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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감경기 밑바닥 왜? "닫힌 지갑 이유 알고 있나요?"


입력 2014.06.02 13:50 수정 2014.06.03 16:03        김재현 기자

<긴급진단- 경제활성화는 소비에서부터①> 주거비용, 안전성, 노후대비 등 구조적인 가계 고비용 개선 대안 필요

정부 '경제개혁 3개년 계획' 맞춰 내수진작 대책 지속적인 추진 기대

소비 빙하기 시대다. 내수 침체 속에서 세월호 침몰 사고는 엎친데 덮친 격으로 내수경기를 끌어내렸다. 세월호 사고로 전 국민이 충격에 휩싸이면서 요식업 등 서민형 자영업자에게 경제적 고통이 집중됐다. 소비심리와 투자심리 악화를 방치할 경우 민간소비와 투자의 동반 침체로 내수경기 둔화가 더욱 심화되는 '내수 디플레이션' 우려도 나온다. 정부도 올해 초 '경제개혁 3개년 계획'에 맞춰 내수 경기 활성화에 초점을 맞추며 내수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복안이지만 실효성은 미지수다. 이자비용, 주거비, 교육비 등 고정비 성격의 지출부담이 커짐에 따라 가계의 재무구조가 악화되는 고비용 구조가 문제다. 결국 소비 회복의 키는 가계소득에 있다. 고용시장 회복의 세기에 따라 소득 개선 여부가 영향을 전망이다. 구조적인 소비부진 요인을 개선하지 않는 한 소비 회복세의 전환은 기대하기 어렵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체감경기 밑바닥 왜?…"닫힌 지갑 이유 알고 계시나요"
②불황형 흑자, 돈 풀어도 금고로 간다면 답이 없다
③소비심리 '나비효과' 꽁꽁 언 주식시장이 말하고 있다
④<전문가컬럼>경기진작, 소비활성화는 이렇게

"초특가 판매합니다" "총 100분께 경품을 드립니다"

유통가의 애원에도 소비자의 지갑은 열릴 줄 모른다. 가공·생필품에서부터 과일·채소, 축산·수산에 이르기까지 전품목에 대한 파격세일을 내걸어도 예전보다 찾는 발길이 끊겼다.

서울 거주 한 20년차 주부는 "세월호 이후 가라앉은 사회 분위기가 의식주 생활을 바꿔놓았다"면서 "과거 세일이나 초특가 행사를 한다면 싼 값에 사겠다는 구매충동이 일었는데 요즘은 사그라진지 오래"라고 털어놓았다.

식당을 찾는 손님도 크게 줄었다. 저녁 술자리나 회사 회식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더라도 놀고 마시던 흥청망청 분위기는 가라앉았다.

식당 한켠에 마련된 TV는 꺼진지 오래됐다. 세월호나 각종 사건, 사고가 잦아진 상황에서 더 이상 우울한 소식을 접하지 않겠다는 분위기를 반영한다. 그렇다고 오락 프로그램도 부담을 수 밖에 없어 TV를 꺼달라는 요구가 늘었다.

지난 21일 오전 국회에서 현오석 경제부총리와 주호영 새누리당 정책위의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세월호 참사 이후 위축된 내수 활성화 대책 마련을 위해 열린 민생경제활성화 당정협의회가 진행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서울 시내 한 음식적 사장은 "세월호 침몰사고 이후 손님들이 크게 줄었고 단체 손님들이 찾는다 하더라도 더 이상 뉴스를 듣는 것도 부담이라며 다른 채널로 돌려달라거나 꺼달라는 요구가 많아졌다"며 "또 음식을 시킨다하더라도 간단하게 주문하고 일찍 귀가하는 형편이어서 실제 한달 판매액이 예전에 비해 30%가량 줄었다"고 하소연했다.

세월호 침몰사고 이후 소비심리가 바닥에 떨어졌다. 가뜩이나 내수 활력이 떨어진 상황에서 세월호 충격은 컸다. 특히 경제적 고통이 요식업 등 서민형 자영업자에 쏠렸다.

