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축구협회 허정무 부회장은 3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서 기자회견을 통해 홍명보 감독의 거취에 대해 발표했다. 예상대로 '유임' 결정을 내리며 홍 감독을 재신임했다.
허정무 부회장은 “국민들의 희망이 되겠다고 굳게 다짐하고 브라질로 떠났지만 좋지 않은 성적으로 돌아와 머리 숙여 깊게 사과한다. 모든 질책은 달게 받겠다”면서도 “홍명보 감독 개인의 문제로 매듭짓는 것은 해결책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준비기간도 짧았던 만큼 홍 감독을 계속 지지하고 신뢰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홍 감독의 임기가 내년 6월로 아직 남은 데다 월드컵 준비 기간이 1년밖에 되지 않은 점을 고려해 다시 한 번 기회를 주기로 했다. 지난해 6월 사령탑에 앉은 홍 감독의 계약기간은 2년으로 내년 1월 호주서 열리는 ‘2015 아시안컵’이 사실상의 마지막 대회다.
이로써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 ‘의리축구’ 논란을 초래한 가운데 1무2패로 H조 꼴찌에 머물렀던 축구대표팀 홍명보 감독은 감독직을 유지하게 됐다. 홍 감독은 벨기에전 패배 직후와 귀국 후에도 협회 측에 사퇴의사를 전달했지만 결국 대한축구협회 정몽규 회장 만류로 감독직을 이어가게 됐다.
홍 감독의 마음을 돌린 것은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다. 정몽규 회장은 홍 감독에게 브라질월드컵의 실패는 축구 행정의 실책이 더 크다는 점을 언급하며 계속해서 지휘봉을 잡아달라고 설득했다. 자진사퇴 의사를 밝혔던 홍 감독도 정 회장 설득에 사퇴카드를 버렸다.
정 회장의 설득에는 여러 의견이 반영됐다. 감독을 경질할 경우, 아시안컵이 불과 6개월 남은 상황이라 새 사령탑을 당장 물색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녹아들었다.
게다가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9월 한일전이 열릴 가능성이 있다. 한일정기전은 런던올림픽, 동아시안컵 등 국제대회로 인해 잠시 휴식기를 가졌다. 이를 두고 정몽규 회장도 지난해 7월 “내년에는 가을쯤 일본에서 한일전을 치르게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월드컵에서 국민적 신뢰와 지지를 잃은 대표팀이 한일전이든 축구협회 부인대로 한일전이 아니든 9월 A매치에서 또 그라운드 안팎의 논란과 수준 이하의 경기력을 드러낸다면 지금의 비난 여론은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다. 이 경우 새 사령탑도 큰 부담을 안고 단기간 아시안컵을 준비해야 하는 만큼, 일단은 홍명보 체체를 유지하는 쪽으로 기울었다는 관측이다.
사실 2002 한일월드컵에서 4강 신화 당시의 주장인 한국 축구의 레전드로 불리는 홍 감독은 2009년 U-20 월드컵 8강, 2012 런던올림픽 동메달을 일구며 지도자로서도 승승장구해왔다.
그러나 브라질월드컵 실패로 커리어에 큰 오점을 남겼다. 전술 부재, 선수기용 논란, 위기관리능력 미달 등 복합적인 문제를 드러내면서 축구팬들의 강한 질타를 들었다. 특히, 월드컵을 직전 스스로 최종엔트리 구성 원칙을 깨면서까지 박주영 등 몇몇 선수들을 발탁해 '엔트으리' ‘의리싸커’ 논란을 부르며 고립됐다.
그만큼 후폭풍이 더욱 거셌다. 지난달 30일 대표팀의 인천공항 귀국장에서는 한 축구 팬이 호박엿 사탕을 던져 대표팀을 향한 강한 불만과 불신을 드러냈다. '한국 축구는 죽었다'는 자극적인 문구가 쓰인 현수막도 등장했다.
허 부회장은 이 부분에 대해서도 “홍 감독이 뼈저리게 느끼고 반성하며 실패에 대한 원인을 연구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아시안컵이 아닌, 당장 한일전을 앞두고도 일어날 수 있는 ‘의리축구’ 논란이 먼저 걱정되는 게 현실이다. 과정에서의 결함과 결과에 대한 책임, 그 무엇도 없었던 홍명보호 뒤에 있는 축구협회를 보는 시선이 싸늘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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