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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키타카'로 지배한 스페인 '급전직하' 원인은?


입력 2014.06.19 11:46 수정 2014.06.19 11:49        데일리안 스포츠 = 문대현 기자

랭킹 1위 스페인, 칠레에 패하며 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 탈락

전술 간파 당한 데다 핵심 전력 부진에 용병술도 실패

[스페인-칠레]세계 최고 골키퍼로 불리던 이케르 카시야스(레알 마드리드)의 몰락도 스페인으로서는 뼈아팠다. ⓒ 게티이미지

FIFA랭킹 1위에 빛나는 '무적함대' 스페인이 침몰했다.

상대에게 전술을 완벽히 간파 당한 스페인의 방패는 헐거웠고 창은 무뎠다.

스페인은 15일(한국시각)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에스타디오 두 마라카낭 경기장에서 열린 '2014 브라질월드컵' B조 2차전에서 칠레(FIFA랭킹 14위)에 0-2 완패했다. 브라질과 함께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혀 온 스페인은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믿기지 않는 수모를 겪게 됐다.

스페인의 '티키타카'는 더 이상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탁구공이 쉴 새 없이 왔다 갔다 한다는 뜻의 스페인어인 '티키타카'는 볼 소유를 오래하지 않고 간결한 패스로 상대 진영을 야금야금 파고 들어간다. 스페인은 이 전술로 유로2008, 2010 남아공월드컵, 유로2012 등 세 차례 메이저 대회를 모두 석권했다.

'티키타카'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중원을 장악해 경기를 지배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네덜란드와 칠레와의 두 차례 경기에서 스페인은 전혀 지배하지 못했다.

세밀한 패스로 중앙을 파고들어 페널티 에어리어에 침투해 완벽한 찬스를 만들어 골을 내는 스페인의 공격 전술은 이를 간파한 상대 수비를 오히려 도와준 셈이 됐다.

네덜란드와 칠레는 때에 따라 5백을 구성해 중앙수비와 미드필드를 탄탄히 구축했다. 중앙만 막으면 된다는 심산이었다. 스페인은 상대의 밀집된 수비를 전혀 뚫지 못했다. 중앙서 시작되는 스페인의 패스를 강력한 압박으로 네덜란드와 칠레는 재빠른 역습으로 스페인에 비수를 꽂았다.

전반적으로 발이 무거웠던 스페인은 네덜란드의 아르엔 로벤(바이에른 뮌헨), 칠레의 알렉시스 산체스(바르셀로나)과 같은 빠른 스피드를 앞세워 골을 노리는 공격수들을 차단하지 못하고 맥없이 무너졌다.

주요 선수들의 노쇠화와 컨디션 저하 또한 스페인의 몰락을 이끌었다.

'티키타카'의 출발점이자 스페인의 세계대회 우승을 이끈 선봉장 사비 에르난데스(바르셀로나)는 어느덧 우리나이로 35살이 됐다. 축구선수로서는 결코 적은 나이가 아니다. 그로 인해 사비의 활동량은 눈에 띄게 주는 등 꾸준함을 보여주지 못했다. 안드레스 이니에스타(바르셀로나), 사비 알론소(레알 마드리드) 등 스페인의 허리를 책임지던 선수들도 컨디션 난조를 보이며 상대를 압박하지 못했다.

세계 최고 골키퍼로 불리던 이케르 카시야스(레알 마드리드)의 몰락도 스페인으로서는 뼈아팠다. 우리나이 34살인 카시야스는 월드컵 경기에만 17번 출전한 베테랑이지만 조별리그 2경기에서 7골이나 실점하는 등 예전 같지 못한 기량을 보였다.

부진에 빠진 공격수 페르난도 토레스(첼시), 다비드 비야(뉴욕 시티)를 대신할 득점 자원도 스페인에게는 존재하지 않았다. 브라질 출신의 귀화 선수 디에고 코스타(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네덜란드전에서 페널티킥을 유도하는 등 분전했지만 그 뿐이었다.

스페인의 조기 탈락으로 감독의 용병술도 도마에 오르게 됐다.

델 보스케 감독은 '티키타카' 외에도 다양한 전술을 펼칠 수 있는 백업자원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름값 높은 기존 멤버들을 계속해서 중용했고 이는 결국 '티키타카' 시대의 종말을 불렀다.

델 보스케 감독은 과거 유로2012에서 확실한 공격 카드가 없자 미드필더인 세스크 파브레가스(첼시)를 전방에 배치시키는 '신의 한 수'로 쏠쏠한 재미를 본 적이 있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서 내세운 '비장의 무기' 코스타 카드는 팀에 완벽히 녹아들지 못하며 패배의 쓴 잔을 들이켜야 했다.

스트라이커가 부진해 공격이 여의치 않으면 측면 공격 위주로 전술을 변경해야 했지만 델 보스케 감독은 끝내 측면으로 눈길을 주지 않았다.

칠레와의 경기 후 델 보스케 감독은 "패배한 것에 대해 변명거리를 찾고 싶지는 않다. 지금은 이 책임이 내게 있는지 팀에 있는지 가릴 때가 아니다. 선수들은 모든 걸 쏟아부었다"며 스페인의 조별리그 탈락에 대한 책임이 자신에게 있음을 우회적으로 표현하며 실수를 인정했다.

스페인 공략법이 수면 위로 떠올랐음에도 별다른 대처와 변화 없이 이번 대회를 맞이한 스페인은 24일(한국시각) 호주와의 조별리그 3차전 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스페인행 비행기 티켓을 예매하게 됐다.

많은 전문가들이 '스페인은 예전 같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긴 했지만 이렇게까지 이른 탈락을 점치는 이는 많지 않았다. 스페인이 충격을 터는 시간은 꽤 길어질 것 같다.

문대현 기자 (eggod611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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