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 고객유인 ‘벤츠’…공정위, 과징금 112억3900만원

김지현 기자 (kjh@dailian.co.kr)

입력 2026.03.10 12:00  수정 2026.03.10 12:01

공정위, 벤츠코리아·독일 본사 검찰 고발

EQE·EQS 전기차에 파라시스 셀 탑재 은폐

딜러사에 CATL 탑재 판매지침 배포해

공정거래위원회.ⓒ연합뉴스

공정거래위원회가 메르세데스 벤츠(이하 벤츠)의 부당 고객유인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 과징금 112억3900만원을 부과하고 벤츠코리아와 독일 본사를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10일 공정위에 따르면 벤츠는 EQE·EQS 전기차 상당수 모델에 파라시스(Farasis) 배터리 셀이 탑재됐음에도 이를 누락·은폐한채, 모든 전기차량에 세계 1위 배터리 셀 제조사인 CATL 제품이 탑재되는 것처럼 차량 판매지침을 만들어 딜러사들에게 배포, 판매 영업 시 활용하게 해 소비자를 기만한 혐의다.


EQ Sales Playbook의 배터리 셀 제조사 관련 부분.ⓒ공정거래위원회

공정위 조사 결과, 벤츠는 자신과 제휴한 딜러사들이 차량 판매 영업 시 활용할 수 있도록 지난 2023년 6월 벤츠 EQE·EQS에 탑재되는 배터리 셀 제조사 등 주요 정보를 담은 해당 사건 판매지침을 제작·배포했는데, 해당 판매지침에 파라시스 배터리 셀 탑재 사실은 누락·은폐하고, 모든 차량에 CATL 배터리 셀이 탑재된 것처럼 기재, 딜러사에 배포한 것으로 파악됐다.


CATL은 전세계 배터리 셀 점유율 1위 사업자로, 파라시스에 비해 점유율·인지도·기술력 등에서 압도적인 우위을 점하고 있다.


파라시스의 경우 지난 2022년 벤츠 EQ 전기차 국내 출시 직전인 2021년 3월 중국에서 배터리 화재 위험으로 대규모 리콜된 이력이 있으며 국내시장에서는 해당 사건 벤츠 차량에만 파라시스 배터리 셀이 탑재돼 있다.


판매지침의 세부내용을 보면 파라시스 배터리 셀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이 ‘(벤츠가) CATL을 선택한 이유’, ‘업계 최고의 기술력’, ‘전세계 시장점유율 1위’ 등 CATL 배터리 셀의 우수성·장점만 기재돼 있었다. 또 배터리 셀 제조사 관련 소비자 질의에는 CATL 배터리 셀의 우수성을 강조해 차량판매 영업을 하라고 딜러사에게 안내하기도 했다.


그러나 해당 판매지침과 달리 당시 출시된 EQE 차량 6개 모델 중 4개 모델, EQS 차량 7개 모델 중 1개 모델에는 파라시스 배터리 셀이 탑재돼 있었고 벤츠코리아 및 독일 본사는 파라시스 배터리 셀 탑재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이를 판매지침에 은폐·누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벤츠코리아는 2021년 5월 독일 본사로부터 차종별 배터리 셀 제조사에 대한 교육자료를 전달받아 파라시스 배터리 셀 탑재 사실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한편, 배터리 셀은 전기차의 성능·안전성과 직결되는 핵심부품으로 배터리 셀 제조사 정보는 소비자들의 전기차 구매에 중요한 요소다.


벤츠 내부 자료에 따르면 당초 사건 판매지침의 주요 제작 목적에는 주행거리, 화재 안전성 등 배터리 관련 사항에 대한 소비자 불안을 해소하는 것이 있었다.


더불어 벤츠코리아는 해당 사건 판매지침 작성 과정에서 딜러사들을 상대로 가장 답변하기 어려운 소비자 질문이 무엇인지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했는데, 설문에 응답한 딜러사 직원 46명 중 15명이 배터리 셀 제조사 정보가 가장 중요하다고 답변하기도 했다.


이후 벤츠코리아는 사건 판매지침을 딜러사에 전파하고 고객 영업시 적극 활용하도록 지시했으며 나아가 딜러사 공식 교육자료로 활용하기까지 했다.


딜러사는 벤츠코리아와 체결한 딜러쉽 계약에 따라 벤츠가 제공하는 교육을 이수할 의무가 있으며 벤츠에서 정한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광고·보물을 임의로 사용하는 것 역시 금지돼 있다.


실제 딜러사들은 파라시스 배터리 셀 탑재 사실을 전혀 모른 채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CATL 제품이 탑재된 것으로 안내하면서 차량 판매 영업을 했다.


소비자 역시 딜러사의 설명·안내만 믿고 자신이 구매한 차량에 파라시스 배터리 셀이 탑재된 사실을 전혀 모른 채 CATL 배터리 셀이 탑재된 것으로 오인, 차량을 구매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사건 법 위반 기간 동안 파라시스 배터리 셀이 탑재된 차량은 약 3000대 판매됐고 판매금액은 약 281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법 위반 기간은 2023년 6월 8일부터 차종별 배터리 셀 제조사를 공개한 2024년 8월 13일까지다.


공정위는 벤츠의 이러한 행위가 자사 상품을 실제보다 현저히 우량한 것으로 소비자를 오인시켜 경쟁사업자의 고객을 자기와 거래하도록 유인한 행위로 판단했다.


특히 사건 판매지침을 제작·배포한 벤츠코리아가 EQE·EQS 차량에 파라시스 배터리 셀이 탑재됨을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누락·은폐했다는 점에서 부당한 고객유인 행위의 법 위반 유형 중 위계에 의한 부당한 고객유인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및 독일 본사에 시정명령을 부과하는 한편, 이 사건 위반 행위로 피해를 입은 차주들이 자신들의 권익구제를 위한 법적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벤츠가 공정위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았다는 사실을 언론에 공표하는 내용의 공표명령도 함께 부과했다.


또 현행 법령상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해서는 관련 매출액의 최대 4%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는데 이 사건의 경우 국민의 생명·안전과 관련이 큰 전기차 배터리 셀 제조사 정보를 은폐·누락한 점을 고려해 최대 부과기준율인 4%를 적용,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정위는 “이번 조치는 자동차 제조·판매업자가 전기차 배터리 셀 제조사 정보를 누락·은폐하는 방식으로 소비자를 기만한 행위를 제재한 첫 사례”라며 “소비자와의 접점에서 차량판매 영업을 하는 딜러사를 사실상 수단·도구로 삼아 소비자를 기만하는 경우에도 그 자동차 제조·판매업자가 부당한 고객유인 행위의 주체에 해당함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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