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초부터 장성택 실각설 보도했지만 부인하던 당국이...

김수정 기자

입력 2013.12.05 09:46  수정 2013.12.06 09:18

대북 소식통 "왕조국가 북한은 김씨 일가외 실세 없어"

14개 경제특구 선정 과정이나 개성공단 폐쇄 문제 이견

지난 7월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왼쪽에서 첫번째)과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왼쪽에서 두번째)이 참전 열사묘 앞을 걷고 있다.ⓒ연합뉴스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고모부인 장성택이 최근 실각되고 주변 인물들이 처형된 것으로 3일 알려진 가운데 김정은 집권 이후 줄곧 국내외 언론에서 ‘2인자’로 분석했던 장성택의 실체에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본보는 앞서 올해 2월 26일 보도한 '북 권력암투 돌입? ‘섭정’ 장성택 실권했다니...' 기사에서 처음으로 장성택의 실권 소식을 전한 바 있다. 당시만 해도 우리 정부는 물론 국내외 언론과 대북전문가들 대부분이 장성택에 대해 ‘실세’라는 점을 부각해 보도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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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김정일의 갑작스런 죽음 이후 29살 김정은이 권력을 승계하는 과정에서 장성택을 비롯한 후견세력의 지지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분석은 설득력이 없지 않았다. 특히 김정일이 장성택을 견제하기 위해 내세운 인물로 알려진 리영호 전 총참모장이 전격 숙청되는 사건이 발발하면서 북한 권부 내에서 장성택과 단독으로 맞설 인물이 없을 것으로 보였다.

또한 장성택은 지난해 8월 김 씨 일가가 아닌 사람으로선 이례적으로 50여명에 이르는 초대형 대표단을 이끌고 중국을 공식 방문하고, 당과 내각의 핵심 실세로 구성된 국가체육지도위원회 위원장까지 맡으며 그가 명실공이 ‘2인자’라는 주장에 더욱 힘이 실렸다.

그러나 올해 들어 장성택이 김정은과 함께 수행하는 횟수가 대폭 준 것은 물론 본보가 입수한 대북소식통들의 전언이 이어지면서 그의 실각설이 수면위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통일부가 공개한 ‘2013년 상반기 김정은 공개활동 현황’에 따르면 장성택은 2012년 김정은의 현지지도 수행을 가장 많이 한 인사 1위로 기록됐으나 올해 상반기에는 그 종합 순위가 5위까지 추락했다. 장성택은 지난해 김정은 수행을 총 106회 했으나 올해 현재까지 52회로 그쳤다.

장성택의 월별 김정은 수행횟수는 올해 4월 들어 2위를 기록한데 이어 5월에는 11위, 6월에는 18위까지 떨어졌다. 이번 달 24일을 기준으로 김정은 수행횟수 1위는 최룡해(72회)다. 장성택은 수행횟수 25회를 기록하면서 5위로 주저앉았다.

하지만 이런 자료가 처음 공개됐던 지난 6월까지만 해도 정부 당국은 “장성택이 권력을 잃었다”는 일각의 관측을 일축했다.

당시 한 정부 당국자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장성택의 수행횟수가 떨어진 것을 보고 실각했다고 평가하면 안 된다”며 “장성택의 김정은 수행은 자신의 역할에 맞는 장소와 경우가 맞을 때 이뤄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당국자는 “여전히 장성택과 김경희는 건재하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관련기사 ‘장성택, 권력 잃었다?…김정은 수행인사 5위로 추락’

하지만 장성택의 이상 기류는 이보다도 앞서 몇 차례 더 포착됐다.

장성택은 앞서 1월 28일 제4차 당세포비서대회 회의에선 참석한 간부 모두가 똑바로 앉은 자세로 정면을 응시하는 동안 장성택은 옆으로 비스듬히 앉아 다른 곳을 지켜보는 모습을 취했다. 이후 지난 2월 16일에도 그는 김정은과 부인 리설주가 김정일의 71회 생일을 맞아 김정일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할 때 다른 사람들과 달리 유일하게 김정은과 인사를 일찍 마치는 모습을 보였다.

당시 언론 대부분은 장성택이 실세임을 다시 한 번 입증시킨 장면으로 해석하는 분위기가 대체적이었지만 본보는 대북소식통을 인용, 이를 반박했다. 앞서 언급한 지난 2월26일자 '북 권력암투 돌입? '섭정' 장성택 실권했다니...' 기사를 통해서이다.

소식통 “북한의 김 씨 일가 외 실세란 없다”

본보에 처음으로 장성택 숙청소식을 전한 소식통은 이 같은 해석에 대해 “장성택이 정말 최고 권력자라면 결코 공식석상에서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았을 것”이라며 “그가 실세여서 거만해진 것이 아니라 오히려 권력을 박탈당한 것에 대한 불만의 표시에 가깝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줄곧 국내외 언론과 대북 전문가들이 장성택을 실세로 표현한 것은 “북한 내 뿌리깊이 박혀있는 김 씨 왕조 체제를 정확히 꽤 뚫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즉, 북한 체제의 특성상 김 씨 일가 외 다른 실세는 있을 수 없으며 대외적으로 등장하는 간부들의 보직 이동을 두고 북한의 권력 구조를 해석하는 것은 무리가 따른다는 것이 소식통의 주장이다.

그는 “북한은 과거에도 그랬고 김정은 집권 이후에도 여전히 ‘조선 왕조 시대’에 머물러 있다고 보는 것이 맞다”며 “김 씨 일가 외에 어떠한 인물에 대해 ‘실세’라고 운운할 수조차 없다. 심지어 이렇게 언급한 사실이 발각될 경우 그 어떤 고위 간부라고 해도 즉시 총살당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장성택은 2001년 이후 실권자 지위를 박탈당하고 다시 올라선 일이 없다”면서 “김정은의 최측근이자 실세로 꼽을 수 있는 인물은 아직까지 최룡해 총정치국장,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장, 최영림 내각총리 정도이다”라고 덧붙였다.

해당 소식통은 또 장성택이 북한이 최근 발표한 14개 경제특구를 선정하는 과정과 개성공단 문제에 대해 김정은과 이견을 보이는 등 두 사람 간 갈등이 지속적으로 이어져왔음을 시사했다.

그는 “장성택은 김정은이 경제특구 확대 조치와 관련, 기업이나 기관에 자율권을 부여해 생산성과를 올리는 독립채산제를 확대 실시하는 것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시각을 보였다”며 “그는 이미 올 초 숙청을 당한 만큼 김정은에 대한 반감을 대놓고 표시했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장성택은 개성공단 폐쇄 문제를 놓고도 김정은에게 반대했다”며 “김 씨 일가는 처음부터 개성공단을 이끌고 갈 의지가 없던 반면, 장성택은 개성공단 폐지에 반기를 들었다”고 덧붙였다.

한편, 4일 정부는 장성택의 숙청 여부를 사실상 인정하면서도 그의 신변에는 이상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긴급간담회에서 “장성택의 실각 가능성이 농후하다”며 “다만 신변에는 이상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면서 “장성택과 관련된 사람들의 숙청 작업이 진행 중”이라고 전해 이번 사건의 파장이 만만치 않음을 시사했다. 이 밖에도 장성택의 자형인 전영진 주(駐)쿠바 대사가 평양의 소환을 받고 귀국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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