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경기 홈런 3방’ 제2의 박병호 탄생하나
‘투수→타자 전향’ 넥센 이적 후 급성장
일단 2군서 경험 쌓은 뒤 1군 합류 예고
넥센 히어로즈가 시범경기에서 또 한 명의 거포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우타자 강지광(24)이 그 주인공이다. 강지광은 13일 목동구장서 열린 SK 와이번스와의 시범경기에 선발 우익수 및 2번 타자로 출전, 4타수 2안타(2홈런) 3타점을 기록하며 6-0 승리를 이끌었다. 강지광은 SK 선발 조조 레이예스를 상대로만 2개의 홈런을 작렬했다.
지난 8일 두산과의 홈경기에서 유희관으로부터 뽑아낸 홈런 포함해 시범경기 5경기에서만 벌써 3개의 홈런을 뽑아냈다.
강지광은 제2의 박병호로 주목받고 있다. 인천고를 졸업하고 2009년 드래프트 2차 3번(전체 20번)으로 LG 트윈스에 입단한 강지광은 팔꿈치 수술 후 투수에서 타자로 전향했다. LG 시절 만년 유망주로 꼽히던 그는 넥센 이적 이후 타자로서 급성장을 거듭했다. 이미 MVP급 타자로 성장한 박병호의 궤적을 떠올리게 한다.
타고난 파워는 물론 선구안도 갖추고 있다. 넥센이 지난 2차 드래프트에서 LG 보호선수 명단에 빠진 강지광을 영입한 가장 큰 이유도 그 파워에 있었다. 넥센 관계자는 "보자마자 박병호를 떠올렸다. 타고난 힘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만큼 잠재력이 보였다"고 회상했다.
본격적인 타자로 전향한 지 몇 개월 되지 않음에도 강지광은 벌써 빠르게 새로운 역할에 적응하고 있다. 투수 출신답게 상대 투수의 볼 배합을 읽는 눈이 뛰어나 웬만해서는 수 싸움에 밀리지 않고 유인구에도 잘 속지 않는다.
물론 아직은 요령이 부족하다보니 순간적인 대응력은 떨어지는 편이지만, 시간이 좀 더 지나고 경험이 쌓이면 충분히 타자로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투수로 활약하다 프로에서 타자로 전향해 오히려 대성한 경우는 종종 찾을 수 있다. 이승엽과 추신수 등이 대표적이다. 이승엽은 데뷔 당시 투수로 삼성에 입단했지만 코칭스태프의 권유로 타자로 보직을 변경한 이후 한국야구 홈런 역사를 다시 쓴 대타자로 성공했다.
추신수 역시 미국진출이후 타자로 자리 잡으며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5툴 플레이어로 성장했다. 이밖에도 이대호나 이호준 등도 역시 아마 시절엔 투수로 명성을 떨쳤던 선수들이다. 강한 어깨와 하체, 밸런스를 겸비한 투수출신 타자 중 유독 성공한 거포들이 많다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그러나 잠재력은 아직까지는 잠재력일 뿐이다. 강지광의 성장 가능성이 곧 기대치와 반드시 일치한다는 보장은 없다. 염경엽 감독은 시범경기에서의 맹활약에도 불구하고 일단 강지광의 시즌 출발은 2군에서 시작하게 할 방침이다.
이미 넥센의 다음 시즌 주전라인업이 이미 확정된 데다 어설프게 1군 벤치에서 시간을 보내느니 2군에서라도 경기에 꾸준히 출전시키는 게 오히려 기량향상에 더 보탬이 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하지만 강지광이 꾸준히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면 언제든 시즌 중에 1군에 복귀해 기회를 얻을 가능성은 대단히 높다. 넥센이 박병호에 이어 강지광을 통해 또 다른 이적생 신화를 연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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