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호 3기 발표, 대표팀에 유럽파 단어 축출
기자회견 내내 '~에서 뛰는 선수'로 표현
모든 선수들 '제로베이스'에서 경쟁시사
"한국 축구국가대표팀에 유럽파나 해외파, 국내파의 구분은 없다. 모든 선수들은 대한민국의 선수일 뿐이다."
다음달 6일 아이티, 10일 크로아티아와의 경기를 앞둔 홍명보 감독이 부임 후 처음으로 유럽에서 뛰는 선수들을 소집하면서 '유럽파'라는 단어를 '축출'했다.
홍 감독은 27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 다목적 회의실에서 가진 대표팀 명단 발표 기자회견에서 대표팀 내에 '파(派)'라는 단어는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홍 감독은 "선수들을 분류할 때 유럽파, 해외파, 국내파 같은 말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우리 선수들을 두 분류로 나누는 것"이라며 "이런 말보다는 훨씬 더 좋은 표현이 있을 것이다. 기자들도 이런 표현에 대해 고민해주길 바란다"고 언급했다.
홍 감독의 이 같은 발언은 이전 대표팀 선수들이 두 분류로 나뉜 것과 무관하지 않다.
실제로 기성용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제 모든 사람들이 느꼈을 거다. 해외파의 필요성을. 가만히 있었던 우리를 건들지 말았어야 됐고 다음부턴 그 오만한 모습을 보이지 않길 바란다. 그러다 다친다"라는 글을 남겨 논란이 된 바 있다.
기성용이 글을 남긴 시점이 한창 대표팀이 월드컵 예선전을 치르고 있는 지난 3월이었고 이에 선수들 사이에 파벌 및 알력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홍 감독은 더 이상 대표팀 내에 해외파나 국내파라는 단어를 쓰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은 것이다. 대신 '~에서 뛰는 선수'로 표현했다.
홍 감독은 "국내에 있는 선수, 유럽에 있는 선수, 중동에 있는 선수, 일본에 있는 선수 모두 소중한 대한민국의 선수다. 어디에서 뛰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며 "유럽에서 뛰는 선수들이 국내에 들어왔을 때 시차 적응 같은 문제에 대해서는 편의를 제공해줄 수 있을지는 몰라도 이 선수들을 위주로 대표팀을 운영하거나 특별 대접하는 일은 절대 없다. 이 선수들도 역시 대표팀에 빨리 흡수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 감독의 취임 일성으로 내건 '원 팀, 원 스프릿, 원 골'을 그대로 실천하겠다는 의지다.
또 홍 감독은 모든 포지션 경쟁은 '제로베이스'에서 시작될 것임을 시사했다.
홍 감독은 "이번에 새롭게 소집되는 유럽에서 뛰는 선수들을 대표팀 조직력에 융화시키는 것이 급선무다. 이들의 장점을 팀에 녹아들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내가 할 일"이라며 "다만 김보경이나 이청용, 지동원, 손흥민 등 유럽에서 뛰는 선수들은 '이 자리가 내가 맡아놓은 자리다. 내 자리가 될 것이다'라는 생각을 하기보다 대표팀에서 자신의 존재 가치부터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유럽에서 뛰는 선수들이라도 포지션 경쟁을 피할 수 없고 만약 소집 훈련 때 자신의 존재감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다면 주전 경쟁에서 밀릴 수도 있음을 알린 것이다.
이는 골키퍼까지도 적용된다.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부터 대표팀의 주전 수문장이 된 정성룡을 비롯해 페루전에서 골문을 지킨 김승규, 이번에 새롭게 발탁된 김진현 역시 주전 경쟁을 펼쳐야 한다는 것. 홍 감독은 "골키퍼는 특별한 포지션이다. 앞으로 세 선수는 모두 앞으로 벌어질 경기에 대해서 얼마나 좋은 경기력과 기량을 발휘할 수 있는지 내게 보여야 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한편 홍 감독은 4경기에서 고작 1골에 그친 대표팀의 빈약한 득점력에 대해서도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홍 감독은 "득점력 문제가 제기되긴 하지만 선수들의 능력은 득점력이 있다고 믿는다. 신임 감독에게 짧은 시간에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조급함 때문이 아닌가 싶다"며 "득점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만들지도 못했다면 큰 문제겠지만 마무리가 안 되는 것이다. 모두 심리적으로 편안한 상태에서 훈련을 하고 경기를 치르다보면 충분히 득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3기 홍명보호 명단]
GK: 정성룡(수원) 김승규(울산) 김진현(세레소 오사카)
DF: 윤석영(QPR) 박주호(마인츠05) 곽태휘(알 샤밥) 김영권(광저우) 홍정호(제주) 황석호(히로시마 산프레체) 이용(울산) 김창수(가시와 레이솔)
MF: 손흥민(레버쿠젠) 이청용(볼턴) 김보경(카디프시티) 윤일록(FC서울) 박종우(부산) 이명주(포항) 하대성(FC서울) 한국영(쇼난 벨마레) 고요한(FC서울)
FW: 구자철(볼프스부르크) 지동원(선덜랜드) 이근호(상주) 이승기(전북) 조동건(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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