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시오패스' 신성록, 차원 다른 '악역의 존재감'
'별그대'서 반사회적 인격 장애 캐릭터 선봬
전무후무한 인물로 그려내며 '묵직한 존재'
"네가 그날 다 들었구나. 일이 번거롭게 됐네. 너 불면증 있다고 하지 않았어? 건강관리 잘해. 유라 그렇게 되고 나니 네가 신경쓰여."
지난 2일 방송된 SBS '별에서 온 그대'(이하 '별그대') 6회에서 천송이(전지현)를 바라보는 이재경(신성록)의 섬뜩한 눈빛은 공포심마저 자아냈다. 항상 반듯하고 침착한 재경은 겉으로 보기에는 완벽한 남자다. 재벌 후계자로 아버지의 뜻에 따라 기업경영에도 열심이고 자원봉사활동에도 빠지지 않는 모범적인 사회 지도층이다.
하지만 반전이 있다. 자신의 목적을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 소시오패스다. 소시오패스란 사회를 뜻하는 소시오(socio)와 병리 상태를 의미하는 패시(pathy)의 합성어로 반사회적인 인격 장애를 일컫는다. 국내 드라마에서는 자주 볼 수 없는 캐릭터다.
재경을 연기하고 있는 신성록은 흔하지 않은 캐릭터를 완벽하게 자기 것으로 소화해 강렬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특히 극이 진행될 수록 그의 대사와 행동은 많은 패러디물로 재탄생돼 화제의 중심에 섰다.
자신에게 결혼을 요구하는 여배우 한유라(유인영)와 회사 경영에 걸림돌이 됐던 황이사를 죽일 때 했던 대사 "건강관리 잘해"는 시청자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며 '별그대'의 명대사가 됐다. 누리꾼들은 지난 설 연휴 때 '별그대'가 특집영화 편성으로 결방되자 "SBS 관계자분들 건강관리 잘하세요"라며 신성록의 말투를 흉내냈다.
또 살인 출동을 느낄 때마다 못 모양의 반지를 만지작거리는 행동은 '반지작 반지작'이라는 유행어를 탄생시켰다. 그가 꼈던 반지는 한 때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에 올랐고, 반지를 제작한 브랜드의 홈페이지도 덩달아 관심을 받았다.
심지어 신성록의 묘한 표정이 카카오톡 이모티콘 캐릭터인 '카톡개'와 닮았다는 주장도 나와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신성록과 '카톡개'를 비교하는 게시물이 올라와 시청자들에게 또 다른 즐거움을 줬다. 급기야 그의 외모가 백석 시인과 비슷하다는 근거로 극중 재경도 도민준과 같은 외계인이라는 내용이 담긴 코믹한 패러디물이 퍼져 나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신성록의 존재감과 인기를 증명할 수 있는 대목이다.
'별그대' 공식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신성록의 색다른 악역 연기에 대한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시청자들은 "신성록의 눈빛 연기가 오싹해서 속삭일 때 소름이 돋았다" "김수현에 지지않는 카리스마다" "예전 역할에서는 볼 수 없었던 연기라서 진짜 소시오패스처럼 느껴진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러한 관심에 힘입어 신성록의 연기 변신은 전지현과 김수현 못지않게 드라마의 인기 요인으로 급부상했다. 김수현을 향해 "네가 지금 살아있는 건 내가 살려뒀기 때문이야"라며 경고하는 장면에서는 김수현에 밀리지 않는 존재감을 과시했고, 살인 타깃 전지현을 바라보는 눈빛에서는 팽팽한 긴장감을 자아내며 시청자들의 심장을 '쫄깃'하게 만들었다.
'별그대'는 전지현의 브라운관 복귀작이자 전지현과 김수현의 두 번째 만남으로 방송전 부터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스포트라이트는 두 사람에게 쏠렸다. 드라마 방송 전 열린 제작보고회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질문과 관심은 거의 전지현에게 집중됐다. 신성록은 '별그대'에 가장 늦게 합류한 배우다. 이휘경 역을 맡기로 한 최민이 부상으로 하차하면서 이재경 역에 캐스팅 됐던 박해진이 휘경을 역을 맡고 신성록이 재경을 맡게 됐다.
이에 대해 신성록은 제작발표회에서 "급하게 출연하게 돼서 빨리 준비해야 해서 정신없이 연기하고 있다. 드라마에 누가 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캐릭터에 대한 부담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걱정은 기우였다. 신성록은 반듯한 재벌 후계자 이면에 잔인함을 숨겨둔 이중적인 모습으로 생에 첫 악역 도전을 능숙하게 소화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드라마 '고맙습니다' '내 인생의 황금기', 영화 '6년째 연애중' '김종욱 찾기', 뮤지컬 '드라큘라' '카르멘' 등 다수의 작품을 통해 쌓은 연기 내공이 캐릭터를 뒷받침하며 뜨는 악역 캐릭터를 만들어낸 것. "신성록의 연기 덕분에 드라마가 살 것 같다"는 장태유 PD의 믿음이 시청자들에게 그대로 전달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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