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철렁' 맨유, 루니 마저 없었다면
판 페르시 부진-베테랑 노쇠화 등 총체적 부실
유일한 버팀목 루니 덕분에 리그 6위 유지
올 시즌 위태로운 행보를 보이고 있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에서 유일하게 꾸준히 제몫을 하고 있는 선수는 웨인 루니(28)다.
데이비드 모예스 감독은 루니의 모습을 보면서 시즌 초반을 떠올리면 아찔하다.
지난 시즌부터 역할 문제와 로빈 판 페르시와의 공존 등을 놓고 갈등을 빚던 루니는 올해 모예스 감독이 부임한 이후 이적을 요청하며 결별 수순을 밟는 듯했다. 맨유의 강력한 거부로 결국 무산됐지만, 한때나마 루니의 이적이 거의 기정사실처럼 굳어지는 듯했다. 실제로 첼시 조제 무리뉴 감독이 루니에게 공개적으로 러브콜을 보내기도 했다.
만일 그때 루니를 놓쳤다면 맨유에 어떤 사태가 발생했을까. 지금의 부진정도는 비교도 안될 만큼 심각한 재앙에 직면했을지도 모른다. 올 시즌 맨유는 '디펜딩 챔피언'이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부진하다.
판 페르시는 지난 시즌의 강력함을 잃고 부상에 시달리고 있다. 베테랑들의 노쇠화와 줄부상은 물론, 주축 선수 대부분이 지난 시즌에 비해 경기력이 크게 하락했다. 그나마 맨유가 이만큼이나마 버틸 수 있는 것은 어려운 순간마다 무게 중심을 잡아준 루니의 활약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내놓은 자식에서 팀의 구세주로 부활했다고 할 만하다.
26일 KC 스타디움서 열린 '2013-14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18라운드 헐 시티와의 원정경기도 절반은 루니가 만들어준 승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맨유는 이날 초반부터 헐시티에 내리 2골을 내주며 끌려가는 경기를 펼쳤다. 이날 전까지 헐시티가 홈에서 8경기 치르는 동안 단 3실점밖에 내주지 않은 것을 감안했을 때 맨유의 역전은 사실상 어려워 보였다.
하지만 위기상황에서 빛을 발하는 것이 바로 스타의 존재였다.
루니는 전반 19분 크리스 스몰링의 헤딩 만회골을 어시스트한데 이어, 26분경 대니 웰벡의 패스를 이어받아 논스톱 발리 슈팅으로 동점골을 넣으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리는 데 성공했다. 이는 루니가 맨유에서 넣은 통산 150번째 리그 골이기도 했다. 에버턴 시절 15골까지 포함하면 개인 통산 EPL 165골이다.
맨유는 후반 헐시티 제임스 체스터의 자책골을 더하며 힘겨운 3-2 역전승을 거뒀다. 승점 3점을 추가한 맨유는 30점으로 한 경기 덜 치른 뉴캐슬(이하 승점28)과 토트넘을 제치고 6위로 올라섰다.
사실 승리를 하기는 했지만 맨유의 경기력은 이날도 우승후보로 불리기에는 부족했다. 수비진에서도 하파엘과 필 존스가 연이어 부상을 당했고 측면날개와 풀백을 모두 소화 가능한 안토니오 발렌시아는 헐시티전에서 퇴장을 당하는 등 전력누수가 겹치고 있다.
맨유는 28일 노리치 시티전을 치른 뒤 다음달 1일 토트넘과 맞붙을 예정이다. 상위권 진입에 갈 길 바쁜 맨유로서는 부상 없이 꾸준히 경기를 소화하고 있는 루니 활약에 기대를 거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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