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화 스토리 등 인생 역정 집중조명
“한국에서는 안현수가 소중하지 않았다”
‘쇼트트랙 황제’ 안현수(29·빅토르 안)가 2014 소치 동계올림픽을 통해 러시아의 국민적 영웅으로 자리매김했다.
안현수는 쇼트트랙 남자 1500m에서 동메달을 따낸 데 이어 1000m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시련의 8년을 마감하고 제2의 전성기를 활짝 열었다. 특히 운동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실현하기 위해 러시아의 국적을 선택했다는 점에서 세계적인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러시아 언론도 안현수의 금메달 소식을 대서특필하면서 귀화 스토리 등 ‘인간 빅토르 안’의 이야기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한국빙상연맹이 안현수를 소중히 여기지 않았음을 강조하면서 러시아가 안현수의 재기를 도왔음을 강조했다.
러시아 관영 일간지 로시스카야 가제타(RG)는 16일 기사를 통해 “안현수의 귀화 전 한국 상황은 매우 심각했다”며 안현수가 한국빙상연맹으로부터 사실상 버림받았다고 전했다.
RG는 “한국에서도 쇼트트랙 우승자는 추앙받는다”면서 2006 토리노 동계올림픽 3관왕 안현수가 한때 국민적 영웅이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한국은 두꺼운 선수층을 갖추고 있는 만큼, 한 번 패하면 다른 선수로 빠르게 대체된다”면서 “그는 심각한 부상으로 많은 돈이 필요했다. 한국의 빙상연맹은 그를 외면하고 은퇴를 제안했다”고 비꼬았다.
이 같은 상황은 러시아에겐 기회였다. RG는 “러시아 빙상연맹 새 회장이 된 알렉세이 크라프초프가 안현수에게 귀화를 제안했고 안현수가 받아들였다”면서 “국적 부여에는 시간이 필요했지만 당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직접 나서 안현수의 러시아 국적을 인정해줬다”고 러시아의 귀화 과정을 소개했다.
이밖에 관영 통신사 등 러시아 주요 언론들도 안현수의 이야기를 상세히 소개하고 있다. 이들은 하나같이 안현수가 한국이 아닌 러시아가 만들어낸 ‘쇼트트랙 황제’임을 강조하면서 기쁨을 나누고 있다. 그야말로 러시아 현지는 안현수 신드롬으로 열기가 뜨겁다.
한 언론은 안현수가 이름을 빅토르 안으로 정한 사연도 상세히 소개했다. 안현수는 빅토르가 승리를 뜻하는 단어라는 점, 한국에도 잘 알려진 록가수 빅토르 최처럼 유명해지기를 바라는 마음, 러시아어를 아는 사람들에게 쉽게 기억되기를 바라는 마음 등을 담아 이름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안현수 신드롬에 열광하고 있는 러시아와 달리 한국은 ‘안현수 후폭풍’에 휩싸였다. 국내 누리꾼들은 안현수가 귀화할 수밖에 없었던 파벌싸움, 빙상연맹의 무능력, 과거 폭행 사건 등을 문제 삼으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