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변함없다. 아르센 벵거 감독과 아스날 위기론은 벌써 10년 가까이 계속되고 있는 레퍼토리다.
전력보강이 지지부진한 여름이적시장에 한 번 실망하고, 불안한 초반 스타트에 또 실망하면서 벵거 감독과 구단을 향한 우려와 비난 여론이 일어난다.
대처하는 아스날의 반응도 한결같다. 큰돈을 들여 선수를 영입하는 일은 거의 없고 결국 시즌 후반기에 가서는 어떻게든 성적을 내며 팬들의 비난 여론을 다소 불식시킨다. 그리고 다음 시즌에는 투자와 성적 향상에 대한 여운을 남긴다. 아스날 팬들로서는 알고도 속는 희망고문의 반복이다.
아스날은 2005년 FA컵 우승 이후 더 이상 단 하나의 우승컵도 추가하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벵거 감독이 여전히 자신의 소신을 굽히지 않을 수 있었던 데는 챔피언스리그 티켓의 힘이 컸다.
아스날의 실질적 우승트로피는 '챔피언스리그 티켓'이라는 농담이 있을 정도로 매년 위기론이 거듭되는 과정에서도 신기할 만큼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은 흔들림 없이 사수해왔다. 한때 아스날과 빅4로 어깨를 나란히 하던 리버풀이나 첼시조차도 아스날 만큼 꾸준하지 못했다. 매년 주력 선수들의 이적이라는 악재 속에도 선방할 수 있었던 것은 부정할 수 없는 벵거 감독의 업적이다.
하지만 '챔피언스리그 생존왕'이라는 명성만으로 팬들의 성난 여론을 달래는 것도 한계가 있다. 아스날 팬들은 과감한 투자에 소극적인 벵거 감독과 구단 행태에 대해 최근 들어 노골적인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가장 든든한 지지기반이라고 할 수 있는 서포터들 마저 벵거 감독과의 계약연장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는 것은 분명 심상치 않다.
아스날은 올해도 여름이적시장에서 확실한 전력보강에 실패했다. 실탄(7000만 파운드)은 풍부했지만, 무성한 슈퍼스타들의 이적설 중 성공한 사례는 한 건도 없다. 그나마 눈에 띄는 영입은 유망주로 꼽히는 야야 사노고. 기존의 벵거 스타일에서 달라진 게 없는 선수 영입이다.
오히려 기존 자원들의 이적과 방출 러시로 인해 전체적인 스쿼드는 더욱 얇아졌다. 시즌 개막과 함께 로랑 코시엘니, 옥슬레이드 체임벌린 등 주전들의 부상까지 겹쳐 더욱 어려운 행보를 예고하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올해야말로 챔피언스리그 티켓 수성조차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거듭되는 위기설에도 벵거 감독이 기존의 팀 운용과 선수영입 전략을 전면적으로 수정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벵거 감독은 지난 16년간의 경험을 근거로 "아스날의 선수 영입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우리에게는 우리만의 철학이 있다"며 "다른 팀들이 돈을 물 쓰듯 한다고 해서 우리가 따라가야 할 필요는 없다. 지금까지 아스날은 합리적인 투자로 높은 수준의 스쿼드를 꾸준히 유지해왔다"며 여전히 강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리그 개막전에서 부진한 출발로 우려를 자아냈던 아스날은 챔피언스리그 플레이오프에서 페네르바체를 상대로 대승하며 일단 한 고비를 넘긴 상황이다.
벵거는 여전히 유능한 감독이다. 그러나 아스날 정도의 위상을 지닌 클럽이라면 이제는 매년 우승에 도전해야만 한다. 그러한 목표 의식과 동기 부여가 있어야만 클럽의 위상과 가치를 더 높일 수 있다. 과거의 영광과는 별개로 벵거 감독은 8년간 아스날에 더 이상 우승컵을 안기지 못했다. 핑계를 대기에는 벵거에게 주어진 시간이 너무 길었다. 벵거의 마이 웨이는 과연 계속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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