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쇼크' 대한민국 '올스톱' 일상으로 복귀를...
전국적 애도 분위기 속 산업·유통·관광 타격
내수 침체에 국가경쟁력 추락 "일상성 회복을"
세월호 대참사로 인해 대한민국이 비탄에 잠기며 올 스톱됐다. 전국적인 애도와 추모분위기 속에서 당장 일선 학교의 수학여행이 전면 중단됐고, 대학 축제도 줄줄이 취소되거나 연기되고 있다. 기업들도 흥미위주의 이벤트나 호화로운 광고 등 애도분위기를 해치는 마케팅활동을 전면 취소하거나 연기하는 등 자제하고 있다. 슬픔에 빠진 국민들은 여행이나 외식, 쇼핑을 자제하는 등 소비활동이 크게 줄어들면서 경제 전반이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
이처럼 대한민국 곳곳에 '세월호 트라우마’(정신적 외상)가 급속 확산되면서 점차 이를 경계하는 목소리도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올해들어 오랜만에 활기를 띠기 시작했던 내수소비가 이번 세월호 참사로 급격히 위축되고, 밖으로는 빠른 경제성장과 달리 안전불감증이란 어두운 면이 부각되면서 국가신인도 및 경쟁력에도 타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유통과 관광, 문화 산업 등 내수에 주력하는 시장들이 급격하게 얼어붙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아직 사고가 모두 수습된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당분간은 대외활동을 자제하며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향후 시장 활성화 방안도 신중하게 고민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기업 행사 잇따라 취소…올스톱된 대한민국
기업들은 전국적인 애도분위기 속에서 광고나 이벤트 등 마케팅활동을 자제하고 있다.
내수 시장의 흐름과 단기적 이슈에 영향이 비교적 적은 전자업계 마저도 세월호 침몰 사고에 따른 악영향을 피하지 못했다.
전자업계 한 관계자는 “전자 중심 업종들은 대부분 내수 시장보다는 해외 시장 중심인데다 제품별로 중장기적 전략을 두고 판매가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아 이번 사고와 관련된 영향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전국적인 추모 분위기 확산으로 위축된 소비도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또다른 전자업계 관계자는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판매 매장 방문 고객이 10~15% 정도 감소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정확한 판매 감소액은 나오지 않았지만 국내 시장에서의 소비 위축이 지속될 경우 실적에 악영향은 불가피하다”고 전했다.
이처럼 세월호 침몰 사고가 전국민을 슬픔에 빠지게 한 참사인 만큼 기업들은 내수 시장 위축에 대한 대안을 선뜻 내놓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전 국민적으로 애도의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는 만큼 섣불리 매출 문제를 논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통신업계는 세월호 참사를 애도하는 차원에서 재미있거나 호화스러운 광고를 중단하는 등 홍보를 자제하는 분위기다.
SK텔레콤은 유명 연예인이 출연하는 이동통신 TV광고인 '잘 생겼다' 시리즈를 잠정 중단했다. 현재 단독 영업 중인 LG유플러스도 기존 TV광고 물량을 절반 정도 줄였고, 제작을 마친 신규 TV광고 론칭 시기도 잠정 연기하는 등 홍보를 자제하고 있다.
45일 동안 영업정지를 끝내고 오는 27일 영업을 재개하는 KT는 그동안의 가입자 이탈을 만회하기 위해 적극적인 광고·홍보 마케팅을 펼쳐야 하지만 세월호 여파로 제동이 걸린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세월호 참사로 인해 적극적인 광고 및 홍보를 할 수 없는 분위기"라며 "통신서비스 특성상 눈에 띄는 광고를 해야 하지만 세월호 참사를 애도하기 위해 광고·홍보 마케팅을 축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동통신 영업정지와 함께 세월호 참사까지 발생하면서 마케팅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어 시장이 더욱 침체되는 분위기"라고 토로했다.
중소기업계는 '세월호' 침몰과 관련, 중소기업 관련 행사와 기자회견을 취소 및 연기했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주유소협회는 지난 21일 '석유거래상황 보고제도 변경에 따른 주유소업계 영향 실태조사'를 발표키로 했으나 발표 일정을 잠정 무기한 연기했다.
또 22일 서울 여의도 본사에서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 대책위 출범식과 기자회견을 열기로 했으나, 회의만 비공개로 열고 기자회견은 취소했다.
중기중앙회는 당초 기자회견에서 성명을 통해 최근 대기업에서 중기 적합업종 폐지 주장이 나오는 데 대해 강하게 비판할 계획이었다.
아울러 23일 소기업·소상공인 공제기금인 '노란우산공제' 누적가입 40만 명·부금 2조 원 달성을 기념하는 '소기업·소상공인 행복시대' 행사도 전격 취소했다.
중기중앙회 측은 이날 행사에서 탤런트 이보영씨를 홍보대사로 위촉하고 시상식과 문화공연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여행객 잇단 취소…유통업계 매출 뚝
여행업계도 취소가 잇따르고 있다. 세월호 침몰 사건과 관련 각 시도 교육청이 관할 학교에 수학여행 연기를 지시하면서 수학여행을 계획했던 많은 학교에서 예약 취소가 잇따르고 있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수학여행이나 학생단체 여행은 대부분 취소되고 있으며 국내 여행 비중이 높은 상태"라고 전했다.
