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유→기립박수’ 발로텔리…아주리 전설의 시작?
후반 결승골로 관중석 야유 곧바로 잠재워
A매치 31경기 13골, 최다골(35골) 도전 충분
‘이탈리아의 악동’ 마리오 발로텔리(23·AC 밀란)의 실력은 진짜였다.
체사레 프란델리 감독이 이끄는 이탈리아가 15일(이하 한국시각), 마나우스 아레나 아마조니아에서 열린 ‘2014 브라질 월드컵’ 잉글랜드와의 D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발로텔리의 결승골로 2-1 승리했다.
네덜란드가 전대회 우승팀 스페인을 5-1로 꺾고, 우루과이가 코스타리카에 1-3으로 무너지는 등 이변이 속출하는 가운데 축구명가 이탈리아와 잉글랜드는 축구팬들의 눈을 즐겁게 만드는 명승부를 연출했다.
실력만큼이나 입담도 화려한 발로텔리는 경기 전 기자회견에서 "나는 이탈리아의 우승을 믿고 있다. 나는 지극히 현실적이며 우리보다 수준 높은 팀이 한두 팀 정도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러나 잉글랜드는 아니다"라며 결연한 의지를 보였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말을 실력을 증명했다.
발로텔리의 전반전 모습은 다소 실망스러웠다. 개리 케이힐이 전담 마크를 펼친 가운데 1대1 승부에서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발로텔리의 골 냄새 맡는 감각만큼은 여전히 살아있었다.
발로텔리는 1-1 동점이던 전반 막판 잉글랜드 골키퍼 조 하트가 쓰러진 틈을 놓치지 않고 감각적인 칩샷을 시도했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공의 궤적은 그대로 골대로 빨려들어갔지만 잉글랜드 필 자기엘카가 간신히 헤딩으로 걷어내며 골로 연결되지 못했다.
진가는 후반 초반 나왔다. 발로텔리는 후반 칸드레바의 크로스가 오른쪽 측면에서 올라오자 케이힐을 그대로 제친 뒤 먼저 헤딩으로 볼의 각도를 틀었다. 이 슈팅은 하트 골키퍼마저 어쩔 수 없는 골대 구석으로 향했고 그대로 역전 결승골로 이어졌다. 이에 이탈리아 관중들은 환호로 흥분을 감추지 않았고, 잉글랜드 응원석에서는 탄식이 쏟아졌다.
사실 발로텔리는 양측 팬들에게 환영받는 존재가 아니었다. 아직까지도 인종차별이 만연한 이탈리아에서 발로텔리는 조롱 당하기 일쑤였고, 급기야 지난달 대표팀 훈련에서는 청소년들이 야유를 보내 물의를 빚기도 했다.
잉글랜에서도 발로텔리는 증오의 대상이다. 특히 맨체스터 시티 시절, 온갖 기행으로 스포츠면이 아닌 사회면에서 이름이 실리는 경우가 빈번했고, 결국 적응에 실패해 다시 이탈리아로 돌아갔다. 악동인 발로텔리에게 응원을 보내는 잉글랜드 축구팬은 사실상 전무했다.
실제로 이날 경기에서도 발로텔리가 공을 잡았다 하면 곧바로 관중석에서 야유가 쏟아졌다. 이는 잉글랜드뿐만 아니라 이탈리아 응원단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발로텔리는 예전의 악동이 아니었다. 온갖 조롱이 쏟아지는 가운데서도 평정심을 잃지 않은 그는 묵묵히 플레이에 임했고, 후반 결승골로 야유를 잠재웠다. 이에 감동한 축구팬들도 그가 교체 아웃되자 기립박수로 또 다른 스타의 탄생을 환영했다.
2010년 성인대표팀에 발탁된 발로텔리는 잉글랜드전 포함 A매치 31경기에 출전해 13골을 기록 중이다. 선수층이 워낙 두터운 이탈리아 내에서 발로텔리의 나이를 감안하면 엄청난 커리어를 쌓고 있음이 분명하다.
이탈리아 역대 최다골은 루이지 리바의 35골(42경기)이며, 쥐세페 메아차(53경기 33골), 실비오 피올라(34경기 30골), 로베르토 바죠(56경기), 알렉산드로 델 피에로(이상 27골, 91경기) 등이 뒤를 잇고 있다.
이제 23세에 불과한 발로텔리 입장에서는 충분히 전설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수치다. 그리고 자신의 말대로 월드컵 우승을 거머쥔다면, 이탈리아 역대 최고의 공격수라는 수식어를 얻을 수 있게 될 발로텔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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