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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담은 박대통령, '복지소신' 더 단단해졌다


입력 2013.09.26 16:20 수정 2013.09.27 09:46        김지영 기자

노인층 기초연금 지급 축소 사과하면서 "공약 이행" 강조

결국 재원 마련 고민 해결이 박 대통령 최대의 고민될 듯

박근혜 대통령은 기초연금 지급 대상과 규모가 축소된 것가 관련해 사과를 하면서도 공약 파기가 아님을 강조했다. ⓒ청와대
박근혜 대통령이 26일 핵심 대선공약인 기초연금의 지급대상을 축소키로 결정한 것과 관련, "죄송한 마음"이라며 정중하게 고개를 숙이면서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대한 국민의 이해와 협조를 구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해 2014년도 예산안 의결을 마친 뒤 “그동안 나를 믿고 신뢰해주신 어르신들 모두에게 지급하지 못하는 결과가 생겨서 죄송한 마음”이라며 “하지만 이것이 결국 공약의 포기는 아니다. 국민과 약속인 공약은 지켜야 한다는 나의 신념은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공약 후퇴에 따른 사과와 더불어 재정부족으로 모든 공약을 연내 이행할 수 없는 점, 임기 내에 모든 공약을 이행토록 노력하겠다는 점에 대해 진정성 있는 모습으로 협조를 구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다만 유감을 표명하면서도 야권의 ‘공약 포기’ 주장에 대해선 적극적으로 반박했다.

아울러 박 대통령은 기초연금에 대한 자신의 철학과 기초연금 도입을 위해 쏟아왔던 노력을 언급하며 임기 내 모든 복지공약을 이행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기초연금안 과거 의원 시절부터 주장" 공약 탄생 배경부터 조목조목 설명

박 대통령은 먼저 “이번 예산에서 현안이 되고 있는 기초연금안은 내가 과거 국회의원 시절부터 주장해온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노인빈곤율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가장 높고, 많은 어른신들이 경제적으로 매우 힘들게 살아가고 있다”면서 기초연금 제도의 도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또 2008년 도입된 기초노령연금의 부족한 급여액(9만6000원)을 언급하며 “이것으로는 어르신들의 생활이 안 되는 것이 현실이다. 또 국민연금과 연계가 돼 있지 않아 국민연금이 성숙돼도 그것과 관계없이 지속적으로 재정지출이 증가하도록 설계돼 있기 때문에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은 “(그래서) 야당 시절 한나라당은 기초연금 도입을 주장했지만 여당의 반대로 기초노령연금을 도입하게 됐다”며 “그래서 18대 국회에서 연금제도를 근본적으로 개혁해 연금의 효율성과 재정건전성을 확보하고자 연금제도개선 특별위원회를 구성했지만 결론내지 못한 채 무산되고 말았다”고 말했다.

이에 박 대통령은 지난해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65세 이상 모든 국민에게 기초연금으로 월 20만원을 지급하겠다고 공약했고, 국민행복연금위원회 등을 중심으로 논의를 시작했다. 하지만 2040년 157조원에 이르는 막대한 재정소요와 미래세대의 부담, 지속가능성 등에 대한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이와 관련, 박 대통령은 “세계경제의 침체와 맞물려 현재 유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세수부족이 큰 상황이고, 재정건전성도 고삐를 쥐어야 하는 현실에 직면한 상황에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설명했다.

결국 이날 박 대통령의 발언은 기초연금이 자신의 소신이고, 필요한 제도인 만큼 반드시 실현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볼 수 있다. 다만 현 재정여건상 공약 수정은 불가피하므로, 순차적으로 수혜대상을 확대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공약을 지키라는 야권과 재검토하라는 여권 모두에게 양해를 구한 것이다.

더불어 박 대통령은 “나는 앞으로 소득 상위 30% 어르신들에 대해서도 재정여건이 나아지고 국민적 합의가 있다면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소신을 갖고 있다”면서 “이것을 실천하기 위해 나는 대선 때 공약했던 국민대타협위원회를 만들어서 국민들의 의견 수렴해서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타협의 대상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지만 사실상 증세 가능성을 열어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지원 확대의 조건인 재정 신장이 이뤄지려면 결국 세수가 확보돼야 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복지 확대에 대한 국민적 여망이 있고, 이를 위한 부담을 감내할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 증세도 가능하단 말이다.

26일 국무회의 마무리 발언에서 박 대통령은 직접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증세에 대한 의지를 비치기도 했다. ⓒ청와대

이와 관련해 박 대통령은 “정부는 모든 것을 투명하게 국민께 알리고 여기서 조세수준과 복지수준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통해 국민이 원하는 최선의 조합을 찾도록 노력하겠다”면서 박 대통령 스스로도 세일즈 외교와 경제 활성화를 통해 세수를 확보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나는 경제를 살려서 기초연금을 비롯한 공약을 지켜나가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국민 여러분이 나와 정부의 의지를 믿고 지켜봐줄 것을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복지공약 이해 구했지만 재정부족 우려는 남아

다만 이 같은 박 대통령의 입장 표명에도 불구하고 논란은 남는다. 기초연금 지급대상 축소는 일단락됐다 해도 재정 확보·건전성 유지방안과 관련해선 명확한 답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로 지방재정 배려 방안과 세출절약 방안을 들 수 있다. 앞서 정부는 영유아보육비 국비부담비율을 현행 50%에서 60%로 10%p 인상하고, 취득세 영구 인하에 따른 지방세 감소분을 보전하기 위해 부가가치세 일부를 인하하고 지방소비세율을 현행 5%에서 11%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 대책이 미봉책에 불과하다며 각 지방자치단체의 반발이 빗발치는 상황에서도 박 대통령은 “지방재정에 대해서도 최대한 배려를 했다”는 정도로 입장을 갈음했다.

재정건전성 회복 방안과 관련해서도 박 대통령은 “업무추진비와 여비의 10% 감축, 고위 공무원 보수 동결 등 정부가 솔선수범해서 최대한 절약하기로 했다”며 “유사·중복사업이나 부정수급 등의 낭비요인을 제거하고, 지하경제 양성화 등을 통해서 세입기반을 지속적으로 확충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역시도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각 정부부처가 국회 심의과정의 삭감을 고려해 과도하게 예산을 책정하는 관행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절감 계획만 내놓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결국 박 대통령은 이날 발언에서 공약 수정에 대한 국민의 충분한 이해와 양해를 구했으나, 각계가 우려하는 재정 부분과 관련해선 정부 입장을 전하는 수준에 그쳤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 현진권 한국재정학회 회장은 ‘데일리안’과 전화통화에서 “노령연금이 가장 크긴 한데, 이것뿐 아니라 보육, 반값등록금, 무상급식 다 합치해야 했다”며 “오늘 발언만 봤을 땐 그 정도 대책으로 그 정도 복지를 하면서 재정건전성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재정적자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현 교수는 이어 “새 정부는 출범할 때 복지공약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세출개혁으로 85조 원을 걷겠다고 했다. 세출개혁은 정부와 공공부분의 개혁을 말하는 것”이라며 “그런데 그 이후, 오늘도 공공부분을 어떻게 개혁하겠다는 입장은 없었다. 말로만 85조 원을 얘기했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김지영 기자 (j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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