특히 여객선을 이용한 관광이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 하나투어는 부산에서 일본 후쿠오카로 가는 3박 여객선 관광이 눈에 띄게 취소되고 있다고 전했다.
모두투어도 여수·목포발 홍도, 흑산도행 단체 관광의 취소가 눈에 띄게 늘었다. 모두투어 관계자는 "지난주 세월호 침몰사고 이후 250여명의 예약 취소가 있었는데 그중 홍도와 흑산도는 170명, 울릉도 70~80명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다만 5월 초 황금연휴 기간 예약 취소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유통업계 역시 마찬가지다. 눈에 띄는 광고나 이벤트계획은 아예 취소하거나 자제하는 분위기다. 특히 침체된 분위기를 반영하는 듯 세월호 사고 직후 매출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18~20일 매출이 전년동기대비 1.6% 줄어들었다. 현대백화점 역시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던 지난 16부터 쇼핑객이 감소하면서 16~20일 동안 매출이 1.2% 감소했다. 신세계백화점의 경우 사고가 일어난 16일부터 5일동안 0.6% 소폭 신장하는 데 그쳤다
롯데마트에 따르면 매출은 전국점포 기준으로 세월호 참사 직후인17~20일 매출이 전주 대비 3.2% 감소했다. 특히 안산 지역 4개 점포의 매출은 전주 대비 14.1%나 떨어졌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보통 5월은 가정의 달로 관련 행사에 주력할 때인데 세월호 사건 애도에 동참하는 차원에서 적극적인 행사는 하지 않고 있다”며 “내부에서는 전단지 상의 문구나 매장의 문구같은 세세한 부분까지 소비자들을 자극할 수 있는 사항에 대해 자제하자는 입장이다”라고 말했다.
TV홈쇼핑 업계도 예정됐던 여행가방이나 여행패키지 등 관련 상품 방송을 모두 취소됐다. 아울러 지난 주말 19~20일 동안에는 매출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CJ오쇼핑의 경우 19~20일 주말 동안 지난 주에 비해 20% 감소했고, GS홈쇼핑 역시 전주대비 15% 하락했다. 현대홈쇼핑의 경우는 1.5% 줄어들었다.
추모 분위기 속에 극장가를 찾는 고객들의 발길도 크게 줄어 지난 19, 20일 주말 동안 극장을 찾은 관객은 80만6006명으로 올 들어 최저치를 기록했다. 외식을 자제하는 분위기속에서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의 지난 주말(18일~19일) 고객수는 전년 동기간 대비 10% 하락했다.
내수소비 위축 …국가경쟁력 하락 우려
재계 한 관계자는 “세월호 참사 이후 사고 예방 대책과 사후 대응 과정에서 우리 시스템이 너무 후진적이라는 자기비하적인 목소리가 지속되는 것은 대외적인 이미지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며, “그동안 많은 노력을 통해 끌어올려온 국가 이미지가 이런 식으로 훼손된다면 우리 기업들이 해외에서 메이드인 코리아 마크를 달고 수출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 해외 언론들은 이번 사태를 두고 한국의 이미지를 깎아내리는 보도를 연이어 내놓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사고 직후인 17일(현지시간) 보도를 통해 “지난 10년간 아시아에서 일어난 여객선 사고 대부분이 필리핀이나 파푸아뉴기니에서 발생했다”고 예를 들며 “(한국의 세월호 사고는) 후진국형 인재”라고 비판했다.
같은 날 뉴욕타임스는 “1970년대 남영호 침몰사건과 1993년 서해훼리호 침몰사건 때도 수백명의 사망자가 나왔다”면서 한국은 20년 전 사고에서 배운 게 없다고 비판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18일 논평을 통해 “한국 여객선 침몰사고에서 선장의 대처 미흡 및 규정 위반 사실과 혼란스러운 구조작업은 사람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며, “한국이 자랑스러워 하던 현대화는 그 역할을 하지 못하고 비참하게 무너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의 조선업은 세계 일류 수준이고 선박 관리 능력도 뒤처지지 않았으며 생활수준도 선진국 수준에 가깝지만 이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수백 명의 학생들을 재난 속에서 살리지는 못했을 뿐만 아니라 위기에 대처하는 모습은 선진국의 모습이 아니었다”고 비판했다.
슬픔 딛고 하루속히 일상으로 돌아가야...
세월호 사태로 인한 국가적 애도 분위기가 자칫 내수 경기 침체로 이어지면서 내수경제를 얼어붙게 하지는 않을지 내심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관계자는 "세월호 참사 여파로 산업계가 적극적인 기업 활동을 자제하면서 시장이 위축 되고 있다"며 "세월호 참사를 애도하는 정서에 반하지 않은 선에서 기업들은 마케팅 등 기업 활동을 펼쳐 시장 활성화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재계 한 고위관계자는 "대부분의 기업들이 세월호 참사 애도에 동참하면서 제한적인 마케팅 활동을 하고 있어 자칫 소비심리가 위축될 수 있다"며 "산업계가 재난구조 시스템 개선에 동참하는 동시에 시장경제 안정화에도 신경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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