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TITUDE' 숨쉬는 최첨단 친환경 '내셔널스파크'
[MLB 구장방문기②]워싱턴 내셔널스 내셔널스 파크
미국 수도이자 50개 주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독립 행정구역 워싱턴 D.C.(District of Columbia).
지도상으로는 미국 동부의 메릴랜드주와 버지니아주 사이에 위치했다. 대다수 관광객들에게는 백악관을 비롯해 국회의사당, 링컨 기념관, 여러 박물관 등으로 유명하지만, 야구팬들에겐 단연 우선순위가 있다.
바로 최첨단 시설을 자랑하는 MLB 워싱턴 내셔널스 홈구장 내셔널스 파크(Nationals Park)다. 내셔널스 파크는 2008년 3월30일 개장한 최신식 구장이다(워싱턴은 이전까지 RFK 스타디움을 홈구장으로 사용). 내셔널스 파크의 외관은 워싱턴 국립 미술관 동관에 영감을 받아 건립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메이저리그 내셔널리그 동부지구에 소속된 내셔널스 전신은 바로 캐나다 최초의 팀 몬트리올 엑스포스로 1969년 창단됐다. 만년적자에 허덕이던 엑스포스는 2005년 연고지를 워싱턴 D.C.로 이전, 팀명을 현재의 내셔널스로 변경했다. 지난 2005년 4월 14일 워싱턴은 애리조나를 상대로 홈 개막전을 가졌다. 33년 만에 워싱턴에서 메이저리그 경기가 열린 날이다.
워싱턴 야구팀 역사를 간단히 살펴보면, 1901년 창단한 워싱턴 세네터스(Washington Senators)가 1960시즌을 끝으로 연고지를 미니애폴리스로 옮기면서 현재의 미네소타 트윈스가 됐다.
이에 발맞춰 1961시즌엔 ‘뉴’ 워싱턴 세네터스가 생겨났다. 이 팀은 1971시즌을 마치고 텍사스의 알링턴으로 옮기면서 현재의 텍사스 레인저스에 이른다. 현재 워싱턴 구단은 세네터스, 그레이스, 내셔널스 등을 두고 고심한 끝에 내셔널스로 팀명을 결정했다. 내셔널스는 과거 세너터스 구단의 닉네임이다.
내셔널스 파크는 천연잔디 구장으로 고속도로에서도 멀지 않고, 지하철역에서도 가까운 곳에 위치해 접근이 용이하다. 먼저 센터필드 게이트로 입장하면 ‘빅 트레인’ 월터 존슨의 동상이 야구팬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존슨은 불 같은 강속구로 리그를 지배했던 전설적인 사이드암 투수로 아직도 역사상 가장 빠른 공을 던진 투수로 회자된다.
통산 417승(역대 2위)으로 사이 영(511승) 다음으로 가장 많은 승리를 기록했고, 완봉승만 110회(역대 1위)에 달한다. 존슨은 1936년 명예의 전당이 생겼을 때 최초의 멤버 5인 중 1명이기도 하다(나머지 4명은 타이 콥, 베이브 루스, 호너스 와그너, 크리스티 매튜슨).
존슨 동상 옆으로 세너터스 소속으로 237개 홈런을 기록한 프랭크 하워드, 흑인 리그의 베이브 루스로 불린 조쉬 깁슨의 동상도 팬들의 눈길을 모은다.
최초의 그린 디자인(Green Design) 야구장
내셔널스 파크는 메이저리그 구장 최초로 LEED(Leadership in Energy and Environmental Design) 인증을 받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LEED란, 미국 그린빌딩 위원회가 만든 것으로 자연친화적 빌딩, 건축물에 부여하는 친환경 인증제도다. 즉, 설계에서부터 운영, 유지, 보수, 해체까지 자원을 효율적으로 이용하며 환경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한 구장이다.
