일환입니다.
요컨대 조세피난처에 계좌를 갖고 있다고 해서 부도덕한 기업 및 기업인이고, 세금을 안내는 탈세범이라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미국의 구글 애플 등 다국적기업들 대부분이 조세피난처에 수백개의 법인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삼성 현대차 등 대부분의 기업들이 이런 곳에 법인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들 기업들은 대부분 재무제표 등 경영활동을 공개합니다.
이런 현실을 감안하면 옥석을 구분해야 합니다. 폭로가 보석과 돌을 모두 불태우는 우를 범해선 안됩니다.
뉴스타파가 폭로한 최은영 회장의 경우 법인이 겨우 5만달러에 불과합니다. 중견재벌 총수가 비자금을 조성한 후 해외로 빼돌려서 세금을 안내려고 했다면 겨우 5만달러만 예치했을까요?
이수영 회장도 100만달러를 예치했다가 미국 은행으로 계좌를 이체했는데, 계좌 당시 보유주식의 시가총액이 1조원이나 됐다고 합니다.
조세피난처를 통한 세금포탈의혹은 국세청에서 조사를 한다고 합니다. 철저히 가려서 진실을 밝혀야 합니다.
걱정도 앞섭니다. 위법사실이 아직 드러난 것도 아닌데, 리스트 공개가 마치 해당기업이나 기업인들은 무슨 심각한 범법자, 세금 횡령범인양 비쳐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대중의 관음증을 만족시키는 것은 아닌지도 우려됩니다. 범법 사실이 드러나지 않았는데도 무차별 폭로하는 것은 개인정보보호법에 어긋날 소지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폭로언론에 대해 언론이나 우리국민들이 지나친 관심을 갖는 것은 아닌지도 따져봐야 합니다.
공연히 반기업 정서를 부채질하는 폭로매체에 대해 과잉대접하는 것은 아닌지 씁쓸합니다.
기업들도 변해야합니다. 모든 공개가 투명한 21세기 디지털시대에 오해를 받거나, 반기업정서를 유발할 수 있는 거래는 하지 않는 게 상책입니다. 과거와 같은 비자금 조성이나 해외재산 빼돌리기 등은 이제 안통하기 때문입니다. 투명경영, 정도경영, 신뢰경영만이 이제 고객의 사랑을 받아 영생할 수 있습니다. 뉴스타파 같은 폭로매체에 희생당할 가능성도 없습니다.
다음은 또다른 희생양이 있습니다. CJ그룹입니다.
요즘 아침에 조간신문을 받아볼 때마다 CJ그룹 비자금조성과 탈세, 시세조종 및 미공개정보를 통한 주가조작, 편법 경영권 승계, 미술품 위장 및 허위거래를 통한 비자금 조성 등이 비중있게 다뤄지고 있습니다.
검찰의 CJ그룹에 대한 압수수색으로 시작된 수사는 국세청, 금융감독원 등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특정재벌에 대해 이렇게 융단폭격이 이뤄진 것은 매우 이례적이지 않나 싶습니다.
수사의 초점은 이재현 회장일가의 불법적인 비자금 조성과 계열사 주가조작, 재산의 해외빼돌리기를 통한 조세포탈 및 탈루, 이회장 자녀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일감몰아주기여부 등에 맞춰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지금 신문과 방송의 보도내용만 보면 CJ는 부도덕하고, 파렴치한 기업집단으로 비쳐지고 있습니다.
CJ의 불법여부는 검찰의 엄정한 수사를 통해 밝혀져야 할 것입니다. 비자금 조성 등 위법행위나 탈루, 시세조종, 편법 경영권 승계 등은 명명백백하게 밝혀져야 할 것입니다.
투명하지 않은 경영권 승계나 소위 검은 머리를 이용한 주가조작, 이를 통한 세금탈루 등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무거운 처벌을 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요즘 언론에 보도되는 것은 의혹수준의 이야기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예컨대 무기명 채권을 통해 자녀들에게 700억원을 증여했다는 보도를 봅시다. 검찰에서도 무기명채권 매입과 증여는 별 문제가 안된다고 해명한 바 있습니다. 무기명 채권은 외환위기 이후 정부가 지하자금의 양성화와 기업 구조조정 촉진을 위해 일부러 허용한 바 있습니다.
돈의 출처에 꼬리표를 붙이지 않음으로써 지하에 있는 자금을 지상으로 나오게 만들게 하는 게 무기명 채권의 특징입니다. 그래서 당시 돈있는 사람들이 무기명채권을 많이 매입한 바 있습니다. CJ오너일가도 무기명채권을 대기 매입해서 자녀에게 증여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도 일부 언론에선 무기명 채권 매입이 큰 범죄나 위법 행위인양 대서특필하고 있습니다.
CJ가 박근혜정부의 첫 희생양이 된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 것 같습니다. 새정부의 경제민주화 기조에 부응하는 것이 첫 번째 의도로 보입니다. 재벌비리에 대해 엄단할 경우 국민들로부터 박수를 받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는 것 같습니다.
여기에 검찰의 위상회복입니다. 검찰은 이명박 정부 후반기부터 망신창이가 됐습니다. 성추문 검사와 김학의 전 법무차간의 별장에서의 성접대의혹, 거액의 뇌물 검사사건 등으로 국민적 신뢰가 많이 떨어졌습니다. 급기야 대검 중수부가 폐지되는 등 수모를 당했습니다. 이참에 의혹이 있는 재벌을 손보면서 경제민주화에 화답하고, 무너진 검찰의 자존심도 다시 세우려는 것도 있지 않나 싶습니다.
