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감독 사전에 ‘선수 탓’ 없다
“선수 평가 하지 않겠다” 일관된 원칙 지켜
선수 존중과 공정한 대우..팀워크 다지는 길
홍명보 감독이 대표팀 사령탑으로 취임하면서 가장 달라진 부분은 바로 '선수평가'가 거의 사라졌다는 점이다.
팀을 이끄는 수장이 지도하는 선수들의 기량과 활약상을 평가하는 것은 흔한 일이다. 하지만 자칫 조금이라도 취지가 어긋나거나 분위기에 휩쓸리면 공연히 설화에 오를 수 있다. 실제로 역대 대표팀 감독들이 선수에 대한 경솔한 발언으로 논란에 휩싸이며 뭇매를 맞기도 했다.
홍명보 감독은 취임과 동시에 분명한 원칙을 밝혔다. "선수 각자에 대한 개별적인 평가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 이것은 청소년과 올림픽대표팀 지휘봉을 거치면서 일관되게 유지해온 홍명보 감독의 소신이기도 하다.
홍명보 감독은 언론 앞에서 선수의 장단점에 대한 시시콜콜한 언급을 거의 하지 않는다. 설령 해당 경기에서 부진했다 해도 직접적으로 비판하거나 책임을 돌리는 일이 거의 없다.
실수에 대해서는 아예 거론하지 않는다. 그나마 칭찬할 부분이 있을 때만 간략하게 언급하는 식이다. 선수를 사제관계나 아랫사람으로 인식하는 게 아니라 그라운드에서 호흡하는 동등한 파트너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홍명보 감독은 지난 14일 페루전을 마치고 총평하는 과정에서 가장 먼저 "선수들의 활약에 아무런 불만이 없다"고 만족을 표했다. 고질적인 골 결정력 문제에 대한 아쉬움에 대해서도 "A매치 데뷔한 선수들도 많았고, 2선에서 새로운 선수들이 많이 뛰었는데도 연습 때 준비한대로 좋은 움직임을 보여줬다"며 먼저 선수들을 칭찬했다.
유럽파들 중용 여부에 대한 관심에 대해서도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페루전까지 무득점에 그치며 대표팀에 유럽파의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질 수밖에 없는 분위기다. 홍명보 감독은 페루전 이후 독일과 영국으로 유럽파 선수들을 점검하기 위해 해외 출장을 나갈 예정이다.
그러나 홍명보 감독은 "대표팀 감독으로서 해외에서 활약하는 꾸준히 선수들을 지켜보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관심을 모았던 손흥민이나 박주영에 대해서도 "특정선수만 보러가는 게 아니다"며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다. 홍명보 감독의 신중한 반응은 페루전에서 활약한 국내파 선수들의 입장과 사기 또한 고려한 대목으로 해석했다.
홍명보 감독은 페루전을 앞두고 기자회견 당시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결과로서 팬들을 만족시키는 것보다도, 선수들과의 신뢰 구축"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강한 팀은 선수 개개인이 아니라 팀워크에서 나온다. 감독으로서 먼저 선수들의 입장을 존중하고, 외부의 평가나 여론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이 팀 결속력을 높이는 길이라는 게 홍명보 감독이 생각하는 원칙이다. 태극마크를 단 모든 선수를 존중하고 공정하게 대우하겠다는 홍명보 감독에게서 '선수에 대한 평가'를 듣기가 어려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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