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의 증세시대'…강남 부자들이 돈 굴리는 비결
자산가들 보험상품, 골드바, 외화예금 통한 환차익 통해 비과세 노려
"부자들 사이에선 최근 경제상황을 두고 '어둠의 증세시대' 말이 돈다. 그만큼 돈을 불리기 위한 최근 경제상황은 최악이라는 뜻이다"
부동산 시장은 침체된 지 오래돼 매력적인 투자분야가 아니고, 주식시장은 미국양적 완화 축소로 인한 대외경제의 영향이 커서 그 변동폭을 예측하기 힘들다.
여기에 지난해 금융소득종합과세의 기준이 대폭 낮아져 자산가들은 세금에 대한 부담이 한층 높아졌다. 최고세율인 38%가 적용되는 금융소득 구간이 3억에서 1억5000만 원으로 대폭 낮아졌다.
때문에 올해부터 금융소득이 1억5000만 원을 넘어선 자산가는 최고 누진세율이 적용돼 38%의 세금을 내야한다. 지방소득세 3.8%까지 포함하면 41.5%, 금융소득의 절반가량이 세금으로 날아간다.
마땅한 투자처는 없고, 세금으로 나가는 돈은 불어나면서 '어둠의 증세시대'라는 말이 나돌 만하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부자들의 '돈 굴리기' 트랜드는 '절세'와 '중위험·중수익'이다. 투자 조건의 1순위가 절세이고 여기에 투자 원금 보장, 시중 예금금리 수준에서 약간의 추가 금리만 있다면 관련 상품은 인기다.
강남 부자들, '어둠의 증세' 시대에 절세상품 찾아 삼만리
특히 개인당 2억 원 이하에 대한 장기저축성 보험의 수익에 대해서는 비과세가 적용되다보니 이에 대한 자산가들의 관심이 높다. 1인당 5년 이상 매월 적립하고 이를 10년 이상 유지하면 비과세 혜택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10년 이상 유지하면 2억 원까지 비과세가 적용된다.
2억 이상의 차익은 세금이 부과되기 때문에 '투자'의 목적보다는 1억~2억 가량을 넣어놓고 수익을 생활자금으로 받을 수 있는 상품에 가입하는 자산가들도 상당수다.
이관석 신한은행 자산관리솔루션부 팀장은 "목돈을 넣어놓고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상품이 많지 않아 10년이상 보험 상품에 대한 자산가들의 인기가 높다"면서 "10년 이상의 장기국채의 경우 분리과세를 선택할 수 있다. 자산가들의 최고 관심사는 세금 줄이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기업은행의 한 PB관계자도 "비과세 상품인 국민주택채권은 과거부터 시장에서 취급되던 상품이었는데 최근들어 물량을 찾아보기 힘들게 됐다"고 말했다.
최근 미국 양적완화 축소 등으로 평가손실이 난 브라질 국채의 경우도 자산가들에게는 '비과세'라는 혜택 때문에 인기가 많았다.
저금리·증세시대, 자산가들의 투자, '골드바'와 '환차익'
'절세'라는 투자 요건 때문에 최근 골드바에 대한 투자도 다시 조명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골드바의 경우 금융소득종합과세 적용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매매 수수료가 있지만 시세 차액에 대한 세금부담이 없어 매력적이다.
골드바는 온스당 1500달러 선에서 떨어져 최근 1200달러 선을 유지하고 있어 자산가들 사이에선 장기적인 안목으로 투자해볼 만한 실물자산이다. 최근 대외경제 상황이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안전자산인 골드바에 대해 자산가들이 다시금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신동일 국민은행 압구정 PB센터 VVIP자산관리팀장은 "자산가들 사이에 골드바의 가격이 3~5년 사이 올라갈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경우 골드바를 구입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금값만 상승하면 세금을 내지 않고 차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자산가들에게 매력적인 상품"이라고 말했다.
미국 달러를 보유하고 있는 자산가들의 경우에는 환차익을 노리고 외화예금 상품에 가입하는 경우도 상당수다. 외화예금에서 보장하는 금리는 0%대에 불과하지만 환차익에 세금이 부과되지 않아 매력적이다. 이 때문에 자산가들은 환율 변동을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이에 대해 달러를 매수·매도 하는 등 민감하게 반응한다.
신동일 팀장은 "자산가들이 북한발 이슈에 대해 관심이 많은 이유가 환율과 주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살펴보기 위한 것"이라면서 "환율과 관련해 자산가들의 움직임은 민첩하다.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실물달러 가치의 등락에 따라 매수·매도를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중위험·중수익' 상품도 인기…단기자금 넣어놓고 관망하는 자산가도 많아
일반 예금의 2%대 금리가 너무 낮아 관련 상품에 가입하기를 꺼려하는 자산가의 경우 원금보장형 ELS상품에 가입하는 경우도 부쩍 늘었다. 주가와 연계되는 ELS는 크게 손실을 볼 가능성이 있지만 원금보장형의 경우 원금 손실의 부담이 없고 , 예금금리의 1.5~2배 정도의 수익도 챙길 수 있어 저금리 시대에 안성맞춤인 투자상품인 것이다.
이관석 팀장은 "원금보장형 ELS는 원금이 보장되는 대신 금리가 낮다. 하지만 시중 예금 금리의 1.5~2배 가량의 금리를 챙길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기업은행 PB관계자도 "최근 저금리 시대에 맞춰 자산가들의 기대수익률도 많이 낮아진 상황"이라면서 "원금 보장에 3%중반 정도만 되면 관련 상품으로 자금이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최근 경기가 투자에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 상황을 관망하는 자산가들도 상당수다. 이들은 단기자금운용 금융상품인 MMT나 2~3개월 만기의 특정금전신탁 등에 자금을 넣어놓고 경제 상황을 관망하고 있다.
신동일 팀장은 "미국 출구전략에 따라 주가가 요동치자 자산가들이 몸을 움츠리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2~3개월의 만기가 짧은 상품에 자금을 뒀다가 언제든지 상황이 바뀌면 투자금을 활용할 수 있게 대비하는 자산가들 상당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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