여기에 고려대출신에 대한 표적사정설도 거론됩니다. 전정권 실세들에 대한 손보기가 대표적입니다. 이명박 전대통령 시절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을 비롯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 곽영준 전 미래기획위원장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이들은 한결같이 고려대 출신인 점이 공통적입니다.
이회장도 고려대 동문. 이 회장이 공교롭게 2008년 세무조사 때 천신일 회장에게 세무조사 무마를 선처했다는 루머도 나돕니다. CJ가 혹독한 시련을 당하는 데는 이같은 전정권 제거작업이라는 음모와 연관돼 있다는 그럴듯한 입방아들도 퍼지고 있기도 합니다. 검찰에선 이같은 음모설을 부인하고 있지만, 그럴듯한 이야기는 계속 번지고 있습니다.
검찰은 신속한 수사, 스마트한 수사로 환부를 도려내는 각오로 CJ에 대해 수사를 진행해야 할 것입니다. 시간을 질질끄는 마녀사냥식의 수사는 부작용만 유발할 것입니다. 수사를 받은 해당그룹이나 총수에게도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위축시키고, 해외사업등도 커다란 차질을 빚게 할 것입니다. 투자나 일자리창출을 위한 경영활동을 하도록 해줘야 할 것입니다.
종이신문들의 과도한 반응도 좋아보이지는 않습니다. 조중동 등 소위 메이저언론들은 검찰의 압수수색이후 주요면을 할애하면서 CJ그룹 총수일가와 그룹계열사의 각종 비자금의혹과 탈루혐의등에 대해 융단폭격식 취재와 보도를 하고 있습니다.
모 신문은 그룹의 일부 중역들이 아직 검찰에 소환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검찰에 소환돼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았다는 식으로 보도했습니다. 조중동의 이례적인 취재는 종편과 관련이 있지 않나 싶습니다. CJ그룹은 케이블방송가의 메이저입니다. 18개의 채널을 갖고 있는 강자입니다. 수백만가구를 가입자로 갖고 있는 슈퍼 MSO이기도 합니다.
CJ가 운영하는 tvN 등은 시청률이 지상파방송에 육박합니다. 그룹의 자금력도 탄탄하고, 향후 방송사업에 대규모 투자가 가능한 것도 종편으로선 위협적인 일입니다.
종편을 운영하는 조중동으로선 케이블의 강자인 CJ의 힘을 약화시킬 필요가 있다는 전략적 판단을 했을 수 있습니다. 지금 종편은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과 연예 오락 케이블방송의 유사보도 논란등이 현안입니다. 이들 사안들은 대부분 CJ그룹 계열 케이블이 타깃이 되고 있습니다.
종편으로선 CJ의 방송사업의 이빨을 빼는 것이 향후 종편의 시장점유율 확대에 유리할 수도 있다고 판단하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기자 개인의 추측입니다. 조중동에선 펄쩍 뛰겠죠. CJ그룹에 대한 보도는 엄격한 취재를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하겠죠. 저도 그렇게 믿고 싶습니다.
정부도 대기업을 압박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대기업들이 투자하지 않고 쌓아둔 돈이 수십조원이 됩니다. 박 대통령은 재계에 돈을 쌓아두지 말고, 투자해서 일자리를 창출하라고 당부한 적이 있습니다. 골목상권침해논란이 큰 내수대기업들에게 경고의 사인을 보내는 측면도 강한 것으로 보입니다. CJ는 제과 제빵, 식음료, 음식점, 커피점 등을 대규모로 운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CJ수사는 이런 점에서 재계로 하여금 투자와 경제활성화, 경제민주화에 앞장설 것을 촉구하는 시그널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또 청와대가 윤창중 파문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들의 관심을 돌리는데도 안성맞춤아닐까요?
공교롭게 최근 삼성 현대차 LG SK GS그룹등이 잇따라 조단위 기술재단 설립,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내부거래 물량 축소 및 대중기 개방등을 통해 새정부의 창조경제와 경제민주화조치에 화답하는 카드를 경쟁적으로 내놓았습니다.
의혹 부풀리기식의 폭로는 순기능도 있지만, 부작용도 적지않습니다.
언론의 과도한 비리의혹 보도경쟁도 정도언론의 길을 걷는 것 같지 않습니다. 언론사의 의도가 담긴 편향적인 보도는 없는지도 따져봐야 합니다.
검찰이나 국세청 등 사정당국은 이번에 문제가 된 기업과 기업인에 대해 엄정한 수사와 조사를 통해 진실을 밝혀야 할 것입니다. 비리나 위법, 탈세가 드러나면 법에 따라 엄격하게 처벌하면 됩니다.
하지만 언론의 과도한 마녀사냥식의 보도나 의혹부풀리기식의 수사, 정치적 고려에서 비롯된 수사가능성은 없는지 우리 모두 점검해봐야 할 것입니다.
지금 우리경제는 만산창이입니다. 8분기째 0% 저성장에 허덕이고 있습니다.
살얼음판을 걷는 우리경제는 불가피하게 대기업들이 총대를 매야 합니다. 투자와 일자리창출, 경제회복의 견인차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 경제민주화 열풍속에 재계가 무차별 난도질당하는 것은 아닌지도 걱정됩니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도 안되지만, 유전중죄의 여론몰이나 포퓰리즘도 안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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