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피를로의 축구예술 '탄성, 그리고 정화'
잉글랜드전 노련미로 플레이메이커 역할 수행
선제골 때 볼 흘려주는 장면은 압권 '역시 베테랑'
확실히 차원이 다른 클래스였다.
이탈리아의 '중원 사령관' 안드레아 피를로(35)가 첫 경기 승리를 견인했다.
이탈리아는 15일(한국시각) 오전 7시 아마우스의 아레노 아마조니아에서 열린 '2014 브라질 월드컵' D조 조별리그 잉글랜드와의 1차전에서 2-1 승리했다.
이탈리아는 전반 35분 마르키시오 선제골, 후반 5분 마리오 발로텔리 골에 힘입어 전반 37분 다니엘 스터리지 1골에 그친 잉글랜드를 물리치고, 기분 좋게 월드컵 스타트를 끊었다.
두 팀은 대체로 수비에 안정을 꾀하면서 중원을 두껍게 하는 전략을 들고 나왔다. 허리에서 2~3명의 선수들이 압박을 시도했고, 상대 진영에서 세밀하게 만들어가기 보다 중거리슈팅에 의존했다. 하지만 두 팀의 가장 큰 차이는 특급 플레이 메이커 유무였다.
잉글랜드는 스티븐 제라드가 기대만큼의 활약을 선보이지 못한 반면 이탈리아는 피를로가 발군의 기량을 과시했다. 한 마디로 피를로의 경기운영 능력과 패싱 감각은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만큼 예술에 가까웠다. 이날 피를로는 무려 96%의 패스 성공률을 기록했다. 그의 발에서 나오는 패스는 한 치의 오차가 없었다.
마르코 베라티, 다니엘레 데 로시와 적절하게 역할을 배분한 피를로는 공수의 연결고리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했으며, 패스의 공급 역할은 단연 피를로가 전담했다. 30대 중반으로 접어든 나이임에도 효과적인 체력 조절을 통해 그라운드 곳곳을 누볐다.
넓은 공간을 책임지며 볼이 있는 곳 대부분에 관여했고, 오른발과 왼발 가리지 않고 뿜는 환상의 패싱 감각은 눈을 정화시켰다. 전반 35분에는 클라우디오 마르키시오가 좋은 위치에 있는 것을 판단해 직접 볼을 처리하지 않고 가랑이로 흘려주는 속임 동작이 빛났다. 피를로의 센스 있는 플레이는 마르키시오의 선제골로 이어졌다.
전반 추가 시간 마리오 발로텔리에게 넣어준 왼발 스루 패스도 압권이었다. 경기 전체를 읽는 능력, 공간 이해도, 선수가 움직이는 타이밍을 정확히 판단한 뒤 패스의 강도를 조절해 발로텔리에게 패스를 연결, 왜 피를로가 최고의 플레이메이커인지 확인할 수 있었다.
후반 추가 시간 피를로의 무회전 프리킥은 덤이었다. 골키퍼 조 하트는 전혀 공의 방향을 예측하지 못했고, 공은 크로스바를 강타했다. 비록 득점과 연결되지 않았지만 피를로의 무시무시한 프리킥 능력은 앞으로의 경기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마르키시오, 발로텔리의 골로 이탈리아가 승리를 거뒀지만 이날 승리의 일등공신은 단연 피를로였다. 피를로는 2006 독일월드컵, 2010 남아공월드컵에 이어 이번에 세 번째이자 마지막 월드컵 출전이다. 이탈리아는 8년 만에 우승에 도전하고 있다. 우승을 차지할 경우 최다 우승국 브라질(5회)과 동률을 이루게 된다. 이탈리아가 우승으로 가는 길은 피를로의 발끝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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