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일본에 충격패’ 안방 굴욕 언제까지
최근 홈 4경기 연속 무승..안방불패 믿음 무너져
주먹감자·전범기 치욕까지 경험, 축구팬 상처 깊어
아시아 무대, 그것도 안방에서조차 더 이상 상대를 두렵게 만드는 호랑이가 아니다.
한국축구의 '안방 굴욕사'가 축구팬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한국은 전통적으로 홈에서 유난히 강했다. 2002 한일월드컵에선 당당히 4강 신화를 창조했고, 이후 어떤 세계적인 강호들을 만나도 홈에서는 좀처럼 쉽게 지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안방불패'에 대한 믿음이 무너지고 있다. 최강희 감독이 이끌던 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예선 최종전인 이란전부터 홍명보 감독이 지휘봉을 물려받은 2013 동아시안컵까지, 대표팀은 최근 홈 4경기 연속 무승(2무 2패)에 허덕이고 있다.
아시아 무대에서 한국축구의 대표적인 라이벌로 꼽히던 이란과 일본을 상대로 안방에서 일격을 당했다는 사실은 뼈아프다. 최강희호는 월드컵 최종예선 이란을 상대로 홈과 원정에서 두 번 모두 무너져 월드컵 탈락위기까지 몰렸다. 본선출정식을 겸한 최종전에서 어이없는 일격을 당하며 8회 연속 본선행에 대한 축제 분위기에도 찬물을 끼얹었다.
홍명보 감독도 A대표팀 감독을 맡고 처음 치른 동아시안컵과 한일전에서 쓴맛을 봤다. 지난해 8월 삿포로에서 열린 평가전에서는 37년 만에 치욕적인 3골차(0-3) 완패를 당했던 대표팀은 1년 만의 재대결에서 설욕을 노렸으나, 홈에서 고배를 들며 홍명보호의 첫 출항무대인 동아시안컵을 결국 굴욕적인 무승으로 마쳤다.
전통의 라이벌들에게 안방서 당한 패배는 단순히 경기결과 뿐만 아니라 한국축구의 '자존심'에 상처를 남겼다. 이란전 패배 당시 이란 대표팀과 언론은 도를 넘어선 비매너 행위와 도발로 한국축구를 모욕했다. 카를로스 퀘이로스 이란 감독은 최강희 감독의 얼굴을 그려넣은 티셔츠를 입도 한국대표팀을 조롱했고, 경기에서 이긴 이후에는 한국 벤치를 향해 주먹감자를 날리기도 했다.
한일전에서는 경기 중 일본 관중이 전범기를 흔드는 상식밖에 행동을 저지르다가 관계자들에게 제지를 당하기도 했다. 축구대표팀 공식서포터즈인 붉은 악마는 일본의 역사왜곡에 항의하는 걸개를 내걸려다가 정치적 갈등을 우려한 축구협회의 제지로 무산되면서 경기 중 공식응원을 보이콧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이래저래 안방에서 경기도 지고 체면까지 구긴 모양새가 되면서 축구팬들은 배로 상처를 받았다.
물론 한국축구엔 2014년 브라질월드컵이라는 더 큰 목표가 있다. 하지만 굳이 타이틀이 걸려있지 않더라도 홈경기와 라이벌전에서 지켜야할 명예란 게 있다. 거듭된 패배와 부진의 아픈 경험을 결코 잊지 말아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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