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P' 갖춘 타이론 우즈…용병 장수 잣대

데일리안 스포츠 = 이일동 기자

입력 2013.12.14 09:22  수정 2013.12.15 02:13

인내-끈기-균형 갖춰야 국내서 장수

장타 자체보다 생산적 타격이 가치

우즈는 규모가 큰 잠실을 홈으로 쓰는 두산에 최적화된 타자였다. ⓒ 연합뉴스

흔히 타자들에게 3개의 P가 요구된다고 한다.

거창하게 야구 철학이라고 하지 않아도 야구인이면 수긍하는 '이니셜 P'들이다.

첫 번째 P는 patience(인내)다. 타석에서 노리는 공이 들어올 때까지 참고 기다리는 자세다. 이는 곧 스트라이크를 골라내는 능력, 선구안과 직결된다. 노리지 않은 공까지 맞추려하다 보면 선구안이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두 번째 p는 persistence(끈기)다. 스트라이크존 구석 끝을 파고드는 공을 커트해서라도 타격 기회를 살려내겠다는 의지다. 한화로 이적한 이용규의 ‘커트 신공’을 보면 공에 대한 집중과 끈기를 알 수 있다. 커트 신공을 펼치던 당시 이용규의 눈은 회전하는 공의 실밥을 볼 정도로 집중력이 대단했다.

세 번째 p는 poise(균형)이다. 심리적 안정도 의미하지만 타격 준비 자세에서의 밸런스도 담고 있다. 안정된 타격 자세에서 고타율이 나오는 것은 당연한 이치. 정교한 타격을 하기 위해선 발사 자세에서 파워 포지션으로 가는 구간을 가장 간결한 코스로 체화할 필요가 있다.

'헤라클레스' 심정수와 김태균(한화) 등은 논스트라이드 타법으로 기존의 타고난 힘에 정교함을 더했다. 둘은 역대 국내 타자들 중에서 정교한 파워 스윙을 구사한 우타자로 꼽힌다. 좌타자 중엔 단연 이승엽(삼성)이지만 타격 스타일은 심정수나 김태균과는 정반대다. 그래서 투수에 따른 편차가 심하고 한 번 슬럼프에 빠지게 되면 슬럼프가 장기화된다. 타격 전 안정감이 떨어져 타격폼의 수정이 잦을 수밖에 없다.

이승엽 대척점에 선 타자를로 타이론 우즈를 꼽을 수 있다. 한국 프로야구 시절 삼성과 두산의 주포로 맞대결을 펼친 두 거포는 일본에서도 요미우리와 주니치의 4번으로 다시 진검승부를 벌였다. 우즈는 심정수와 김태균처럼 Poise의 p를 갖춘 몇 안 되는 외국인 타자였다. 사실 우즈는 역대 외국인타자 중 3개의 P를 가장 완벽하게 갖춘 타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4시즌 한국 프로야구에서 우즈 같은 외국인 타자를 다시 볼 수 있을까. 그렇게 될 가능성이 열렸다. 내년부터 프로야구에서 3명 보유 2명 출전(NC와 신생구단 KT는 4명 보유 3명 출전) 외국인선수 제도가 확정됨에 따라 팀 당 타자 한 명씩을 의무적으로 보유하게 됐다. 덕분에 제2의 우즈를 노리는 새 외국인 타자들의 호쾌한 스윙을 자주 접할 수 있게 됐다. 팬들 입장에선 메뉴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셈이다.


칸투 등 '제2의 우즈' 후보들 합류

두산이 영입한 호르헤 칸투가 우즈의 영광을 재현할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힌다. 넥센이 영입한 비니 로티노도 주목할 만한 타자다. 올 시즌 이대호와 함께 오릭스에서 뛴 외야수 로티노는 1군에서는 활약이 미미했지만 2군에서 3할대 중반의 고타율을 기록, 잠재력을 인정받았다. 넥센 염경엽 감독은 타율 0.270 60타점을 마지노선으로 제시했다.

전력이 급상승할 것으로 예상하는 신생구단 NC는 빅리그 출신 좌타자 에릭 테임즈를 영입, FA로 데려온 이종욱과 김종호의 테이블 세터진에 이어 클린업 나성범과 더불어 강력한 좌타 라인을 형성할 전망이다.

롯데는 루이스 히메네스를 영입했다. 베네수엘라 출신인 히메네스는 192cm의 신장에 127kg의 체중을 보유한 거인이다. FA로 영입한 최준석에 이어 이대호를 연상케 하는 외국인타자를 확보한 셈이다. 롯데는 한 명을 최준석이나 히메네스 중 한 명을 지명타자로 기용한다는 복안이다.

삼성은 세인트루이스 출신 외야수 브록 피터슨을 영입한다는 루머가 흘러나왔지만 구단은 확정되진 않았다고 일단 발을 뺐다. 이미 절반의 구단은 외국인 타자를 확정했고, 나머지 구단은 조만간 영입 작업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타이론 우즈나 한화에서 오래 활약한 제이 데이비스처럼 성공한 외국인 타자로 살아남기 위해선 각 팀이 필요로 하는 부분을 충족시켜야 한다. 예전에는 장타력 한 방에 큰 기대를 했지만 지금은 장타 보다는 클러치 타격을 더욱 요구하는 추세다.


'생산적 타격'이 생존 잣대

무엇보다 사정이 다른 팀이 필요로 하는 부분을 충족시킬 필요가 있다.

우즈는 규모가 큰 잠실을 홈으로 쓰는 두산에 최적화된 타자였고 데이비스는 빠른 발과 정교한 타격이 필요한 3번이 필요했던 한화에 맞춰진 외국인 타자였다. 각각의 팀에 생산적인 타자들이었다는 점이 공통점이다.

대체로 힘만 앞세운 스윙보다는 상황에 맞는 타격을 할 줄 아는 외국인 타자가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생산적인 아웃(Productive Outs), 즉 희생번트와 희생플라이와 같이 아웃이 되더라도 팀의 득점에 도움이 되는 진루타를 칠 수 있는 타자들의 고과가 높다.

실속 있는 경우 “알토란 같다”는 말을 많이 한다. 반대로 크게 앞서고 있는 경기에서 나오는 홈런이나 안타는 영양가가 떨어진다는 말을 한다. 실패한 외국인 타자들은 대부분 후자에 가까웠다. 상황에 맞지 않는 타격과 절제 없는 타격 자세, 그리고 성급한 게스 히팅 등 타자에 가장 기본적인 덕목인 세 개의 P가 부족한 타자들이 많았다.

야구 격언 중에 적절한 표현이 있다. 'The Longer the Hitter Can Wait. the Better Hitter He Will Be' 의역하면 공을 오래보는 타자가 위대한 타자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타석에서 가장 단순하면서도 가장 실천하기 힘든 중 하나다. 매 순간 절제해야 하는 인내심을 요구받으니 말이다.

선구안과 원치 않는 공을 커트해 낼 수 있는 능력, 그리고 상황에 맞는 타격을 구사하는 타자들을 한국 야구에서 원한다. 일본과 대만 등 동양 야구 경험을 스카우팅 항목에 올려놓기도 한다.

2014년 외국인 타자 시대가 열린다. 우즈나 데이비스처럼 성공한 타자로 남아 장수할 수 있을지는 3P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게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한 법이다. 과연 국내 프로야구에 살아남는 타자는 몇 명이나 될까. 제2의 우즈, 제2의 데이비스의 탄생이 자못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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