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 농락’ 이청용 PK 2개…홍명보호 숨통
후반 시작과 함께 고요한과 교체돼 오른쪽 날개 출격
후반 4분 이어 후반 12분에도 상대 파울로 PK 얻어내
이청용(볼턴)이 홍명보 감독의 대표팀 첫 승을 안겼다.
골 같은 공격 포인트는 없었지만 페널티킥 유도를 어시스트로 인정하는 잉글랜드 축구의 규정을 적용한다면 2개의 도움을 올린 셈이 됐다.
이청용은 6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서 벌어진 아이티(FIFA랭킹 78위)와의 평가전에서 후반 시작과 함께 고요한(FC 서울)과 교체돼 출전, 2개의 페널티킥을 유도하며 4-1 승리를 안겼다. 홍명보 감독이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이후 첫 승리.
사실 이청용은 오른쪽 날개로 선발 출격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뜻밖에도 고요한이 기용됐다. 지동원(선덜랜드)과 이근호(상주 상무), 손흥민(바이어 레버쿠젠) 등은 예상대로 나왔지만 이청용의 이름은 없었다.
이는 국내에서 뛰는 선수와 유럽에서 활약하는 선수들 사이의 경쟁을 부추기는 홍 감독의 계산이었다. 유럽서 뛰는 선수들이라고 먼저 기용한다는 것은 없었다. 이름값이나 경험 면에서 볼 때 이청용이 고요한보다 앞서는 것이 사실이지만 홍 감독은 이러한 것까지 배제하고 있었다.
하지만 고요한은 전반 인상적인 움직임을 보여주지 못했고, 결국 후반에 교체해 들어간 이청용이 제 몫을 해냈다. 비록 잉글리시 챔피언십(2부)에서 뛰고 있지만 유럽에서 산전수전을 겪고 A매치 출전이 46경기나 되는 이청용은 분명 고요한보다 한 발 앞섰다.
후반 4분 구자철(볼프스부르크)의 페널티킥 결승골과 후반 13분 이근호의 페널티킥 추가골 모두 이청용의 작품이었다.
후반 4분에는 동료 공격수들과 아이티 수비를 공략하는 과정에서 공이 빠져들어갈 때 상대 수비수 메책 제롬의 파울을 유도했다. 얼핏 제롬이 먼저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던 것 같아 이청용이 부딪힌 것으로 보였지만 공이 빠지는 상황에서 제롬이 이청용 쪽으로 움직여 충돌한 것이었다. 굳이 말하자면 '추돌'이 아니라 '충돌'이었던 셈.
물론 주심의 판단과 성향에 따라 휘슬을 불지 않을 수도 있었던 장면이지만 페널티킥을 선언해도 크게 무리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결국, 이청용의 파울 유도에 구자철이 침착하게 골을 성공시켰다.
첫 번째에 비해 두 번째 페널티킥 유도는 완벽한 아이티의 파울이었다. 게다가 이청용의 '클래스'까지 볼 수 있었다.
상대 골문까지 공을 몰고 간 이청용은 페널티 지역 근방에서 상대 수비의 방해를 받아도 쓰러지지 않고 몰고가 페널티 지역에서 케빈 라프랑스에 걸려 넘어져 페널티킥을 만들어냈다. 이근호는 침착하게 페널티킥을 성공시킨 뒤 거수경례로 골 세리머니를 대신했다.
이에 비해 고요한은 전반동안 별다른 움직임을 보여주지 못했다. 김창수(가시와 레이솔)과 호흡도 그리 원활하지 못했고 공격에서 눈에 띄는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고요한이 45분 넘게 보여주지 못했던 것을 이청용은 단 15분 안에 해냈다.
이청용은 후반 추가시간에 때린 슈팅이 오른쪽 골대를 맞고 나오며 득점 사냥에 아쉽게 실패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청용이 오른쪽 날개로 들어오면서 답답했던 공격력에 숨통이 트인 것은 확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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