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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바랜 금메달 소트니코바, 차라리 양심고백?


입력 2014.03.08 11:47 수정 2014.03.09 09:42        데일리안 스포츠 = 이충민 객원기자

러시아 연맹, 소트니코바 세계선수권서 제외

우물 안 챔피언 '제2의 사라 휴즈' 될 공산 커

'올림픽 챔피언' 소트니코바가 세계선수권에 불참한다. ⓒ 연합뉴스

모든 물건에는 알맞은 임자가 있는 걸까. 신데렐라 유리 구두에 억지로 발을 구겨 넣은 아델리나 소트니코바(18·러시아)가 진퇴양난에 빠졌다.

러시아 피겨연맹 피세예프 회장은 오는 24일 일본서 개최하는 ‘2014 ISU 피겨 세계선수권’에 출전할 명단을 공개, ‘소치 금메달리스트’ 소트니코바를 제외했다.

대신 피세예프 회장은 율리아 리프니츠카야(16)와 안나 포고릴라야(16)가 러시아를 대표해 출전한다고 발표했다. 소트니코바는 예비명단(후보)에 등록됐을 뿐이다. 예비명단이란, 리프니츠카야와 포고릴라야 중 한 명이 불참할 경우를 대비해 작성한 명단으로 사실상 출전이 불투명하다.

이는 의외일 수밖에 없다. 당초 소트니코바는 세계선수권 출전을 간절히 바라왔기 때문이다. 소트니코바는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낸 직후, “내가 김연아(2위)보다 기술적으로 우수했다”며 “2014 세계선수권서 다시 한 번 정상에 서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러나 타의에 의해 지키지 못할 약속이 되고 말았다.

소트니코바는 겨우 18세에 불과한 앞길이 창창한 선수다. 그리고 각종 국제대회 경험이 중요한 시기다. 차곡차곡 실전을 쌓아야 ‘2018 평창 올림픽’까지 좋은 경기력을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올림픽 금메달 따내며 제2의 사라 휴즈가 된 모양새다. 이미 북미와 유럽 피겨 관계자들은 소트니코바를 탐탁지 않게 바라보는 모습이다.

일본 빙상연맹도 소트니코바를 피겨여왕으로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다. 국제빙상연맹(ISU)의 ‘간판 스폰서’이기도 한 일본은 소치 올림픽에서 러시아의 행태에 치를 떨었다. 아사다 마오가 트리플 악셀에서 넘어지자 러시아 관중은 폭소를 터트렸다. 반면, 소트니코파와 리프니츠카야는 실수를 범했음에도 러시아 홈 어드밴티지 이상의 거품점수를 받아 일본에서도 개탄의 메아리가 들렸다.

피겨는 심판이 채점하는 특성상 주관이 많이 개입될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해 개최지의 유리함을 부정할 수 없다. 북미에서 열리면 북미 선수들이, 유럽서 개최되면 유럽 출신이, 일본서 열리면 일본 선수가 높은 점수를 받아왔다.

소트니코바는 지난해 일본 후쿠오카에서 열린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173.30점으로 5위에 그쳤다. 그리고 이번 세계선수권도 일본 사이타마에서 열린다. 이를 염려한 러시아 피겨연맹이 임의대로 소트니코바의 출전 의지를 꺾은 배경이 엿보인다.

오도 가도 못하는 처지인 소트니코바에게 주어진 선택권은 그리 많지 않다. 그들만의 우물 안 챔피언으로 남느냐, 올림픽 금메달은 ‘점수 퍼주기’ 덕분이었다고 양심고백을 하느냐다. 실전 경험을 쌓아야 할 시기,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국제대회에 출전할 수 없다면 차리라 금메달을 반납하는 게 나을 수도 있다. 러시아 피겨연맹도 언제까지 손바닥으로 소트니코바를 가릴 수 없다.

이충민 기자 (robingibb@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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