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키타카 시대의 종말 ‘압박축구 도래’

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

입력 2014.06.14 07:12  수정 2014.06.14 08:02

패스 길목 차단하는 무한 압박으로 스페인 무력화

판 할 감독, 3백 시스템으로 측면 역습에 주력

카시야스 골키퍼의 나라 잃은 표정은 티키타카 시대의 종말을 알리는 것과 같았다. ⓒ 게티이미지

역시 완벽한 전술이란 없는 법이었다. 2000년대 후반 세계 축구를 지배했던 스페인의 티키타카가 무너지고 말았다.

스페인은 14일(한국시각) 브라질 아레나 폰테노바에서 열린 ‘2014 FIFA 브라질 월드컵’ 네덜란드와의 B조 첫 경기에서 1-5라는 놀라운 스코어로 참패했다.

월드컵 역사상 최초로 전 대회 결승 매치업이 조별리그서 성사됐지만 결과는 너무도 허무했다. 칼을 갈고 나온 준우승팀의 준비는 완벽했고 복수 시나리오가 멋지게 전개됐다.

이미 1-1로 전반전이 마감됐을 때부터 무적함대에는 균열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네덜란드의 전방위적 압박에 스페인 미드필더들은 허둥거리기 일쑤였고, 포백라인은 손발이 맞지 않았다. 그리고 후반전 휘슬이 울리고 대참사가 시작됐다.

사실 티키타카 전술은 이번 월드컵을 앞두고 뚜렷한 한계를 보이던 터였다. 이 전술의 대명사인 FC 바르셀로나가 무관에 그친데 이어 펩 과르디올라 감독이 이끄는 바이에른 뮌헨도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넘보기에는 무리였다.

끊임없는 패스워크를 바탕으로 한 티키타카는 압도적인 볼 점유율을 앞세워 그야말로 상대에 굴욕감을 주는 전술이었다. 매 경기 70% 이상 볼을 소유하고 있으며, 상대 진영에서 간결한 패스를 주고받는 사이 틈이 보이면 재빨리 골을 넣는 패턴이었다.

만화에서나 나올 법한 이 전술을 구현한 바르셀로나와 스페인은 곧바로 세계를 지배했다. 특히 스페인의 비센테 델 보스케 감독은 펄스 나인(가짜 공격수)이라는 독특한 작전으로 티키타카의 위력을 극대화시켜 유로 2008과 2012, 그리고 2010 남아공월드컵을 잇따라 제패했다.

약점이 없을 것 같았던 티키타카도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조제 무리뉴, 위르겐 클롭, 루이스 판 할, 디에고 시메오네 등 명장들의 손을 거치며 티키타카를 무력화시킬 또 다른 전술이 구현됐다. 바로 ‘전방위적 압박’이었다.

압박의 핵심은 선수에 대한 대인마크가 아닌 길목 차단이었다. 티키타카 전술의 특성상 템포가 늦고 선수들의 움직임이 적다는 것을 간파한 것이다. 여기에 공격수들까지 수비에 동참해 무한 압박을 가하고, 공을 따낸 즉시 빠른 역습을 전개한다는 게 주된 골자였다.

네덜란드의 루이스 판 할 감독은 압박 축구에 자신만의 특이한 전술을 팀에 입혔다. 이번 스페인전에서 선보인 ‘3백’ 수비라인이었다.

이날 네덜란드는 좌우 윙백들이 수비 시 모두 내려와 ‘5백’을 형성한 뒤 공격 시에는 역습에 동참해 윙어 역할을 맡았다. 로빈 판 페르시의 동점골이 나왔던 장면이 대표적이었다.

또한 중원에는 2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를 배치하는 더블 볼란치로 패스 흐름을 차단하는데 주력했다. 공격진은 판 페르시와 아르연 로번, 베슬러이 스네이데르가 전부였지만 부족함을 느낄 수 없었다. 다름 아닌 윙백의 공격 참여가 활발했기 때문이다.

완벽한 전술이란 없고, 트렌드도 시대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바뀌기 마련이다. 1-5라는 점수가 전 세계 축구팬들에게 충격을 주고 있지만 ‘고인 물’이었던 스페인의 몰락은 월드컵 전부터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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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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