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년만의 '인연' 조우, 박 대통령 "20대로 돌아간 듯"
그르노블 유학 당시 이제르 도지사 미망인 만나
39년 만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1974년 프랑스 유학길에 오른 지 6개월 만에 어머니 육영수 여사의 서거소식을 듣고 한국으로 돌아간 후 다시 프랑스 땅을 밟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박 대통령이 자서전에서 밝혔듯이 “새로운 도전을 향해 한걸음씩 내딛으며 한창 꿈에 부풀어 있는 사이, 내 인생의 가장 힘들고 거센 폭풍이 몰려오고 있었다”던 그 시절. 그래서 더욱 애틋했을 지도 모른다.
특히 4일(현지 시각) 프랑스 그르노블 유학 당시에 이제르 도지사였던 ‘장 보드빌’씨의 부인인 엘리자베스 보드빌 여사(92세)를 만난 박 대통령은 손을 놓지 못하고 꼭 잡은 채 과거를 회상했다. 대화는 통역이 필요 없을 정도로 프랑스어로 자유롭게 이뤄졌다.
박 대통령은 “영국에 계시다가 이렇게 일부러 오셨다고 들었다”며 “정말 뵙게 돼서 너무 반갑고, 또 감사하다”고 인사를 나눴다. 이어 “뵙게 된다고 시간이 정해져 참 마음 설레면서 기다렸는데 건강하신 모습을 뵈니 반갑다”며 “이번에도 그르노블에 꼭 가보고 싶었는데 못가고 떠나게 됐다”고 아쉬움을 보였다.
보드빌 여사가 “좋은 추억들과 기억들 많이 갖고 있다”고 하니 박 대통령은 “40년이 됐는데 이렇게 다시 뵈니 20대로 다시 돌아 간 것 같은 느낌이 든다”며 당시 살던 집이 기억난다면서 아직도 있는지 되묻기도 했다.
이에 동행한 보드빌 여사의 아들 루이 보드빌씨는 “변함없다”며 “아버지도 이 자리에 함께 계셨더라면 너무 좋았을 텐데”라고 말하자 박 대통령은 “얼마나 좋았을까요”라고 당시의 도지사에 대한 기억을 더듬었다.
보드빌 여사의 아들은 박 대통령이 도지사 내외에게 보냈던 책을 꺼냈다. 그리고 첫 페이지에 박 대통령이 당시 프랑스어로 쓴 편지를 꺼내 소리 내어 읽으니 박 대통령은 “이걸 아직까지 이렇게 간직하고 계셨다”고 고마움을 감추지 못했다.
박 대통령이 “초청해 주시고 당시에 친척처럼 따뜻하게 대해줘 그 우정과 배려에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었다”고 하자 보드빌 여사는 “일요일에 집에 놀러오셔서 좋은 시간을 갖고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이제 그 소중한 추억을 간직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에 박 대통령은 “당시에 광장, 산 등을 머릿속에 그림처럼 그릴 수 있다”며 “산책도 하고 야생식물을 사용해 술을 제조하던 수도원도 생각이 난다”고 바로 엊그제 일처럼 회상했다.
박 대통령과 보드빌 여사는 끊임없이 39년 전의 추억을 되새기며 시간이 넉넉지 못해 짧게 보게 된 것을 아쉬워하면서 작별 인사를 나눴다. 박 대통령은 “20대로 돌아가서 행복한 시간을 갖게 해줘 감사하다”고 했다.
이날 만남은 보드빌 여사의아들이 모친과 박 대통령과의 만남을 주프랑스대사관에 요청해 와 이뤄졌다.
한편, 박 대통령은 지난 2일부터 4일까지 사흘 동안의 프랑스 방문에서 옛기억을 수시로 되새기기도 했다.
지난 3일 현지의 한류 팬클럽 ‘봉주르 코레’가 주최한 ‘한국 드라마 파티’ 참석에서는 “저도 어릴 때 샹송 이런 걸 많이 따라 불렀고 프랑스 영화를 즐기고 있다”고 했다. 같은 날 열린 동포 오찬 간담회에서도 “프랑스는 젊은 시절에 미래의 꿈을 안고 유학을 왔던 곳인데 어머님께서 갑자기 돌아가셔서 유학생활을 접고 귀국해야 했었다”며 “하지만 당시 그르노블에서 보냈던 짧은 시간은 아직도 저에게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로부터 4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는데 이렇게 대통령으로 다시 프랑스에 방문해서 여러분을 만나 뵈니 감회가 남다르다”고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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