또 특이한 점은 필드가 주변보다 24피트(약 7.3미터) 아래에 위치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센터필드 게이트로 입장할 경우, 외야석에서 바로 구장을 훤히 내려다 볼 수 있다. 대다수 팬들은 엘리베이터나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오르내릴 필요가 없다. 구장의 주요 통로도 경기장 밖 도로와 같은 레벨에 위치해 편리하다.
다른 야구장들과 달리 관람석이 딱딱한 소재가 아닌 소프트한 소재를 쓰는 등 섬세하게 팬들을 배려했다. 그야말로 ‘친환경’ ‘친인간’ 구장이다.
친환경 구장이면서도 전광판과 구장 음향시설들은 최첨단 기술로 만들어졌다. 실제로 전광판을 통해 나오는 리플레이 장면은 관람석에서도 선명도를 확실히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났다. 또 구장의 일부 상단 좌석에서는 워싱턴 기념탑과 국회의사당 건물도 볼 수 있다.
프레지던트 레이스(Presidents Race). 장소가 장소인 만큼 미국 역대 대통령들을 만나볼 수 있는 기회도 있다. 4회초가 끝나면 미국 역대 대통령들(조지 워싱턴, 에이브러햄 링컨, 토머스 제퍼슨, 테오도어 루즈벨트, 윌리엄 태프트) 의상을 입은 마스코트들의 레이스를 볼 수 있다. 이 레이스는 워싱턴 홈경기에서 단연 가장 인기 있는 이벤트 중 하나다.
NATITUDE란 2012시즌부터 내셔널스가 내세운 마케팅 슬로건으로 내셔널즈(Nats)의 자세(Attitude)를 상징하는 문구다. 쉽게 말해 젊은 선수들이 주축인 내셔널즈가 더 강팀이 되기 위해 가져야 할 자세와 스킬, 헌신 등을 아우르는 말이다. 2012시즌부터 내셔널스를 상징하는 단어가 됐다.
사실 내셔널스는 창단 이후 그동안 강팀의 이미지를 심어주지는 못했다. 하지만 2009년 드래프트에서 전체 1픽으로 ‘괴물투수’ 스티븐 스트라스버그를, 2010년 드래프트에서는 전체 1픽으로 ‘천재타자’ 브라이스 하퍼를 지명했다. 둘이 동시에 활약하게 된 2012시즌 내셔널스는 98승(64패)을 수확, NL 동부지구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비록 디비전시리즈 세인트루이스와의 5차전에서 다 잡았던 경기를 허무하게 내주며 2012년을 접었지만, 내셔널스는 어느덧 무시할 수 없는 강팀으로 변모했다. 더욱이 2013시즌을 앞두고는 마무리 라파엘 소리아노까지 영입해 불펜을 강화했다. 이에 일부 전문가들은 내셔널스를 강력한 우승후보로 내다보기까지 했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워싱턴은 애틀랜타의 벽을 넘지 못해 올 시즌 포스트시즌 진출에도 실패했다. 하지만 스트라스버그와 하퍼가 있다는 이유만으로도 여전히 워싱턴의 미래는 밝다. 내셔널스 파크는 개장한 지 이제 5년에 불과하지만, 스트라스버그와 하퍼를 동시에 볼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메이저리그팬들의 발길은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내셔널스 파크 주요기록.
랜디 존슨 300승 (2009.6.4)
아담 던 300호 홈런(2009.7.4)
스트라스버그 데뷔전 (2010.6.8)
알버트 푸홀스 400호 홈런(2010.8.26)
워싱턴 연고이전 마지막 해였던 2004시즌, 몬트리올의 홈경기 관중은 평균 9356명으로 메이저리그 최하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2013시즌 스트라스버그와 하퍼를 보기 위해 내셔널스 파크를 찾은 관중들은 평균 3만2745명으로 전체 11위까지 올랐다. 메이저리그 연고지 이전의 성공사례로 평가받을 만하다.
다음편 = 볼티모어 오리올스 캠든 야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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