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교과서 끝없는 논쟁 결국 '검정'이 문제
한국교과서연구재단 토론회 "국정도서 전환 고려해야"
‘역사교과서’ 논란이 뜨거운 가운데, 이념 편향성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한국사 과목 등 검정도서 일부를 국정도서로 전환하자는 ‘단일교과서’ 주장이 제기돼 주목된다.
10일 오후 서울 중구 소공동 프레지던트호텔에서 한국교과서연구재단이 주최한 ‘역사교과서 개발 및 검정제도 개선 방안 모색을 위한 세미나’에선 △교과서 개발 기간 확보 △교과서 집필자 자격 조건 강화 △검정 심사위원 수 확대 등 교과서 논란에 대한 다양한 해법이 논의됐다.
특히 이날 발제자로 나선 윤현진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선임연구위원은 교육 중립성 유지를 위한 방안으로 “일부 검정도서의 국정도서 전환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한국사를 비롯한 일부 과목은 ‘검정도서’로서 민간 발행사에 맡겨 자율적으로 발행하도록 하되, 검정 심사를 통한 내용 검증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이념·정치 편향 논란 등 ‘교육의 중립성 유지라는 기본적 틀을 벗어난다’는 문제가 수차례 지적돼 왔다.
이와 관련 윤 위원은 한국사 교과서를 국가가 개발하여 국가가 저작권을 갖는 ‘국정도서’체제로의 재개편을 제안했다.
조성준 금성출판사 교과서연구개발 이사는 이에 대해 “역사 교과서가 국정도서일 때는 문제가 없었으나 ‘검정화’된 제7차 교과서 때부터 사회적 논란이 됐다”며 “고등학교 역사(한국사)에 한해 국정도서로 전환시키는 것을 고려했으면 한다”고 공감했다.
조 이사는 이어 “이를 두고 ‘시대역행’이라는 비난이 예상되지만, 현재와 같은 극심한 논란이나 사회적 분열은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교학사 한국사교과서를 대표 집필한 권희영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도 ‘데일리안’과 통화에서 “현재와 같이 좌파(집필진)들이 자신의 세력을 휘두르는 상황에서 국정교과서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다만, 권 교수는 “국정교과서 전환에 대해 좌파와 야당이 격렬하게 반대할 것이고, 대규모 규탄시위가 있을 것”이라며 “이 같은 논의가 이뤄지기 위해선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교과서 검정, 질 높이려면 국가 예산 투입 절실"
전미희 국사편찬위원회 기획협력실장은 “이번 고교 한국사 검정 심사 과정을 거치며 느낀 것은 출판사의 검정 수수료로만 운영되는 현재의 한국사검정심의회 예산으로는 양질의 교과서를 만들기 어렵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전 실장은 “현재의 예산만으로는 다양한 시대와 분야를 포괄할 수 있는 검정 인원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수익자부담원칙’을 앞세우는 국가에서 예산을 투입해 양질의 교과서 검정이 이루어지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이화성 서울특별시교육청 장학관도 “교과서 검정을 저비용 구조로 가게 되면, 부실한 검정이 될 수밖에 없다”며 “특히 출판사에만 검정비용을 부담하게 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교과서 값을 오르게 하고, 학생과 학부모의 부담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국가에서 검정비용 일부를 지원해야한다”고 말했다.
이 장학관은 또 “검정심사의 목적은 학교 현장에서 검정심사를 통과한 교과서는 무엇이든 믿고 선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충분히 심사할 수 있는 기간이 확보돼야 한다”고도 했다.
"문제의 핵심은 '교육 중립성', 학생들에 피해 돌아가선 안돼"
교과서 내용을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현직 교사들의 ‘현실적 대안’ 목소리도 나왔다.
김종혁 인천국제고등학교 교사는 “교과서 간 수록내용의 차이가 커지는 현상이 학교의 입장에서는 마냥 환영하기 어렵다”며 “교과서는 학습과 평가의 중요한 준거인데, 서로 다른 교과서로 학습한 학생들이 대학수학능력시험과 같은 중요한 평가의 자리에서 어려움을 겪을까 염려된다”고 우려했다.
김 교사는 이어 “수능이라는 국가적 시험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교과 내용과 범위에 대한 기준 등이 마련돼야 한다”며 “교과서의 다양성 확보도 중요하지만 어느 정도의 일치는 교육 현장에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종은 서울불광중학교 교감은 “정권교체를 할 때 마다 (역사 교과서를 둘러싼) 좌우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며 “국가적으로 역사교육이 중요하다고들 하는데, 그렇다면 한국사만이라도 단일교과서 전환 문제를 한 번 더 논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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