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찬규 물세례’ 보다 씁쓸한 꼬투리 잡기
과도한 감정대응과 말꼬리 잡고 늘어지기
선수협의회도 오버액션 거둬들여야
지난 주말부터 프로야구는 오직 한 가지 주제로 치열한 논쟁을 벌이고 있다.
프로야구의 발전이나 한국 야구가 어떻게 나아가야할 방향에 대한 논쟁이 아니다. 바로 '임찬규 논란'과 관련한 꼬투리 잡기 싸움이다. 어린 선수의 치기 어린 해프닝에 어린 아이처럼 말싸움이나 하고 있다.
'임찬규 논란'이 왜 일어났고 지금까지 논쟁이 어떻게 진행됐는지는 모두가 잘 알고 지켜봤다. 하지만 잘잘못을 따지기 위해서는 다시 처음으로 거슬러 올라갈 필요가 있다.
논란은 지난 26일 임찬규가 수훈선수(정의윤) 인터뷰 과정에서 물세례 세리머니를 하면서 일어났다. KBS N 스포츠 정인영 아나운서가 수훈선수와 인터뷰하는 과정에서 임찬규가 물을 끼얹은 것. 임찬규는 이전에도 TV 인터뷰 과정에서 물을 뿌리고 도망간 적이 있다. 이미 해당 방송사에서 구단 측에 항의한 적이 있고 임찬규 소속팀 LG는 이미 한 차례 주의를 준 적이 있다고 한다.
우선 1차적인 잘못은 임찬규와 함께 이를 시킨 것으로 알려진 이병규에게 있다. 주장이 시키는데 어린 선수가 "못하겠어요"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물론 시켰다고 해서 줏대 없이 한 임찬규에게도 당연히 잘못이 있다.
KBS N 스포츠에서 발끈한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그런데 발끈하는 과정에서 상대의 자존심을 건드린 것은 분명 잘못된 행동이다. 그저 "정식 사과와 함께 재발방지 약속이 없으면 LG와 인터뷰는 없을 것"이라고 보이콧만 선언했으면 됐다.
그런데 거기서 '인성' 운운하며 자존심을 건드렸다. 서로 말싸움을 하거나 한쪽에서 일방적으로 꾸지람을 하는데 상대방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것은 더 큰 화를 일으킬 뿐이다. 여기에 KBS N 스포츠의 모회사 KBS 야구 담당 한성윤 기자가 마치 선수들을 '못 배운 놈들'인양 치부했으니 반발심만 일으켰다.
사람은 감정과 이성을 동시에 갖고 있는 동물이다. KBS N 스포츠와 KBS 기자가 이성의 면에서 조금 더 점잖게 꾸짖었다면 하는 아쉬움은 분명 있다. 감정을 앞세운 것은 분명 잘못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 잘못을 꼬투리 삼아 오히려 역공을 펼치는 것은 '적반하장'이 아닐 수 없다.
엄연히 일차적인 잘못과 사건의 발단은 어디까지나 선수 측에 있다. 잘못을 했기 때문에 '꾸지람'을 받는 입장에서 선수협의회가 "인성 운운하고 야구 선수 전체를 모독한 기자의 퇴출을 원한다"는 성명을 내놓은 것은 마치 "제가 먼저 잘못을 하긴 했는데요. 저 애도 제 자존심을 건드렸어요. 쟤가 먼저 사과하기 전에는 저도 사과 못하겠어요"라고 생떼를 부리는 것처럼 보인다.
물론 LG 구단과 선수는 일단 사과의 제스처를 보냈다. 김기태 감독도 '모두 내 잘못'이라며 진심으로 용서를 구했다. 상대방으로부터 자존심이 상하는 얘기를 듣고 모욕을 들었더라도 사건의 발단은 역시 선수였기에 선수의 대표기구인 선수협의회 역시 꾹 참고 자중하는 자세를 보였어야만 했다.
다소 감정에 치우친 말을 한 KBS N 스포츠 측과 해당 기자는 일단 사과의 제스처를 취했다. 그렇다면 선수협의회 역시 해당 기자의 퇴출 요구 같은 '오버 액션'을 거둬들여야 한다. 과연 팬들이 누구를 향해 더 손가락 짓을 하며 혀를 끌끌 차고 있는지 선수협의회가 깨우치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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