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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권주자 부상한 박원순-안희정, 계파갈등 예고?


입력 2014.06.23 09:43 수정 2014.06.23 11:33        김지영 기자

박 미는 김근태계, 안 미는 친노계 앙금 잠복

문재인 양보여부, 박원순 당내 기반 확장 관건

박원순 서울시장(사진 왼쪽)과 안희정 충남도지사.ⓒ데일리안

2017년 대통령 선거를 3년여 앞두고 야권의 잠룡들이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6.4 지방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한 박원순 서울시장 당선자와 안희정 충남도지사 당선자가 차기 대권주자로 급부상했다.

일각에서는 야권의 차기 대통령 후보 경선이 박 당선자와 안 당선자간 양자대결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두 당선자는 여의도 정치 경험과 뚜렷한 세(勢)가 없는 대신, 각각 고 김근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의 계보인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와 친노(친노무현)라는 당내 양대 계파를 지지기반으로 두고 있다.

결과적으로는 민평련과 친노라는 계파간 대결구도가 될 공산이 크다. 양 계파는 지난 2002년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생긴 앙금으로 아직까지 미묘한 갈등이 남아있다.

당내 경선 과정에서 김 전 고문이 후보직을 사퇴한 뒤, 김 전 고문의 상징인 노란색을 노 전 대통령이 가져가는 등의 사소한 문제들로 양 진영간 시비가 빚어졌으며, 참여정부 출범 뒤에는 대통령의 인사권과 김 전 고문이 추진하던 정책노선 등을 놓고 당청간 대립이 격화됐다.

김병준 교육부총리의 조기 사퇴가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청와대는 김 부총리가 코드인사라는 당내 비판을 묵살했고, 결국 당의장이자 중재자였던 김 전 고문도 노 전 대통령에 등을 돌렸다. 이후에는 민주당 합당파들을 중심으로 반노(反盧) 세력이 결집하면서 정권 말기에는 야권이 친노 대 비노로 양분됐다.

2012년 대선에서 민평련계 일부 의원들이 문재인 후보를 지원하면서 일정 부분 계파색이 옅어지기는 했지만, 현재까지도 친노 대 비노 형태로 나뉘어 대여투쟁 방식 등을 둘러싼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한편, 박 당선자와 안 당선자가 부상하면서 지난 대선에 출마했던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와 문재인 의원은 자연스럽게 여론의 관심에서 멀어지는 모습니다.

문 의원의 경우 지방선거 직후 1위에 ‘깜짝’ 등극했으나 1주 만에 2위로 내려앉았고, 안 대표는 전주까지 3주 연속으로 4위에 머물다가 이주 정몽준 전 새누리당 의원의 하락 덕에 가까스로 3위에 올랐다.

박원순 ‘대세’ 안희정 ‘부상’

리얼미터가 지난 9일부터 13일까지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2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여야 차기 대권주자 지지도에서 박 당선자가 전주 대비 5.0%p 상승한 18.5%를 기록하면서 1위를 차지했다.

전주 1위였던 문 의원의 지지율은 17.1%로 0.3%p 상승했으나, 복병으로 등장한 박 당선자에게 1위를 내줬다. 또 전주까지 순위에 포함되지 않았던 안 당선자는 4.3%를 기록하면서 8위로 순위권에 진입했다.

박 당선자의 지지율은 지방선거를 기점으로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지난달 19~22일 조사에서 14.0%였던 박 당선자의 지지율은 ‘농약급식’ 파문이 일었던 26~30일 조사에서 12.7%로 하락했으나, 이달 2~4일 조사에서 13.5%로, 이번 조사에서 18.5%로 상승하면서 야권은 물론 전체에서도 1위를 기록했다.

박 당선자의 가장 큰 지지기반은 김 전 고문의 계보인 민평련계 인사들이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박 당선자의 ‘정치적 경호실장’ 역할을 자처했던 기동민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도 김 전 고문의 국회의원 시절 보좌관을 지냈던 대표적인 민평련계 인사다.

민평련은 친노계와 더불어 양대 계파로 불릴 정도로 당내에서는 막강한 영향력을 자랑한다. 우원식 최고위원, 최규성 의원, 이인영 의원, 김 전 고문의 부인인 인재근 의원 등이 주요 인사로, 이들은 지난 대선 때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간 단일화 과정에서 활약하기도 했다.

안 당선자는 문 의원과 더불어 친노계의 핵심인물로 분류된다.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와 함께 참여정부 수립의 1등 공신이기도 한 안 당선자는 2004년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한 뒤 정계를 떠나 있다가 2007년 참여정부의 업적을 재평가하기 위해 참여정부평가포럼을 출범시켰다.

안 당선자는 2010년 지방선거에서 충남지사로 당선된 뒤 꾸준히 야권의 잠룡으로 불렸으나 크게 부각되지 않다가 이번 지방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하면서 차기 대권주자로 급부상했다. 이번 여론조사에서 안 당선자의 지지율은 4.3%, 순위는 8위에 불과하지만 첫 순위권 진입과 함께 손학규 상임고문을 앞질렀다.

특히 안 당선자는 야권 후보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박 당선자(20.0%), 문 의원(19.1%), 안 대표(12.2%), 손 고문(8.9%)에 이어 5.5%를 기록해 5위에 올랐다. 이는 김부겸 전 의원(5.0%), 정동영 상임고문(3.9%), 송영길 전 인천시장(2.2%)보다 높은 수치다.

문제는 안 당선자와 문 의원간 역학관계다. 문 의원은 지난 대선 선거운동 과정에서 자신의 후계자로 안 당선자를 지목했다. 차기 대선에서 문 의원이 출마를 강행할 경우, 계파 내 이해관계를 따지면 둘 중 한명은 양보를 택할 수밖에 없다.

친노계에서 여론조사 등을 통해 단일후보를 경선에 내세운다고 가정하면, 현 상황으로서는 전국적 인지도와 당내 세가 부족한 안 당선자가 불리하다. 결과적으로 향후 3년간 안 당선자의 도정활동이 향후 대권을 결정지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번 조사는 전화면접(CATI) 및 자동응답전화(ARS)를 활용한 휴대전화와 유선전화 병행 RDD(임의번호 걸기) 방법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0%p다.

김지영 기자 (j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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