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에 대처하는 김연아·아사다 자세 ‘결정적 차이’
비슷한 점수 불구, 관객 반응은 천양지차
성공률 극과 극, 자신감·순간 재치 김연아 압승
같은 200점대지만 김연아(23·올댓스포츠)와 아사다 마오(23·일본)를 바라보는 관객의 시선은 달랐다.
지난 6~8일 크로아티아 자그레브서 열린 골든 스핀 오브 자그레브에서 합계 204.49점으로 우승을 차지한 김연아는 능수능란한 프로페셔널이었다.
특히 아버지를 위한 헌정 탱고 '아디오스 노니노'는 명품 뮤지컬을 보는 듯했다. 도입부 3회전 연속점프(이하 3-3) 실수마저 뮤지컬 구성요소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덕분에 ‘입장권’ 내고 들어온 관객은 평온한 마음으로 김연아 연기에 몰입할 수 있었다.
반면, 아사다는 일본 후쿠오카에서 열린 2013-14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여전히 관객의 애간장을 태웠다. 프리스케이팅 첫 과제인 2차례 트리플 악셀이 실패로 돌아가자, 관객은 딸의 아슬아슬한 ‘학예회 연극’을 보는 엄마의 심정이 됐다.
왜 이런 시선의 차이가 발생할까. 심리상태가 가장 큰 이유다. 강심장 김연아와 유리심장 아사다는 연기에 대한 자세와 태도, 자신감에서 확연한 차이가 있었고 관객의 반응도 다를 수밖에 없었다.
김연아의 3-3 사냥 성공률은 90%에 육박한다. 또 드물게 실패하더라도 남은 연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오히려 전화위복 계기로 삼고 ‘즉흥적 기지’를 발휘한다. 이번 크로아티아 대회 프리스케이팅이 대표적 예다. 연기 중반 기본점수에 10% 보너스를 받는 구간서 예정된 단독 트리플 러츠에 ‘더블 토루프’를 추가했다. 앞선 3-3 실수를 만회하기 위한 김연아의 대범한 재치였다.
반면, 아사다의 트리플 악셀 성공률은 30% 이하다. 게다가 아사다는 트리플 악셀을 실패하면 남은 과제도 흔들린다. 밴쿠버 올림픽에서도 평소에 하지 않을 실수를 연발, 대성통곡했다. 올해 그랑프리도 마찬가지다. 어김없이 트리플 악셀 후폭풍에 휩싸였다. 그랑프리 4차에선 트리플 악셀 실패 직후 3-2 콤비, 그랑프리 파이널에선 3-2-2이 회전수 부족 지적당했다.
이쯤 되면 현실을 직시할 만한데 아사다는 외나무다리에서 체중을 실어 꽈배기 악셀을 구사한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일본 언론의 과도한 집착과 망상이 아사다를 착각 속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실제로 일본 주요 일간지는 최근 아사다와의 인터뷰를 실으며 “(아사다가) 트리플 악셀 공포에서 해방됐다. 이제는 두렵지 않다”며 소치 올림픽에서도 계속 도전할 것임을 천명했다. 한국에 열등감 느끼는 일본 언론은 직간접적으로 아사다의 무모한 도전을 부추기는 모양새다.
‘만년 고시생’ 아사다, 트리플 악셀이 피겨의 전부가 아니다. 완벽히 소화해도 피겨인생이 꽃핀다는 보장이 없다. 아사다가 존경하는 ‘트리플 악셀 마스터’ 이토 미도리조차 1992 올림픽에서 은메달에 그쳤다.
일본의 진정한 서포터는 아사다가 왜곡된 집착을 멈추길 원한다. 전 세계 팬들에게 영감을 준 천 가지 표정 피겨배우 김연아처럼, 아사다도 귀감이 되는 ‘예술 스포츠 거장’으로 기억되길 바라고 있다. ‘되면 좋고 아니면 말고’ 식으로 연기하는 트리플 악셀을 당장 포기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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