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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과 안철수 화법, 알고 보니 비슷?


입력 2014.04.15 08:59 수정 2014.04.15 09:26        조소영 기자

'분절 화법' 비슷하지만 '정치 경력' 비추어보면 안, 아직도 교수 스타일

정치인들이 자신의 스타일이 가미된 화법(話法)을 구축했다는 것은 추후 ‘유력 정치인’으로 발돋움할 수 있다는 방증과도 같다. 대한민국의 수많은 정치인들 중 자신만의 색(色)을 국민에게 각인시켰다는 뜻이 되기 때문이다. 직설, 완곡 혹은 또 다른 어떤 형태의 화법이냐에 따라 해당 정치인의 이미지는 결정된다.

단연 대한민국의 ‘파워 정치인’이라 꼽을 수 있는 박근혜 대통령과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도 자신만의 화법이 있다. 흥미로운 것은 두 인사의 화법이 비슷하다는 것이다. 여야라는 대척점에서 사사건건 부딪치는 인물들 간 화법이 대동소이하다는 것은 반어적인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이 화법이 ‘주목받는 정치인’이 되기 위한 ‘비법’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박 대통령과 안 대표는 소위 ‘분절 화법’을 활용한다. 문제점이나 대안을 ‘첫째, 둘째’와 같이 끊어서 제안하는 것이다. 최근의 사례만 살펴봐도 이 같은 스타일은 확연하게 드러난다.

박 대통령은 지난 1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8차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에서 산학연 협력 모델 협력 구축을 위해 지혜를 모아달라는 주제를 강조하면서 “몇 가지 당부 말씀을 드리고자 한다”고 운을 뗀 후 “우선 창조경제 시대에 맞게 정부 출연연구소의 역할을 재정립했으면 한다”, “두 번째로 금융권도 창조경제 구현을 적극 뒷받침해야 한다”, “세 번째로 공과대학이 창조경제의 전진기지로 탈바꿈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일단 ‘어떤 부문에서 몇 가지 문제가 있다’고 추상적으로 제시한 후 이를 구체적으로 풀어나가는 식이다. 몇 개의 주장을 그저 나열한다는 점에서 ‘지도자의 말하기’로는 매우 단순하다고 비판할 수 있지만, 그렇기 때문에 청자가 명료하게 알아들을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의 화법엔 어딙지 비슷한 부분이 있다는 의견이 많다.(자료사진) ⓒ청와대 / 데일리안

박 대통령의 지난달 28일 독일 드레스덴 공대 연설에서도 이 같은 형식을 엿볼 수 있다. 그는 이날 연설에서 “북한 당국에게 세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고 한 뒤 “첫째, 남북한 주민들의 인도적 문제부터 해결해 나가야 한다”, “둘째, 남북한 공동번영을 위한 민생 인프라를 함께 구축해 나가야 한다”, “셋째, 남북 주민간 동질성 회복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해당 화법의 사용이 더 두드러진다. 그는 지난 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두 가지 문제점을 지적한다”면서 “첫째, 안보에 대한 전면적인 점검이 필요하다”, “둘째, 허술한 안보보다 더 엄중한 문제는 국방부의 거짓말이다”라고 꼽았다. 그는 앞서 지난 4일 최고위원회의에서도 “한 나라의 상황을 가장 잘 나타내는 지표가 ‘두 가지’ 있다”면서 발언을 이어갔다.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과 안 대표가 공통된 ‘분절 화법’을 사용하는 이유가 ‘이공계 출신’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복잡한 문제를 단순화시켜 차근차근 풀어나가는 ‘이공계의 특성’이 화법에 반영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박 대통령은 서강대 전자공학 학사 출신이고, 안 대표는 서울대 의학 학사, 펜실베이니아 대학원에서 공학 석사 등을 거쳤다.

'정치 이등병'과 '정치 병장'의 화법 차이는?

물론 두 인사의 화법은 ‘정치 경력’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다.

정치인들은 어떤 사안에 대한 자신의 의지를 강조하기 위해 명료할 뿐만 아니라 듣는 사람의 뇌리에 남고 곱씹을 수 있는 말을 남기는 것도 중요한데 ‘정치 이등병’인 안 대표는 이에 힘을 쏟기 보다는 아직 장황한 설명을 덧붙이는 ‘교수 스타일’을 선보인다.

반면 ‘정치 병장’인 박 대통령은 핵심을 꿰뚫는 문장을 내놓는다. “나도 속고 국민도 속았다”, “통일은 대박”,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해 한 번 물면 살점이 뜯겨나갈 때까지 안 놓는 ‘진돗개 정신’으로 해야 한다”와 같은 것들이다. ‘촌철살인’과 ‘비유 화법’을 적절히 오가는 것이다.

안 대표는 가깝게는 김한길 새정치연합 공동대표와도 비교할 수 있다. 건국대 정치외교 학사, 소설가로서 ‘완벽한 문과 출신’이자 고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서 정치를 배우는 등 ‘노련한 정치인’인 그는 국가정보원 선거개입 사건을 독일 나치의 만행에 비유하거나 박 대통령을 아베 신조 일본 총리에 비유하는 등 ‘비유 화법’을 종종 활용하고, 같은 내용을 여러 번 말하는 ‘반복 화법’도 애용한다.

한편, 이외에도 정치권에서 자신만의 화법으로 주목받는 인사들은 새누리당 소속 홍준표 경남도지사와 이재오 의원, 새정치연합 소속 박지원 의원과 문희상 상임고문, 정의당 소속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등을 꼽을 수 있다.

이중 홍 지사와 유 전 장관은 그대로 상대방을 정면 돌파해버리는 ‘직설 화법’, 이 의원은 에둘러 비판하는 ‘언중유골 화법’, 박 의원은 완벽한 근거 자료를 토대로 상대의 약점을 명확히 짚어내는 ‘명의 화법’으로 유명하다.

문 고문은 ‘우스개 화법’으로 경직된 분위기를 녹인다. “진짜 비대위원은 몸이 비대한 나”와 같은 발언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구 민주당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을 당시 자신의 우람한 몸을 농담 소재로 삼아 언급한 것으로 총·대선 패배로 얼어붙었던 당에 잠시나마 훈훈한 기운을 불어넣었다는 평을 받았다. 문 고문은 민생 현장에서도 이와 비슷한 발언들을 이어가 ‘친근한 이미지’를 얻기도 했다.

조소영 기자 (cho1175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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