지난 4월16일 세월호 사건 이전과 이후의 레저업 신용카드 승인액은 크게 줄어 들었다. 사건 이전인 4월1일부터 15일까지 12.9% 증가세를 보였으나 사고 발생일 이후부터 30일까지 -3.6%로 감소세로 전환됐다.

요식업도 사정은 마찬가지 12.7%에서 7.3%로 증가세가 둔화됐다. 여객선 운송업은 41.8%에서 -29.9%로 급격히 떨어졌다.

민간소비와 설비투자 등 내수를 지탱하는 힘이 약한데 세월호 충격까지 가해지면서 올해 2/4분기 경기회복이 후퇴하는 모습을 보였다.

세월호 충격에 휘청이는 민간소비

현대경제연구원이 내놓은 4월(4월11일~18일)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6개월 후의 소비지출에 대한 전망은 4월에 110p로 전월대비 1p 하락했다.

세월호 충격이 3개월간 지속될 경우 올해 민간소비 증가율은 0.3%p, 국민총생산(GDP) 증가율은 0.1%p 하락하고 일자리는 7만3000개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내수의 힘이 약한 상황에서 세월호 충격까지 가해져 3/4분기에도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내수가 바닥에 떨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세월호 침몰 사고가 한달 반이 지난 시점에서 보여주는 지표들로 보아 세월호 사고여파는 확연하게 컸다"고 설명했다.

세월호 침몰 사고가 올 2분기 소비 둔화를 현저히 떨어뜨렸다. 다만 과거 사례를 비춰볼때 충격은 단기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5월 소비자심리지수로 따져보면 105로 전월보다 3p 하락했다. 세월호 사고에 의한 소비심리 악화가 본격적으로 반영되기 시작했다.

이는 미국 양적완화 축소와 신흥국 금융시장 불안 우려가 반영된 작년 9월(102) 이후 최저 수준이다.

6개월 전과 비교한 현재경기판단CSI는 전월대비 15p 급락했다. 6개월 후의 경기전망CSI도 전월대비 7p 하락했다.

국내 대형사고 전후 경제성장률 추이. ⓒ한국은행, 우리금융경영연구소

과거 유사한 사례로 볼때 단기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지난 1995년 상품백화점 사고를 제외할 경우 대형사고가 국내 소비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거의 없었다.

2003년 대구지하철 사고 당시 소비 침체는 대형사고의 여파가 아니라 2002년말부터 곪아온 신용카드 사태 때문이다.

세월호와 가라앉은 소비심리가 우리 경제에 미칠 악영향 우려가 커짐에 따라 정부는 침체된 내수에 불쏘시개 역할을 할 경기보완책 마련에 분주하다.

소비심리가 얼어붙으면서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정부는 이같은 상황 속에 민생업종에 대한 돈 안드는 대책을 우선 내놓았다. 정부는 내달 5일부터 8월말까지 1000억원 상당의 온누리 상품권을 10% 할인된 가격에 판매키로 했다.

현금 구매시 월 30만원 한도로 5% 적용하던 할인율을 10%로 끌어올렸다. 공무원 복지포인트도 8월까지 조시사용토록 방침을 세웠다. 공공부문 소모성 경비는 8월말까지 70%이상 집행토록 했다. 직격탄을 맞은 여행업계를 위해 6월 중 수학여행을 재개하는 방안도 고심 중이다.

정부는 올 초 경제개혁 3개년 계획을 발표하면서 내수경기의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방안을 내놓았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세월호 침몰 사고가 내수경기의 나비효과로 부담이 커지자 진작 차원의 방안을 내놓은 것이다.

하지만 정부의 내수경기 진작 대책이 소비자와 시장을 움직일 수 있을지 미지수다. 세월호 침몰 사고 여파로 정부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기 때문이다. 한국인 10명 중 2명만이 정부를 믿는다는 국제비교 통계가 이를 말해준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가 발표한 34개 회원국과 러시아, 브라질을 포함한 36개국의 '2014 더 나은 삶 지수(Better Life Index)'를 보면 "한국에선 불과 23%의 국민만 정부를 신뢰한다"고 지적했다. OECD 평균은 39%로 16%가 부족한 실정이다.

