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예스 생살여탈권 쥔 맨유 우승 시나리오

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

입력 2014.03.23 08:02  수정 2014.03.23 08:47

챔피언스리그 우승 차지할 경우 극적인 반전

2012년 첼시도 어려운 상황 속에서 빅이어 차지

챔피언스리그 우승에 목을 매야하는 데이비드 모예스 감독. ⓒ 게티이미지

올림피아코스를 꺾고 모처럼 활짝 웃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의 데이비드 모예스 감독이 다시 고민에 빠졌다.

맨유는 21일(이하 한국시각) 스위스 니옹서 열린 UEFA 챔피언스리그 8강 대진 추첨에서 디펜딩 챔피언 바이에른 뮌헨을 만났다.

지난 시즌 빅이어를 들어 올렸던 뮌헨은 올 시즌 펩 과르디올라 체제를 맞아 더욱 강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챔피언스리그서 6승 1무 1패(20득-6실)로 순항한데 이어 리그에서는 아예 무패 가도를 달리며 사실상 우승을 찜해놓은 상황이다.

반면, 맨유는 이번 8강에 오른 팀들 가운데 조별리그 및 16강 성적(5승 2무 1패)이 가장 좋지 못하다. 리그 역시 7위에 머물고 있기 때문에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는 물론 유로파리그조차 장담할 수 없는 형편이다.

맨유는 지난해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은퇴한 뒤 '선택된 자'(Chosen one) 데이비드 모예스 감독이 부임했다. 그러나 모호한 전술과 선수 장악력에 있어 빅클럽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비판이 연일 제기되고 있다.

시즌 내내 경질설에 시달리고 있는 모예스 감독이 맨유 지휘봉을 계속 잡기 위해 해야 할 일은 단 하나다. 바로 챔피언스리그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면 된다. 빅이어를 손에 쥘 경우, 리그 성적에 상관없이 다음 시즌 본선 진출권까지 덤으로 얻어 그야말로 생살여탈권을 쥐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장 마주하게 될 뮌헨이라는 벽이 너무도 높아 보이지만 현실적으로 챔스진출권을 따내기 위해서는 리그보다 챔피언스리그 우승이 수월한 게 사실이다. 현재 맨유는 리그 8경기를 남겨둔 가운데 전승을 거두더라도 승점 75에 머물러 4위 진입이 결코 쉽지 않다.

하지만 챔피언스리그 토너먼트는 꼭 승리만을 요구하지만은 않는다. 극단적으로 8강, 4강, 결승까지 5경기서 5무를 거두더라도 우승할 수 있는 게 챔스의 묘미다.

모예스 감독 입장에서는 2011-12시즌 첼시의 행보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첼시는 젊은 용장 안드레 빌라스-보아스 감독을 맞았지만 시즌 초반부터 삐걱거렸고, 이를 보다 못한 로만 아브라모비치 구단주가 2012년 3월 전격 해고 조치를 내렸다.

27라운드까지 치렀던 당시, 첼시의 순위는 차기 챔피언스리그 진출을 장담할 수 없던 5위(최종 순위는 6위). 결국 로베르토 디 마테오 감독대행은 리그를 포기하는 대신 챔피언스리그에 ‘올인’하게 된다. 그리고 첼시의 전략은 보기 좋게 맞아 떨어졌다.

16강 원정 1차전에서 나폴리를 상대로 1-3 패했지만 홈에서 4-1 승리를 거두며 분위기를 끌어올린 첼시는 8강에서 벤피카를 만나 1~2차전 합계 3-1로 4강 진출에 성공했다. 결승으로 가는 길목에서 만난 상대는 ‘세계 최강’ 바르셀로나였다.

객관적인 전력상 첼시의 열세가 점쳐진 가운데 디 마테오 감독이 구사한 전술은 극단적인 수비에 이은 역습이었다. 결국 첼시는 홈 1차전에서 1-0 승리를 거둔 뒤 원정 2차전에서 그 유명한 페르난도 토레스의 단독 드리블에 이은 골로 바르셀로나를 격침하기에 이른다.

결승에서도 바이에른 뮌헨을 만나 수비 위주의 전략으로 많은 비판을 받았지만 결과적으로 빅이어의 주인공이 되며 첼시는 웃을 수 있었다. 첼시가 16강 토너먼트부터 결승까지 거둔 성적은 4승 2무 1패로 굳이 많은 승수가 필요 없어도 우승할 수 있음을 증명한 시즌이었다.

물론 첼시의 전략이 통할 수 있었던 이유는 강력한 수비라인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당시 첼시는 중앙수비수 존 테리와 게리 케이힐이 부상과 경고 누적 등으로 제구실을 못했지만 애쉴리 콜-다비드 루이즈-블라니슬라프 이바노비치-조제 보싱와로 이뤄진 포백라인이 철통방어에 나섰고, 페트르 체흐 골키퍼가 매 경기 야신이 빙의된 듯 신들린 선방쇼를 펼쳤다.

이와 달리 올 시즌 맨유는 수비에 큰 약점을 드러내는 게 사실이다. 파트리스 에브라와 네마냐 비디치는 확연히 폼이 떨어진 모습이고, 이미 노쇠화가 진행 중인 리오 퍼디난드도 믿고 맡기기에는 불안하기 마찬가지다.

그래도 희망이 없지는 않다. 필 존스를 필두로 크리스 스몰링, 하파엘 등 젊은 수비수들이 점차 안정을 찾아가기 때문이다. 특히 퍼거슨 전 감독의 잔소리에서 벗어난 다비드 데 헤아 골키퍼는 올 시즌 곤충급 반사신경으로 가장 믿음직한 수문장으로 거듭났다.

로빈 판 페르시의 골 결정력과 웨인 루니의 활동량도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 두 선수 모두 모예스 감독과의 불화설에 시달렸지만 최근 들어 경기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며 월드클래스다운 면모를 선보이고 있다. 쉽지 않은 우승 시나리오지만 ‘명가’ 맨유가 2012년 첼시의 기적을 재연하지 못하란 법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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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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