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가 시끌벅적하다. 명감독의 성추행 논란에 이어 명배우의 갑작스러운 죽음 때문이다.
1일(현지시각) 할리우드의 거장 우디 앨런 감독의 양녀 딜런 패로는 뉴욕타임스에 장문의 편지를 보냈다. 딜런은 "7살 때 앨런이 나를 벽장처럼 생긴 다락으로 데려가 동생의 기차놀이 장난감 앞에 엎드리게 한 뒤 성추행했다"고 폭로했다.
딜런은 "그는 내 입에 엄지손가락을 집어넣거나 무릎에 얼굴을 대고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나는 침대 밑이나 화장실에 숨곤 했다. 이 같은 일은 너무 자주, 일상적으로 일어났다. 워낙 교묘해 어머니가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아버지는 자신이 저지른 일로부터 빠져나갔다. 하지만 이 기억은 나를 평생 따라다닌다. 배우들은 시상식에서 앨런을 치켜세우고 방송과 비평가들은 그를 TV와 잡지에 싣는다. 그 때마다 나는 그의 얼굴을 포스터, 티셔츠, TV를 통해서 봐야 한다. 이후 남자가 나를 만지는 것을 두려워하게 됐다. 섭식장애를 겪었고 자해를 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앨런이 성추행 의혹을 받은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 1992년 앨런은 패로를 성추행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은 바 있다. 당시 앨런의 동거녀였던 미아 패로는 앨런이 입양아 딜런을 성추행했다고 주장했다. 미아 패로는 전 남편과 함께 입양했던 순이 프레빈과 앨런이 사랑에 빠지자 충격을 받은 상태였다. 담당 검사는 "근거는 있으나 기소하지 않겠다"는 애매모호한 말로 논란을 일으켰고 이후 앨런은 아동 성추행 의혹과 관련 줄곧 결백을 주장했다.
딜런의 주장에 대해 앨런 측 대변인 레슬리 다트는 "성추행 주장은 절대 사실이 아니다"라며 "모욕적이고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어 "딜런은 현실과 환상을 구별하지 못한다"면서 "미아 패로의 사주로 일을 저지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앨런은 지난달 12일 열린 제71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평생공로상을 수상했으며 그가 연출한 '블루재스민'은 내달 열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3개 부문 후보작으로 올라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누리꾼들은 앨런을 비난하는 반응과 지켜보자는 의견으로 엇갈린다.
이번 일로 그가 큰 타격을 입지 않는다는 전망도 나왔다. 앞서 앨런이 무혐의 처분을 받았고 그의 작품은 성추행 의혹과 상관없이 평가를 받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앨런의 성추행 의혹이 터진 이튿날(2일), 충격적인 소식이 들려왔다. 할리우드의 대표적인 연기파 배우인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이 47세의 나이로 사망한 것이다. 명배우의 갑작스런 죽음에 할리우드는 슬픔에 빠졌다.
CNN 등 현지 외신에 따르면 이날 호프만은 미국 뉴욕시 소재 자신의 아파트 욕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사인은 약물 과다복용으로 추정된다. 발견 당시 호프만의 팔에 주사기가 꽂혀 있었다고 현지 경찰은 밝혔다. 3일 ABC 뉴스에 따르면 호프만의 자택에서 헤로인이 들어있는 봉지 65개와 비어있는 헤로인 봉지 5개가 발견됐다. 숨진 호프만을 발견한 사람은 그의 친구이자 극작가인 데이비드 카츠였다.
호프만은 오래전 부터 약물 중독에 고통받아 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해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20대 초반 약물 중독에 시달리다 23년간 약물을 끊었다며 "하지만 최근 다시 시작하게 돼 10일간 재활 프로그램을 하고 있다"며 고백했다.
뉴욕대에서 연극을 전공한 호프만은 1991년 '트리플 보기 온 파 파이브 홀'(Triple Bogey on a Par Five Hole)로 영화계에 데뷔했다. 2006년 팩션작가 트루먼 카포티의 실화를 영화화한 '카포티'(Capote)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거머쥐며 스타 반열에 올랐다. 같은 해 개봉한 '미션임파서블3'에서 악역 오웬 데비언 역할을 맡아 국내 영화팬들에게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2012년에는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의 '마스터'에서 랭케스터 역을 맡아 제69회 베니스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차지했다. 최근에는 '헝거게임' 시리즈에서 열연하며 인기를 끌었다.
명배우의 안타까운 죽음에 동료들도 애도를 표했다. 짐 캐리는 트위터를 통해 "당신은 가장 감성있는 배우였다"고 회고했고 저스틴 팀버레이크는 "축복받는 배우였는데 슬프다고"고 고인을 추모했다. 우피 골드버그는 "정말 훌륭한 배우가 떠났다. 거짓말이었으면 좋겠다"며 안타까운 심정을 전했다. 현지 언론도 그의 필모그래피를 조명했다. LA타임스는 "영화 속 호프만은 배역 자체였다"면서 "대체불가한 배우를 잃게 됐다"고 전했다.
호프만은 평소 사생활 공개를 꺼려왔다. 2012년 영국 인디펜던트와 인터뷰에서 "많은 사람들이 내 사생활을 알고 싶어하지만 알리고 싶지 않다"며 "가족 얘기는 더욱 그렇다"고 말했다.
호프만은 지난 1999년 디자이너인 미미 오도넬과 결혼해 쿠퍼와 탈룰라, 윌라 세 자녀를 두고 있다. 가족들은 "그를 떠나보내 슬프다"면서 "그를 위해 기도하고 기억해 달라"는 성명을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