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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 '만약에' 기댄 퍼펙트게임 시나리오


입력 2014.05.27 15:33 수정 2014.05.28 10:34        데일리안 스포츠 = 김홍석 객원기자

7회 타자-주자 활약 후 리듬 깨져 8회 선두타자에 피안타

쿠에토에 눌린 타선, 점수 더 뽑았다면 적극적 타격 안 해

퍼펙트게임 위업에 실패한 류현진. ⓒ 연합뉴스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27·LA다저스)이 모처럼 홈 팬들 앞에서 퍼펙트게임을 기대케 하며 시즌 5승을 따냈다.

류현진은 27일(한국시각) 미국 LA 다저스타디움서 열린 ‘2014 MLB’ 신시내티와의 홈경기에 선발 등판, 7.1이닝 3피안타 3실점 7탈삼진의 호투로 4-3 승리를 이끌었다. 류현진이 홈경기에서 승리를 차지한 것은 지난해 8월31일 샌디에이고전 이후 올 시즌 처음이다.

이날의 호투 내용은 드러난 수치에는 다 담을 수 없다. 류현진은 7회까지 상대 타자들을 단 한 명도 출루시키지 않는 ‘퍼펙트 피칭’을 이어갔다. 7회까지 7개의 삼진을 곁들여 82구로 신시내티 타선을 완벽하게 봉쇄한 것. 다저스 투수로는 1965년 샌디 쿠팩스만이 퍼펙트게임을 달성했다.

하지만 8회 첫 타자 토드 프레이저에게 2루타를 허용하면서 대기록이 무산되고 말았다. 미국의 현충일인 ‘메모리얼 데이’에 펼쳐진 이 경기에서 영원한 기억으로 남을 뻔했던 퍼펙트게임의 꿈은 끝내 수포로 돌아갔다. 경기를 지켜보던 수많은 관중들과 한국에서 TV 중계로 보던 팬들의 탄식이 절로 나오는 순간이다.

류현진은 7회말 1사 2,3루 찬스에서 타석에 등장해 평범한 땅볼 타구를 때렸지만 상대 유격수 실책 덕에 1루로 살아 나갔다. 3루 주자 터너가 홈을 밟아 타점까지 기록했다. 또 2사 1,2루에서 터진 크로포드의 적시 2루타로 류현진은 고든에 앞서 홈을 밟았다.

결국 류현진은 타격을 하고, 1루로 출루해 홈까지 달린 직후 8회초 마운드에 올랐다. 그리고 프레이저를 시작으로 안타 3개를 맞고 1실점한 뒤 마운드를 내려갔다. 이어 등판한 브라이언 윌슨이 승계주자의 득점을 허용하며 류현진의 자책점은 3으로 불어나 평균자책점도 3.10으로 올랐다.

스포츠에서 ‘만약’이란 가정 속에 다른 결과를 추측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그러나 이처럼 아쉬운 상황에서는 그런 가정을 안 해볼 수 없다.

류현진 호투에 가렸지만 신시내티 선발 자니 쿠에토는 1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 중인 올 시즌 최고의 선발투수 중 한 명이다. 이날 다저스 타선은 6회까지 쿠에토를 상대로 단 1점밖에 얻지 못했다. 그것도 상대 실책에 덕에 얻은 점수였다.

1-0 아슬아슬한 리드가 아니었다면, 류현진이 7회말 타석에서 굳이 방망이를 휘두를 필요가 없었다. 대기록을 이어가고 있는 투수라면 그 상황에서 루킹 삼진을 당해도 비난 받을 일이 아니다. 3점 정도의 여유만 있었다면 류현진은 굳이 체력을 소모할 이유가 없었다.

그랬다면 퍼펙트도 쉽게 무산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돈 매팅리 감독도 7회 타자와 주자로 활약한 탓에 퍼펙트게임이 깨졌다고 평가했다.

류현진이 타석에 등장하기 직전에 펼쳐진 상황도 아쉬움이 크게 남았다. 1사 1루 상황에서 8번 타자 아루에바레나가 날린 큼지막한 타구는 바운드 된 후 곧바로 담장을 넘어가면서 ‘인정 2루타’가 됐다. 펜스에 맞고 튕겼더라면 1루 주자가 얼마든지 홈으로 들어올 수 있는 상황이었다. 2-0이 된 상황에서 1사 주자 2루였다면, 류현진의 임무는 단순한 희생번트기 됐을 것이다. 이 상황 역시 다저스 입장에서나, 류현진 입장에서나 운이 따라주지 않았다.

하지만 류현진이 타석에 들어선 상황에서 스코어는 1-0이었고, 주자는 2,3루에 있었다. 상대 내야수들이 전진수비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번트를 댈 수도 없었다. 할 수 없이 류현진은 방망이를 휘둘렀고, 이것이 행운인지 불행인지 상대 실책으로 연결되면서 류현진은 타점을 기록한 후 1루 주자가 되어야 했다.

주루 플레이를 펼치고 크로포드의 2루타 때 홈까지 달려온 류현진은 거친 호흡을 할 수밖에 없었다. 4-0으로 벌어져 여유 있는 상황이 됐지만, 정작 류현진 체력에는 여유가 없었다. 충분한 휴식을 취하지 못한 채 8회초 마운드에 올랐고 선두타자에게 바로 안타를 맞았다. 지켜보던 팬들의 아쉬움이 진하게 남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퍼펙트게임이 깨진 것 못지않게 또 아쉬운 것은 이어 나온 브라이언 윌슨의 피칭이다.

시즌 초 류현진의 승리를 날린 적이 있는 윌슨은 이날 경기에서도 아웃 카운트 하나 잡는 동안 볼넷 2개와 안타 1개를 내줬고, 그 결과 류현진이 남겨둔 두 명의 주자가 모두 홈을 밟았다. 7회를 마친 시점에서 2.60까지 내려갔던 류현진의 평균자책점은 3.10이 됐다. 최고의 피칭을 선보였음에도 시즌 평균자책점이 종전 3.00에서 더 올라갔다.

윌슨의 뒤를 이어 2사 1,3루 상황에서 등판한 마무리 켄리 젠슨은 브랜든 필립스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불을 껐다. 윌슨의 부진 때문에 류현진의 자책점은 3점으로 늘어났는데, 젠슨이 잘 막은 덕에 윌슨은 기록상으로 실점 없이 홀드까지 챙겼다. 이 또한 기록의 아이러니다.

김홍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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