한국보다 못한 나라를 보면 경제위기로 시위가 잦은 그리스와 스페인이며 후쿠시마 원전의 악몽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일본 등이다.

소비 회복 걸림돌, 가계 고비용 구조

세월호 여파가 소비 침체의 심리적인 요인일 수 있지만 근본적인 원인으로 지목할 수 없다. 워낙 침체된 내수경기였던 만큼 세월호 충격파가 내수 성장을 억누르는 효과를 냈던 것으로 분석된다.

소비 위축은 미래의 불안에서 시작된다. 노후생활, 일자리, 주거 불안 등 으로 인해 소득수준이 올라가지 못하는게 큰 이유다.

소비 회복을 위한 핵심변수는 가계소득이 될 전망이다. 소득의 개선 여부는 고용시장 회복의 강도에 따라 크게 영향을 받을 예정이다.

벌어도 그만큼 예상지출 요인이 많기 때문에 돈을 쓰지 않게 되는 비효율적인 가계재무 구조가 소비의 그늘로 자리잡고 있다.

정부의 '고용률 70% 달성'의 적극적인 고용대책으로 신규 취업자가 지속적으로 늘어날 전망이어서 명목소득 증가세는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질적인 고용이 문제다. 신규 취업자 증가가 상대적으로 임금수준이 낮은 도소매, 음식·숙박 업종과 50대 이상 고령층 일자리에 집중돼 있다. 혈국 소득 증가세가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신규취업자수는 38만6000명이며 올해 1분기는 72만9000명에 달했다. 다만 실질소득 증가율은 작년 1분기부터 4분기까지 각각 0.1%, 1.3%, 1.5%, 0.7%에 불과했다.

설비투자도 예상보다 부진하다. 설비투자 증가율은 전년동기 대비 지난해 1/4분기 -12.7%에서 4/4분기 10.8%로 상승했으나 올해 1/4분기 8.1%로 주춤댔다. 한편 전기 대비 증가율은 지난해 4/4분기 5.6%에서 올해 1/4분기 -1.3%로 급격히 추락했다.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소비심리가 악화되면서 서민들의 지갑이 굳게 닫혔다. 백화점의 매출액도 크게 줄었으며 전통시장은 예전보다 소비자가 찾는 발길이 줄어들었다. 사진은 서울 소재 한 전통시장의 모습. ⓒ데일리안 DB

주택경기 회복세도 미지수다. 전세가격 상승이 걱정이다. 임대인의 월세 헌호와 임차인의 전세선호 현상이 맞물리면서 주택 수급 불안정이 지속되고 있다.

가계부채도 문제다. 저소득층과 자영업자의 채무상환 능력이 현저히 약화되고 있다. 가계부채는 2002년 465조원에서 2013년 1021조원으로 연평균 7.4%씩 증가했다. 가처분소득 대비 비중도 113.8%dptj 136%로 상승했다.

저소득층 채무상환비율은 2012년 42.6%에서 2013년 56.6%로 상승했다.

이 연구위원은 "구조적인 문제는 오늘 어제의 일이 아니라 2000년 이후 계속되고 있다"면서 "고용이 늘어난 만큼 실질소득이 향상되야 하지만 미래불안이 소득수준 상향을 가로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주거비용, 안전성, 노후대비에 대한 대책이 있어야 한다"면서 "가계부채에 있어서도 원리금상환분할 대책 방안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가계의 고비용 구조는 소비의 본격적인 회복세에 장애요인으로 꼽힌다. 이자비용, 주거비, 교육비 등 고정비 성격의 지출부담이 높아져 가계의 재무구조가 악화되고 소비부진이 장기화되는 양상을 보일 수 있다.

허문종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가계의 실질구매력에 영향을 미치는 소비자물가, 국제유가, 환율 등은 소비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하지만 가계의 고비용 문제 등 구조적인 소비부진 요인이 개선되지 않으면 가계소득 증가세마저 둔화될 여지가 있는만큼 소비 회복세는 연초 예상했던 수준을 밑돌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했다.

김재현 기자 (s89115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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