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지하철 사고에 "책임 통감" 지방선거 악재?
안전점검 중 사고발생 책임론 불가피…전문가 "정치적 활용하면 역풍 가능성"
2일 발생한 ‘서울메트로 열차 추돌사고’의 후폭풍이 서울시장 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감독당국인 서울시의 수장 박원순 시장이 책임을 지고 사고수습에 주력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번 사고는 세월호 참사의 여파로 서울시가 400여 곳의 대형시설물에 대한 일제 안전점검을 거친 직후 발생했다는 점에서 ‘박원순 시정’의 안전관리정책이 도마에 오를 수밖에 없다.
또한 최근 전동차 사고가 잇따르자 국토교통부가 특별 안전점검을 지시해 서울메트로가 열차 안전점검을 마친 지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은 상황으로 박 시장 역시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서울지하철은 지난달 1일 지하철 1호선 서울역∼구로역 구간에서 전기 공급 중단으로 하행선 열차 10대가 최대 21분 지연 운행되기도 했고, 3월 30일에는 지하철 1호선 청량리역에서 하행선 열차가 모터 이상으로 멈추는 등 크고 작은 사고가 이어졌다.
이에 박 시장은 사고 발생 2시간여 만에 지하철 2호선 상왕십리역 추돌사고 현장을 찾은 뒤 자신의 트위터에 “책임을 통감한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박 시장은 이날 ‘상왕십리역 지하철 추돌사고 관련 시민 여러분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사과문에서 “온 국민이 슬픔에 잠겨 있는 이 시기에 지하철 안전사고가 발생하여 안타깝고 송구스럽다”며 “서울시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시장으로서 책임을 통감하고 부상자와 가족 분들에게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사고 당일 발빠른 사과 "시장으로 책임 통감"…지하철 타고 퇴근
박 시장은 “부상자 치료 지원을 포함한 후속조치에 만전을 기하고 원인을 철저히 규명해서 두 번 다시 이러한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모든 조치를 취해나갈 것”이라며 “시장으로서 책임을 통감하며 다시 한 번 사과드린다”고 했다. 박 시장은 이날 시민들의 불안감을 고려해 운행이 재개된 지하철을 타고 청사로 돌아갔다.
아울러 박 시장은 3일 오전에는 사고 열차가 회송된 군자차량기지를 점검하고 이번 사고로 인한 피해자가 있는 건국대병원을 방문했다. 박 시장은 청사에서 관련 공무원과 서울메트로 간부 등을 소집해 대책회의를 갖고 재방방지 대책을 논의했다.
한편 이번 사고는 2일 오후 3시 30분께 상왕십리역에서 잠실 방향으로 가는 열차가 앞에 멈춰 서 있던 열차를 추돌한 사고로 승객 240명이 다쳤다. 사고 직후 을지로입구∼성수 구간 9개 역에서 성수역 방향의 열차 운행이 중단됐다가 9시간 만인 3일 오전 0시 17분께 정상화됐다.
서울시는 이번 사고로 다친 승객 240명 중 59명이 3일 오전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59명 중 3명은 뇌출혈 등 중상으로 알려졌다.
"이런 문제 정치적 활용하면 상상치 못할 역풍"
정치평론가들은 이번 사고를 6.4지방선거와 연계시키는 것은 무리라고 지적했다. 오히려 ‘정치적 역풍’에 대한 우려와 함께 세월호 참사에 연이은 대형 사고로 충격에 빠진 시민들이 ‘정치 무관심’으로 돌아설 수 있다고 진단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국민들의 분노 표적은 정부와 정치권 등 공적영역 전반으로 아예 선거에 무관심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통상 투표율이 낮아지면 여당에 유리하다는 게 정치권의 정설이다. 총선 투표율의 경우, 새누리당이 압승을 거둔 지난 18대 총선에서는 46.1%를 기록했고, 탄핵역풍 속에 치러진 17대 총선은 60.6%였다.
박성헌 정치평론가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어떤 정파든지 이런 문제를 정치적으로 활용하면, 상상하지 못할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2010년 6.2지방선거 당시 여권이 천안함 피격 사건을 계기로 대대적 안보정국 조성에 나섰지만, 정작 선거에서는 패배한데서 보듯이 역풍 가능성도 상존한다.
한편 지하철 추돌 사고와 박원순 시장의 대처를 놓고 인터넷 논객으로 알려진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와 진중권 동양대 교수가 설전을 벌였다.
변 대표는 트위터를 통해 “세월호로 박대통령 퇴진 요구하는 자들이 이번에 박원순 퇴진 요구하는지 잘 지켜봅시다. 세월호는 민간선박이나 지하철 2호선은 서울시가 운영주체고 총책임자는 서울시장 박원순입니다. 손석희, 조국, 진중권, 뭐라고 얘기할지 재미있겠군요”라는 글을 올렸다.
이에 대해 진 교수는 “박원순, 지하철 2호선 추돌사고 현장 수습 지휘 위기대처능력 엿보여”라는 기사 주소를 링크하고 “사고가 났는데 위기대처능력이나 보여준 박원순은 사퇴하라, 사퇴하라, 사퇴하라. 흠, 사퇴 촉구했습니다. 시비 걸기 없기”라고 반박했다.
박 시장의 지하철 추돌사고 책임론을 둘러싼 진영간의 희망섞인 전망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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