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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이드 반색' 전태풍·리처드슨…새 둥지서 훨훨?


입력 2013.12.20 11:41 수정 2013.12.20 11:47        데일리안 스포츠 = 이준목 기자

4:4 트레이드 핵심 인물..이적 오히려 환영

전 감독과 궁합 안 맞아..교통정리 의미도

전태풍(사진)과 리처드슨은 모두 트레이드 소식이 알려진 직후 아쉬움이나 실망보다는 반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 연합뉴스

최근 프로농구판을 깜짝 놀라게 한 부산KT와 고양오리온스의 4:4 대형 트레이드에서의 핵심은 전태풍과 앤서니 리처드슨이다.

시즌 중 주축선수를 내주며 팀 컬러를 완전히 바꿀 수 있는 수준의 큰 모험을 단행했다. 표면적 이유는 취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변화가 필요했다는 입장이지만, 실제로는 내부 교통정리의 의미도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전태풍과 리처드슨, 모두 원 소속팀 사령탑이던 추일승-전창진 감독과 궁합이 맞지 않았다는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이 된 지 오래다.

전태풍은 지난 시즌 KCC를 떠나 오리온스로 팀을 옮겼다. 오리온스는 김승현 이적 이후 모처럼 KBL 최정상급 포인트가드를 보유하게 돼 희희낙락했다. 하지만 약속된 전술수행 능력, 포지션 분업화를 중시하는 추일승 감독과 볼 소유 시간이 길고 자유분방한 플레이에서 빛을 발하는 전태풍의 농구스타일은 맞지 않았다. 전태풍보다 먼저 오리온스에 입단한 포워드 김동욱과도 역할분담 문제를 놓고 엇박자를 그리기도 했다.

추일승 감독은 올 시즌 들어 포인트가드로 이현민과 한호빈을 중용하는가 하면, 전태풍을 어울리지 않는 2번(슈팅가드) 자리에 자주 기용하고 출전시간도 크게 줄였다. 팀 성적이라도 좋았다면 추일승 감독의 용병술이 설득력을 얻었겠지만 현재 오리온스의 성적은 5할에도 못 미치는 8위다.

리처드슨도 전창진 감독과의 갈등으로 눈 밖에 난 경우다. 찰스 로드 등 외국인선수 문제로 몇 년째 골머리를 앓아온 전창진 감독은 가정적이고 성실한 이미지에 기량도 출중한 리처드슨에 기대가 컸다.

그러나 지난달 중순 아내 출산을 이유로 구단의 반대에도 팀 훈련과 경기에 결장하는 등 독단적인 행동으로 실망을 안겼다. 급기야 지난 15일 울산 모비스전에서는 경기 도중 벤치를 떠나 돌연 라커룸으로 들어가 코칭스태프에 대한 항명 의혹까지 받았다.

또 득점력은 좋았지만 수비나 리바운드 등에서 전 감독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골밑이 약한 KT로서는 기복이 심한 데다 정신적으로도 불안한 리처드슨을 ‘제1옵션’으로 시즌 끝까지 끌고 가기에는 어렵다는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내성적인 리처드슨은 경기 중에는 심한 질책을 서슴지 않는 전 감독 지도 스타일에도 적응하기 어려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태풍과 리처드슨은 모두 트레이드 소식이 알려진 직후 아쉬움이나 실망보다는 반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현 상황에 대해 스트레스가 컸다는 것을 보여준다.

관건은 역시 새로운 감독과의 궁합이다. 전태풍은 KCC시절 이미 대표적인 강성형 지도자인 허재 감독과 호흡을 맞춰본 경험이 있다. 허재 감독은 선수가 좋지 못한 플레이를 할 때는 육두문자도 마다하지 않는 거친 이미지지만, 뒤끝 없고 화끈한 성격으로 실제로는 전태풍과 궁합이 잘 맞았다. 공격적인 면에서는 전태풍이 창의적인 플레이를 펼칠 수 있도록 용인했다.

전창진 감독 역시 허재 감독과 닮은 부분이 많다. 무엇보다 수년째 확실한 포인트가드 부재에 굶주렸던 KT로서는 전태풍 가세로 고민거리를 덜게 됐다. 전태풍은 KT에서는 다시 자신이 원하는 포인트가드로서의 임무를 소화할 것으로 보인다.

오리온스도 리처드슨의 가세로 새로운 해결사를 얻었다. 어차피 이현민과 한호빈을 포인트가드로 중용하려는 추일승 감독에게 전태풍의 공백은 크지 않다. 리처드슨은 외곽슛과 일대일 능력을 두루 갖춰 전태풍이 빠진 만큼의 득점을 충분히 채워줄 수 있다. 좀처럼 큰 소리를 내지 않는 차분한 유형의 리더십도 리처드슨이 추일승 감독과 더 잘 맞을 수 있다는 기대를 거는 이유다.

농구팬들은 트레이드 이후 KT와 오리온스의 대결을 벌써부터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과거의 악연이라고 할 만한 전태풍과 추일승 감독, 리처드슨과 전창진 감독의 재회할 때는 누가 웃을지 주목된다.

이준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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