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노에 휘둘리는 민주당 지도부 '전략이 뭐야?'
정치권 "NLL-국정원 별개 사안을 함께 하다보니...전략 부재"
김현·진선미 민주당 의원의 국가정보원(국정원)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위원직 사퇴가 꼬일대로 꼬인 민주당의 난제를 해결할 실마리가 될지 주목된다.
민주당은 국정원 정치·대선 개입 의혹 사건으로 국정 주도권을 잡았지만, 뒤이어 서해NLL(북방한계선) 논란,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열람 및 공개 문제, 국정원 국조 위원 제척문제 및 막말·대선 불복종 논란으로 이제까지 ‘산 넘어 산’식의 행보를 해왔다.
전문가들은 이중 최근 가장 쟁점이 됐던 국조 위원 제척문제가 해결되긴 했지만, 민주당이 새누리당에 맞서 국정운영의 주도권을 쥘 수 있을 지에 대해선 회의적이다. 특히 전문가들은 친노(친노무현)계와 민주당 지도부 간 ‘동상이몽’을 깨야 한다는데 입을 모으고 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친노계는 NLL문제로 당내에서 자리를 잡고, 이후 포문을 박근혜 대통령과 고 박정희 전 대통령에게 돌려 야권의 대표성을 가지려 한다”며 “이런 인식을 당 안팎으로 심게 되면 내년 6월 지방선거 등에서 자기 사람을 심을 수 있는 확률도 높아진다”고 분석했다.
그는 그러면서 “지도부와 친노의 생각을 구분해야 한다”며 “현 상황에 대해 지도부는 어쩔 줄 몰라 하고 빠져나오려고 한다”고 언급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 또한 “현 상황은 친노 부활이 보이는 반면, 민주당에 기대한 당 혁신 동력은 소진된 분위기”라며 “이런 상황에서 당의 해결 실마리는 정파에 따라 달라질 것 같다. 친노 입장은 이대로 치고 나가 박근혜 정권과 부딪쳐 혁신의 주도권을 갖고, ‘김한길 지도부’는 친노에 대한 브레이크를 거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그는 “현안이 김한길 대표 중심으로 가야 하는데 NLL, 국조 문제 등 현재 여야 관계가 그렇게 가지 않는 게 딜레마”라고도 짚었다.
김미현 서울마케팅리서치 소장도 “친노가 가만히 있겠느냐”며 “칼을 뺐는데 무라도 베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소장은 또 현 상황에 대해 “민주당이 난제를 해결하기에 애매모호한 상황”이라며 “엄격하게 보면 NLL과 국정원 사건은 별개지만, 민주당이 두 개를 동시에 진행하다 보니 두 가지가 연결되는 듯한 인상을 줘 두 개가 한 개로 덮이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정희 한국외대 교수는 “민주당은 정도를 쫓아야한다”면서 “스스로 공개적으로 얘기하기는 어렵겠지만, 잘못한 게 있다면 의원총회 같은 곳에서 ‘앞으로 다시는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겠다’는 다짐 같은 것을 한다면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국정원 국조, 재개됐지만…잊을만하면 터져 나오는 '막말 논란'은?
더군다나 국조가 어렵사리 정상화되기는 했지만, 국조의 범위, 증인 채택, 국조의 공개여부 등이 제대로 합의되지 않은 만큼 언제든지 파행될 가능성은 안고 있는 상태다.
국조가 재개된 17일 여야 간사인 권성동 새누리당-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이와 관련, 브리핑을 갖고 전반적인 여야 합의 상황을 밝혔다.
우선 민주당은 국조의 범위에 있어 지난 대선 당시 새누리당이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사전 입수했다는 의혹을 포함시켜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새누리당은 대화록 사전 입수 부분은 여야 합의 사항이 아닌 별개의 문제라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가장 의견 충돌이 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증인 채택 문제에 대해선 새누리당이 91명, 민주당은 117명을 요구했으며, 증인의 ‘명예’를 고려해 확정된 증인들만 추후 명단을 공개키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구속 상태이기는 하나 증인 채택이 가능하다고 했지만, 권 의원이 “출석 여부는 본인이 결정할 것이고, 불출석 한다고 고발대상이 되는지는 봐야 한다”고 덧붙이면서 여야 간 묘한 신경전을 암시하기도 했다.
특히 여야는 원 전 원장과 국정원 전·현직 의원,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 등을 증인으로 채택한다는데 특별한 견해차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각 당이 주장하는 조사 범위에 맞춘 증인을 요구하거나 ‘흠집내기식’ 증인 채택을 요구하면서 이견이 나온다.
민주당은 ‘대화록 사전 입수 의혹’의 연장선상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과 권영세 주중대사,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 등의 증인 채택을 추진하고 있으며, 새누리당은 이에 지난 대선 당시 민주당 후보였던 문재인 의원을 증인으로 채택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이외에도 ‘국정원 여직원 인권침해’ 문제를 두고 김·진 의원, ‘국정원 직원 매관매직’ 의혹 사건의 배후로 지목된 김부겸 전 의원을 증인으로 세워야 한다고 하고 있다.
두 의원은 또 “오는 18일 오전 10시 30분 국조특위를 개의해 기관보고 일정 및 대상기관 등을 의결키로 했다. 기관보고 대상은 24일 법무부, 25일 경찰청, 국정원”이라고 전하면서 공개 여부를 두고 견해차를 보였다.
권 의원은 국정원 보고와 관련, 국가기밀보호차원에서 비공개를 주장했고, 정 의원은 국가 안보와 관계없이 범죄사실에 대한 진실을 확인해야 하는 만큼 국조에 따라 공개돼야 한다고 말했다. 권 의원은 이에 대해 “26일 이전까지 공개여부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국정원 기관보고는 순연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민주당에 걸림돌인 것은 잊을만하면 터져 나오는 ‘막말·대선 불복종 논란’이다. 김 대표는 17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입조심’을 당부했지만, 곧바로 이날 오후 임내현 의원의 ‘성적(性的) 농담’이 논란의 도마 위에 올랐다. 앞서 신경민·추미애·홍익표·김경협·이해찬 의원 등이 ‘막말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한편, 민주당은 여전히 국정원 사건에서 정국 주도권을 찾으려는 모습이다.
당 관계자는 “현재 민주당은 박 대통령이 국정원 사건을 놓고 당위성만 강조하지 말고,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를 표방하는 것”이라며 “‘비가 많이 와 둑이 터질 것 같다’고 경고를 해주는 사람에게 ‘너 시끄러우니 입 다물고 있어’라고 하면 할 말이 없는 게 아니냐”고 반문했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