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운 김동주 부재…김진욱 감독의 믿는 구석
준PO에 이어 PO 엔트리에서도 김동주 외면
포지션 밀린데 이어 부상으로 경기 소화 무리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엔트리에서 가장 큰 관심사는 단연 두산의 두목곰 김동주(37)의 합류 여부였다. 김동주는 지난 넥센과의 준플레이오프에서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해 그를 그리워하는 팬들의 아쉬움을 자아내게 한 바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15일 LG와 두산의 플레이오프에 출전할 27명의 선수 엔트리를 공개했다. 이번에도 김동주의 이름은 찾을 수 없었다. 과연 김동주에게 무슨 일이 있는 걸까.
김동주가 풀타임을 소화한 마지막 시즌은 지난 2011년이다. 이듬해 FA를 선언한 그는 친정팀과 3년간 32억원에 계약하며 영원한 베어스맨이 될 것을 선언했다. 하지만 그해 김진욱 감독의 부임과 함께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린 김동주는 2006년 이후 6년 만에 규정타석을 채우지 못했다.
야심차게 재기를 노린 올 시즌도 불운이 잇따랐다. 바로 과거 팀 동료였던 FA 홍성흔이 친정팀에 돌아왔기 때문이었다. 팀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두 선수는 지명타자 자리를 놓고 경쟁을 벌였고, 승자는 캡틴 홍성흔이었다.
결국 김동주는 본래 포지션인 3루수 글러브를 다시 잡고 수비 훈련에 매진했다. 맹타를 휘둘렀던 스프링캠프에서의 컨디션도 좋았다. 하지만 막상 시즌이 시작되자 뜨거웠던 방망이는 차갑게 식어버리고 말았다. 올 시즌 성적은 타율 0.253 1홈런 9타점. 두목곰답지 않은 초라한 성적표였다.
급기야 부상까지 재발한 김동주는 2군으로 내려갔고 지난 5월 27일 이후 모습을 볼 수 없었다. 부상에서 돌아와 퓨처스리그에서 13경기를 소화했지만 특유의 장타력은 살아나지 않았다. 김동주는 지난달 9월 12일 KIA와의 2군 경기를 끝으로 시즌을 마감했다.
그래도 큰 경기 경험이 풍부하고 한 방이 있는 타자이기 때문에 포스트시즌 출전 가능성에 관심이 쏠렸다. 특히 두산은 지난해 준플레이오프에서 김동주의 공백을 뼈저리게 실감하며 탈락의 아픔을 맛 본 바 있다. 하지만 김진욱 감독은 지난달 초 “1군에서 뛸 수 있는 몸 상태가 아니다. 포스트시즌도 어렵다”며 이번에도 김동주를 전력에서 제외했다.
냉정하게 봤을 때 현재 김동주가 두산 타선에 비집고 틀어갈 틈은 사실상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 시즌 두산 타선은 가공할 파괴력을 뽐냈다. 팀 타율(0.287)과 득점(710개), 도루(175개) 부문은 9개 구단 가운데 1위였다. 그야말로 가장 잘 치고 잘 달렸던 두산의 올 시즌이다.
지명타자 홍성흔은 올 시즌도 성공적인 한해를 보냈고, 3루수 이원석은 규정타석에 미치지 못했지만 타율 0.314 10홈런 39타점으로 생애 최고의 시즌을 맞이했다. 무엇보다 김진욱 감독은 최고의 대타 카드까지 쥐고 있어 김동주를 외면할 수 있었다. 바로 최준석이다.
최준석 역시 김동주와 마찬가지로 자기 포지션이 없었지만 주로 대타로 출장하며 1군 경기 감각을 이어나갔다. 특히 최준석은 넥센과의 준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결승 홈런을 터뜨리며 시리즈 MVP로 선정됐다.
이번 준플레이오프서 최준석에게 온 기회는 고작 7차례. 이 가운데 볼넷을 하나 얻어냈고 3개의 안타 중 2개가 홈런으로 연결됐다. 승부처에서 믿고 맡길 수 있는 최고의 대타인 셈이다. 이로 인해 두산은 김동주의 공백을 느끼지 못하고 있으며 팀 내 최고 연봉자(7억원)인 두목곰는 2년 연속 쓸쓸한 겨울잠 채비에 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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