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땀 흘리는 새누리, 안심 못하는 새정연

출구조사 결과 접전지역 많자 양당 선대위 침묵모드

이완구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과 서청원 공동선대위원장, 윤상현 사무총장 등이 6.4지방선거의 투표가 끝난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 마련된 개표상황실에서 방송사의 출구조사를 지켜보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와 정동영, 정세균 공동선거대책위원장 등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가 4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선거개표상황실에서 출구조사 방송을 지켜보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상승국면이 있었기 때문에 마지막까지 결과를 지켜봐야 할 것 같다.(새누리당)”

“개표상황 지켜봐야 하지만 경합지역이 많다는 것에 대해 긴장하고 있다.(새정치민주연합)”

6·4 지방선거 출구조사가 발표된 4일 오후 6시 정각,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은 침묵을 지켰다. 막판 초접전 양상으로 치달았던 상황이 출구조사에도 그대로 드러나면서 어느 한쪽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이날 방송3사 공동 출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17개 광역자치단체장 선거에서 새누리당은 대구·울산·경북·경남·제주에서, 새정치연합은 서울·광주·세종·전북·전남 등 각각 5곳에서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7개 지역은 접전을 벌이고 있다.

새누리당이 당사 2층에 마련한 상황실은 고요하면서도 시종일관 초조한 분위기였다. 누구 하나 선뜻 입을 열지 않았다. 이완구 비상대책위원장, 서청원 공동선대위원장 등 지도부 인사들이 장내에 모습을 드러냈을 때도 가벼운 인사만 건넸을 뿐 침묵을 지켰다.

이윽고 상황실에 마련된 TV에서 출구조사를 알리는 카운트다운이 들어가자 다들 긴장된 표정으로 TV를 주시했다.

가장 먼저 지방선거 최대 핵심지인 서울시장 선거 출구조사에서 정몽준 새누리당 후보(44.75)가 박원순 새정치민주연합 후보(54.5%)에게 뒤지는 결과가 나오자 장내에서는 짧은 탄식이 흘러나왔다.

이어 발표된 경기에서조차 새누리당 후보가 뒤지는 것으로 나오면서 장내 분위기는 더욱 냉각됐다. 그나마 인천에서 유정복 후보(49.4%)가 송영길 새정치연합 후보(49.1%)를 상대로 초접전 상태에서 다소 앞서는 것으로 나오자 잠시 안도의 한숨이 흘러나왔다.

계속해서 출구조사 결과 발표가 진행되는 동안 새누리당 지도부는 아무 말이 없었다. 무더운 실내 공기 탓에 서 공동선대위원장만 손수건으로 흐르는 땀을 연신 닦아낼 뿐이었다.

이 비대위원장은 선거 결과에 대해 “전체적으로 우리가 투표일이 다가올수록 상승분위기였는데, 통합진보당 후보들의 사퇴 등 여러 가지가 겹친 것 같다”며 “상승국면에 있었기 때문에 마지막까지 결과를 지켜봐야 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중앙선대위 종합상황실장인 김세연 의원도 “마지막까지 지켜봐야 될 것 같다”고 짧은 한마디를 남긴 채 자리를 떠났다.

새정치연합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초반에는 선거결과에 대한 기대감이 세어 나왔지만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면서 긴장된 분위기가 장내를 가득 채운 것이다.

박영선 원내대표, 정동영 공동선대위원장 등 새정치연합 지도부는 의원회관 대회의실에 마련된 상황실에서 조용하게 출구조사 결과를 기다렸다. 그 가운데 지방선거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듯 주위 사람들과 악수를 나눴고, 편안한 웃음도 간간히 흘러나왔다. 정 공동선대위원장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1분 30초 남았구만”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안규백 중앙선대위 상황실장이 안내방송을 통해 “세월호 참사 50일째니까 경건하고 차분한 개표 분위기를 유지해 달라”고 권장했다. 벽보에는 웃거나 박수치지 말고, 만세 연호하지 말고, 추측 예단 자제하고, 꽃다발 증정을 하지 말자는 운영수칙도 마련돼 있었다.

하지만 출구조사 결과가 박빙으로 나오면서 새정치연합의 분위기도 이내 굳어졌다. 정 공동선대위원장이 광주시장 선거에서 윤장현 후보가 앞선 것으로 나왔을 때 주먹으로 의자의 팔받이를 한번 친 것이 가장 큰 반응이었다.

선거기간 내내 우세한 분위기였던 인천이 출구조사에서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을 때는 다들 아무 대화 없이 TV만 바라봤다. 박 원내대표도 출구조사 결과가 모두 발표된 뒤 말 없이 고개만 끄덕일 뿐이었다.

박 원내대표는 선거 결과에 대해 “개표상황을 지켜봐야 하지만 경합지역이 많다는 것에 대해 긴장하고 있다”며 “자체적으로 선거 판세 분석을 할 때도 경합지역이 막판에 늘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당 입장에서는 경기와 대전 두 곳을 마지막에 주력을 했다”면서 “선거 결과를 지켜보고 말하겠다”고 말을 아꼈다.

최대 핵심 서울시장 선거, 정몽준 측 ‘침묵’ 박원순 측 ‘함성’

여야 상황실이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지방선거를 두고 공통된 반응을 보인 것과 달리, 양 측의 서울시장 후보 캠프는 명확한 격차에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정몽준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 캠프는 박원순 새정치민주연합 서울시장 후보가 앞서고 있다는 방송 3사 출구 결과가 나오자 침묵이 감돌았다. 정 후보는 애써 침착한 표정을 지으며 김성태 서울시당위원장과 이야기를 나눴다. 다른 캠프 관계자들은 말을 잃었다.

전반적으로 무거운 분위기 속에 이혜훈 전 최고위원이 선거캠프를 방문하자 정 후보는 “와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나경원 전 의원에게는 “고생했다”며 격려의 말을 건넸다. 일부 당원들이 “다음번엔 대통령 하라”며 격려의 말을 건네자, 정 후보는 지지자들을 향해 “고맙다. 수고 많았다”고 답했다.

같은 시각 박 후보의 캠프에서는 다수의 새정치연합 후보들이 앞서고 있다는 소식에 박수와 함성이 터져 나왔다. 당직자들의 표정에서는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오영식·우상호 의원, 이계안 전 의원 등 캠프 관계자들과 300여명의 시민들은 출구조사 결과 발표가 끝날 때까지 박 후보가 없는 선거캠프를 지켰다.

박 후보 측 진성준 대변인은 벅찬 표정으로 “꾸준히 우위를 지켜왔기에 어느 정도 예상한 결과”라면서 “하지만 개표 결과를 차분하게 지켜보겠습니다. 초접전 지역의 경우 방송사별로 결과가 정반대인 경우도 있었기 때문에 끝까지 개표 결과를 지켜보는 게 바람직한 자세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진 대변인은 이어 “개표 결과도 예측조사 결과대로 나오길 기대하고 희망한다”면서 “개표 결과 최종 승리가 확정된다면 그것은 언제나 시민 곁에 있겠다는 박 시장의 진정성을 서울시민들이 평가해주고, 인정해준 결과라고 믿고 싶다. 고맙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