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은 9경기 연속 6이닝 이상을 소화하며 선발투수로서 제 몫을 톡톡해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시즌 10승 도전은 다음으로 미뤄야 했지만 류현진(27·LA다저스)은 여전히 명불허전이었다.
이제는 메이저리그에서도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에게서 묻어나는 원숙미까지 느껴졌다. 류현진은 최근 4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기록 중이다. 최근 2경기는 7이닝을 던졌다. 9경기 연속 6이닝 이상 소화하고 있다.
3일 다저스타디움서 열린 클리블랜드전은 그동안 류현진을 괴롭혔던 낮 경기와 4일 휴식 후 등판이라는 불안 요소가 맞물렸다. 하지만 안정감 있는 피칭으로 우려를 불식시켰다. 7이닝 7피안타(1피홈런) 무사사구 8탈삼진 2실점으로 퀄리티스타트 플러스를 기록했다. 시즌 평균자책점도 3.12에서 3.08로 낮췄다.
류현진은 국내 무대에서 활약할 당시 5일 쉬고 등판하는 일정에 익숙했다. 4일 휴식 후 등판할 때는 류현진 스스로 인정할 정도로 체력과 제구력에서 분명한 편차를 드러냈다. 유독 낮 경기에서 약했는데 기록이 이를 보여준다.
류현진은 이날 경기 전까지 5일 휴식 후에는 12경기 10승1패 평균자책점 1.95로 호투했지만 4일 휴식 후에는 22경기 8승8패 평균자책점 3.91로 다시 기복을 드러냈다. 주야간 경기에서도 야간에 통산 31경기 16승7패 평균자책점 2.66, 낮 경기에서는 14경기 7승5패 평균자책점 4.04로 차이가 컸다.
그러나 클리블랜드전에서는 불리한 상황을 오로지 실력으로 극복해내며 진가를 증명했다. 최고 구속은 94마일(151Km)에 이르렀고, 무사사구 피칭으로 클리블랜드 타선을 압도하는 제구력을 뽐냈다. 4회 라이언 레이번에게 투런 홈런(시즌 7호 피홈런)을 허용한 게 옥에 티였지만 그 외에는 이렇다 할 위기 없이 안정적으로 마운드를 지켰다.
다저스 타선과 불펜은 이날 류현진을 크게 도와주지 못했다. 돈 매팅리 다저스 감독은 주전 타자들에게 휴식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핸리 라미레스, 애드리안 곤살레스, 야시엘 푸이그, 후안 유리베 등을 선발 라인업에서 대거 제외하고 1.5군으로 라인업을 꾸렸다.
우려한대로 이날 다저스는 초반부터 야수들의 실책성 플레이가 속출했다. 류현진이 마운드를 내려간 이후에는 불펜의 브라이언 윌슨이 블론세이브로 류현진의 승리를 날렸다.
비록 10승은 놓쳤지만 분명한 사실은 류현진이 이제 메이저리그에서도 인정받는 거물급 선발투수로 자리 잡았다는 점이다. 매팅리 감독이 자신 있게 1.5군을 내세우며 주전 선수들에게 휴식을 줄 수 있던 것도 그만큼 류현진의 피칭을 신뢰했기 때문이다.
현지 언론들도 류현진의 피칭에 아낌없는 찬사를 보냈다. 류현진이 4일 휴식 이후 약하다는 징크스를 계속 지적해왔던 미국 언론들은 류현진이 최근 2경기 이상 7이닝의 호투를 이어가자 '올스타급 피칭'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류현진이 미국 무대에 도전한지 정확히 1년 반 정도가 흘렀다.
한국프로야구에서 건너온 미지의 아시아투수를 향한 불신과 의문의 시선은 이제 사라진 지 오래다. 간혹 나오는 아쉬움의 시선들도 이제는 그만큼 류현진에 대한 기대치가 더 높아진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류현진은 더 이상 2년차 투수가 아니라 메이저리그에서도 검증된 베테랑으로 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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