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 창당하고 뛰어들 경우 다자대결 박 시장 필패
박원순 서울시장의 재임여부는 이번에도 안철수 무소속 의원 손에 달렸다. 일찌감치 내년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박 시장이 이번에도 안 의원을 등에 업고 재임에 성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2011년 10월 재보선에서 박원순 변호사가 서울시장으로 당선된 것은 누구보다 안 의원의 ‘공로’가 컸다. 박 변호사가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했을 당시 박 변호사를 본 국민들은 ‘어! 누구지?’라는 반응이 대다수였다. 박 변호사의 예비시장 후보 여론조사 지지율은 5%대에 불과했다.
그러나 50%대의 지지율을 상회하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원장과의 ‘조건없는 단일화’로 후보직을 박 변호사에게 양보하자 상황은 돌변했다. 정국을 강타한 ‘안철수 바람’을 등에 업은 박 변호사의 지지율은 단번에 50%까지 급등했다.
물론, 선거를 열흘 앞두고 박 후보가 나경원 새누리당 후보 측의 네거티브 공세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해 밀린 시기도 있었다. 그러나 안 후보의 적극적으로 지지선언으로 돌파구를 찾아가는 모습을 보였다. 결국 안 원장의 지지표가 박 변호사 쪽으로 이동하면서 당시 여당 측 여성의원으로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던 나 후보를 누르고 서울시장 직을 거머쥐었다.
민주당 소속인 박 시장이 새누리당과 1대1 구도로 선거를 치를 경우, 승기는 ‘박 시장이 잡을 것’이라는 것이 정치권 안팎의 일반적인 평이다. 현재 새누리당이 박 시장과 한판 겨를 ‘인물’에 고심 중이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소속 서울시장 후보 하마평에 오르내리는 인물은 줄잡아 10여명이 넘지만 “박 시장을 꺾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평이다.
여당 측 관계자는 “새누리당이 박 시장과 1대1 구도에서 이기기 위해선 최소한 ‘총리급’ 정도의 체급 있는 인사가 나와야 해볼 만 하다”며 “지금 언론에서 이야기되고 있는 인물들로는 어렵다”고 밝혔다.
1대1 구도가 될 경우 박 시장의 재임이 확실시 되는 분위기이지만, 다자구조로 판세가 짜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새누리당, 민주당, 안철수 신당 3파전으로 선거가 전개될 경우, 박 시장의 재임은 담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안 의원은 지방선거를 대비한 인재영입과 관련, “10월 재보선이 지나면 6월 지방선거에 대한 입장을 밝히려 한다”며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지역이 인재영입을 위한 접촉이 제일 활발한 곳으로 적절한 시기에 소개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인재영입 등으로 독자세력을 추진 중인 안 의원이 ‘안철수 신당’에서 인물을 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안 의원 세력의 주력은 야권 지지층이며 지역적으로 호남이다. 그렇기 때문이 야권의 주도권을 놓고 민주당 소속 박 시장과 안 의원간의 맞대결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또 무당파의 영향력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안 의원의 지지기반인 무당파는 10월 재보선 당시 ‘아름다운 단일화’ 이후 박 시장를 지지했다. 그러나 안 의원이 이번에 안철수 신당에서 후보를 낼 경우 박 시장을 지지해왔던 안 의원의 표심이 다시 제자리를 찾을 가능성이 크다.
이 같은 상황을 염두한 듯 박 시장은 최근 안 의원의 행보에 바짝 신경을 쓰고 있는 눈치다. 안 의원과 함께하는 행사도 눈에 띄게 늘었다. 아직까지 이들은 서로 지원사격에 나서는 등 불가불분의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박 시장도 안 의원에 대해 “인간적으로 또는 개인적으로 과거부터 친했다. 그런 관계는 변화가 없다”, “안 의원이 국회의원이 된 다음 나를 두 번이나 찾아와 노원구 문제를 직접 제기했다. 이렇게 열심히 하는 국회의원을 봤느냐”며 우호적인 관계를 드러냈다.
지난 11일 이들은 ‘노원구 현장시장실 청잭(聽策) 토론회’에서도 한자리에 만나 서로 ‘지원사격수’를 자처하기도 했다. 노원구의 어려운 재정상황을 호소하면서 직접 상계재정비촉진3구역 해제 시 기반시설 확충 안건을 요청한 데 대해 “실태조사 결과 후 주민들이 해제하겠다고 하면 기반시설을 위한 재원을 하겠다”고 답했다.
현재까지 이들은 서로 밀고 밀어주기식의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정치세력화의 결과를 내야 하는 안 의원으로서도 이번만은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