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프닝 연속' 류현진, 우호적이지 않은 신시내티 원정
심판 판정과 폭우 인한 그라운드 사정
켐프 퇴장 등 온갖 해프닝 벌어져
류현진(27·LA다저스)이 시즌 8승에 실패했다.
류현진은 12일(한국시각) 신시내티 홈구장 그레이트 아메리칸 볼파크서 열린 ‘2014 MLB’ 원정경기에 선발 등판, 6이닝 6피안타(1홈런) 2볼넷 4실점으로 시즌 3패째를 당했다. 2점대 진입을 노리던 시즌 평균자책점도 3.08에서 3.33으로 다소 올랐다.
신시내티 선발 조니 쿠에토와의 리턴매치였던 이날 경기가 류현진에게 부담이 따르지 않은 것은 아니다. 류현진은 지난달 27일 다저스타디움 홈경기에서 7회까지 퍼펙트 피칭을 선보였다. 더욱이 경기 전 날씨도 류현진의 집중력을 흔들기에 충분했다. 경기 시작 40분 전 집중폭우로 컨디션 조절에도 영향을 미쳤다.
폭우로 인해 젖은 마운드는 부담을 줬다. 0-0 팽팽한 투수전이 이어지던 2회말 브랜든 필립스를 상대로 투구하다가 미끄러지며 넘어질 뻔했다. 다음 3회에 문제가 발생했다. 착지에 불안을 감지한 류현진은 2사 후 빌리 해밀턴과 프레이저에게 연속 볼넷을 허용했다.
이 과정에서 해밀턴을 상대로 던진 공이 아쉽게도 구심에 의해 볼로 판정되는 아쉬움도 있었다. 볼카운트 3-2에서 8구째 몸쪽으로 던진 공이 볼 판정을 받고 볼넷을 허용, 승부의 추는 어긋나기 시작했다. 그게 화근이었다.
2사 1,2루 위기에서 조이 보토에게 던진 4구째 93마일(154km)짜리 포심 패스트볼이 좌익선상 2루타로 연결되면서 류현진은 2실점 했다. 이후 필립스에게도 빗맞은 우전 적시타를 허용, 3회에만 3점을 내줬다. 4회에는 아웃카운트 3개를 모두 삼진으로 처리하며 잠시 안정을 되찾았지만 6회 제이 브루스에게 우중간 솔로홈런을 얻어맞았다. 쐐기포였다.
6회를 마무리한 류현진은 7회 타석에서 저스틴 터너가 대타로 등장하면서 경기를 마무리했다. 다저스는 류현진에 이어 등판한 폴 마홈이 1실점하며 0-5로 끌려갔다.
구심의 판정은 경기의 주요 변수다. 혹자들은 심판 판정까지 경기의 일부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실제로 이날 세스 벅민스터 구심의 판정은 다저스 뿐 아니라 신시내티 타자들로부터 불만을 샀다. 라이언 루드윅이 류현진에게 당한 삼진은 스트라이크존보다 낮았다.
이날 흔들리는 구심의 스트라이크존이 결정적인 순간 류현진의 발목을 잡았다. 반면 쿠에토는 6이닝 동안 12K의 괴력투를 뽐냈다. 그 중엔 맷 켐프의 퇴장을 유발한 탈삼진도 섞여있다.
이날 모호한 판정은 홈플레이트에서만 일어난 게 아니다. 3회말 조이 보토의 2루타 때 홈으로 뛰어들던 2루주자 해밀턴이 3루코치와 접촉이 의심되는 장면이 연출됐다. 다저스 포수 부테라는 그 장면을 보고 구심에게 항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돈 매팅리 감독까지 나서 3루심에게 주자 접촉을 어필했지만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인스턴트 리플레이(비디오 판독)의 대상이 되는 13개 항목에 주자 접촉 사항은 제외됐기 때문이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기존 홈런 판정 외에 올해부터 아웃과 세이프 판정, 타자의 몸에 맞는 볼, 인정 2루타, 포스 아웃 플레이, 태그 플레이, 외야에서 페어 또는 파울 판정,팬의 수비 방해 플레이 등 13개 부분으로 비디오 판독을 확대한 바 있다.
타자 류현진 역시 모호한 판정의 희생양이 됐다. 0-3으로 뒤진 6회초 무사 1,2루 절호의 추격 기회를 다저스가 잡았다. 타석에는 류현진. 류현진은 보내기번트 작전에 따라 뒷발을 뒤로 빼며 2구째 높은 공에 배트를 내밀었다. 그 순간 신시내티 포수 브라이언 페냐의 글러브가 류현진의 배트에 닿았다.
타격 방해의 소지가 없지 않았다. 류현진은 타격방해라고 구심에게 항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매팅리 감독까지 나서 항의했지만 수긍하고 벤치로 다시 돌아갔다. 타격 방해로 인정됐다면 경기 향방은 사뭇 달라졌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무사 만루에 1번 디 고든으로 연결된다면 호투하던 쿠에토를 흔들릴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매팅리 감독은 인스턴트 리플레이(비디오 판독)을 요청하지 않았다. 메이저리그는 경기당 1회의 챌린지 제도를 도입, 감독이 한 차례 인스턴트 리플레이를 요청할 수 있다. 심판의 판정이 경기의 일부라면 챌린지 제도 하에서는 감독의 챌린지 역시 경기의 일부다. 아쉬운 점은 이날 판정 논란 대부분이 챌린지 대상에 해당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날 류현진에겐 운이 전혀 따르지 않았다. 경기 전 폭우, 그 폭우로 인한 마운드 상태, 핸리 라미레스의 갑작스런 결장, 그리고 구심의 들쑥날쑥한 스트라이크 판정, 중심타자 맷 켐프의 퇴장, 그리고 신시내티 3루 주자의 접촉 논란, 타격 방해 논란 등 어떤 조건도 류현진의 8승 도전엔 우호적이지 않았다. 류현진의 8승 도전은 많은 혼란이 한꺼번에 모이며 발생한 해프닝에 의해 좌절됐다. 때문에 원정 평균자책점 1위 수성에도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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