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올림픽 2연패를 위해 그가 보낸 고통의 세월을 돌아본다면...
오랜만에 뻥 뚫렸다. 속이 시원하다. 이상화 선수의 금메달 소식 때문이다.
가뜩이나 답답하던 세상살이였다. 내 일처럼 기뻤고 반가웠다. 밤잠을 설친 대가가 있었다. 정치며, 경제며 뭐하나 속 시원한 게 없던 터였다. 이 선수가 빙판을 누볐던 속도만큼 달라졌으면 좋겠다.
스포츠란 게 그런 것이다. 정직한 땀과 승부에 매료된다. 흘린 땀만큼 값진 보상을 받기 때문이다. 승패에 있어 명쾌하다. 이유가 있을 수 없다. 뭣 때문에 졌느니, 이겼느니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구구한 변명일 뿐이다. 스포츠에 국민들이 열광하는 이유다. 그것 때문에 카타르시스를 느끼기도 하고 메시지를 보기도 한다.
이상화 선수는 25살 아가씨다. 한창 멋을 내고 다닐 나이다. 남자친구와 함께 달콤한 연애를 꿈꿀 시기인 것이다. 모든 것을 빙판에 쏟았다. 그것을 포기했다. 그 대가를 받은 것이다. 아낌없는 박수와 환호가 있을 수밖에 없다.
최근 이 선수의 허벅지가 화제에 올랐다. 보통 아가씨의 허리둘레 크기다. 23인치라고 하니 말이다. 본인의 말에 의하면 “원래부터 그렇게 크지 않았다”고 한다. 오랜 훈련 과정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했다.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 더 굵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체중은 준 반면, 다리 근력이 늘어난 탓이다.
12일 새벽, 출발선에 선 이 선수의 다리가 유달리 돋보였다. 앳된 아가씨가 화장과 몸매를 포기하고 얻은 것이다. 장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했다. 얼마나 힘들었을까. 이 선수의 굵은 허벅지를 보는 국민들의 마음은 똑같았다. 외설적이지도, 흉스럽지도 않았다. 그렇게 강한 다리를 만들기 위한 노력에 경의를 보냈다. 박수를 쳤다.
북유럽 등 서양 선수들에 비해 체격도 작다. 키도 10센티 이상 차이가 났다. 힘도 다를 것이다. 그 한계를 극복한 것이다. 자신의 목표를 위해 꾸준히 진화시켜 나간 것이다. 여성으로서 아름다움을 포기한 채 말이다.
주어진 것에 안주하거나 포기하지 않았다. 그럴 수 있었다. 특히 캐나다 밴쿠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었다. 선수로서 최고의 위치까지 간 것이다. 그것에 만족하지 않은 것이다. 즐길 수 있었다는 말이다. 철저한 자기 절제와 관리를 한 것이다. 유혹을 물리쳤다. 그래서 이 선수는 당연히 아름다울 수밖에 없다.
이것을 본받아야 한다. 이 선수가 포기한 것이 무엇인지, 그래서 얻은 것이 무엇인지 말이다. 세계적 발레리나 강수지의 ‘뭉툭한 발’을 보고 감동을 받았다. 세계적 피겨선수인 김연아 선수의 노력을 보고 박수를 보낸다. 이상화 선수의 ‘굵은 허벅지’도 그런 것이다.
입맛대로 해석하고 주장하는 사회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막무가내로 삿대질을 한다. 정의보다는 필요에 따라 사회악으로 규정짓는 것이 요즘이다.
노력하기 보다는 요행과 행운을 바란다. 한 푼, 두 푼 모으는 것보다는 일확천금을 꿈꾼다. 정의와 진실보다는 무엇이 더 이익인가를 따진다. 다함께 사는 것이 아니라 내 편과 남의 편으로 구분 짓는다.
정치권도 그렇다. 국가의 발전과 미래를 위한 땀과 노력은 보이지 않는다. 따가운 질책보다는 박수소리만 쫓아다닌다. 정의보다는 당리당략에 목소리가 높다. 국민의 행복보다는 대권을 쫓는 숨 가쁜 발자국만 보인다.
박수를 받는 것은 감동이 따를 때다. 감동이 없으면 박수도 없다. 이상화 선수가 받은 박수가 그런 것이다. 일등을 해서, 금메달이 좋아서가 아니다. 그것을 위해 한 걸음, 한 걸음씩 노력한 땀이 느껴져서다.
그것이 진실이고 진리다. 이상화 선수의 올림픽 신기록과 2연패를 본받자는 게 아니다. 25살 아가씨가 아름다움과 멋을 포기한 채 노력한 땀이다. 그게 감동인 것이다. 국민이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는 이유다. 술수나, 전략보다는 진실 되게 노력하는 모습이다.
새정치도 좋고, 선거도 중요하다. 권력도 그렇고, 삶도 그렇다. 출세도 해야 하고, 돈도 벌어야 한다. 그러나 거저 얻는 것은 절대 없다. 대가를 치르고, 땀이 흘러야 한다. 그게 세상이치다.
국민들이 진실로 느껴져야만 박수를 보낸다는 말이다. 이상화 선수의 금메달 소식이 반갑다. 그 속에 배인 땀과 노력의 가치도 함께 느껴졌으면 한다. 그래야 이 선수의 금메달이 진정한 가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