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권은희인듯, 권은희 아닌, 권은희 공천 '끝!'


입력 2014.07.10 14:13 수정 2014.07.10 14:46        김지영 기자

<기자수첩>'국정원 댓글의혹'은 결국 새정연과 권은희의 공천 커넥션인가

새정치민주연합이 지난 9일 광주 광산을 보궐선거 전략공천 후보로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을 확정했다.(자료사진)ⓒ데일리안

새정치민주연합이 지난 9일 광주 광산을 보궐선거 전략공천 후보로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을 확정했다. 권 전 과장은 당초 7.30 재보궐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혔었다.

사실 권 전 과장에 대한 전략공천설이 처음 흘러나왔던 지난주 초까지만 해도 국회 정론관의 대체적인 분위기는 ‘글쎄’였다. 권 전 과장의 영입을 둘러싸고 당론이 나뉘었고, 결정적으로 권 전 과장이 새정치연합 후보로 선거에 출마하는 것이 결코 당의 이미지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새정치연합 지도부는 끝내 권은희 카드를 꺼내들었다. 일각에서는 같은 지역에 출마했던 천정배 전 법무부 장관을 배척하려는 시도라는 관측도 나오지만, 이보단 권 전 과장 자체를 전략적으로 좋은 패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 굳이 예를 들자면 정의 대 부패한 권력간 대결구도를 유도한 것이랄까.

이와 관련, 유기홍 새정치연합 수석대변인은 “전략지역으로 선정해놓고 전략공천을 할지, 경선을 할지에 대해 어제부터 최고위위원회에서 논의가 있었다”며 “그 과정에서 경선을 할 경우에도 부작용이 예상된다는 지적이 많았고, 권 전 과장을 전략공천하자는 게 최고위원 다수의 의견으로 떠올랐다”고 설명했다.

권 전 과장은 출마를 결정한 배경에 대해 “사표를 내가 제출할 때까지 철저하게 나는 경찰이고, 국가공무원이고, 또 더욱이 국정원 사건 수사 책임자로서 판단을 하고 행동을 느꼈고 책임감에 따라서 행동을 했다”며 “그렇기 때문에 (그동안) 7.30 재보선, 이런 부분들은 전혀 고려해보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그러한 책임감이 경찰을 그만두고 난 이후에도 계속됐고, 진실을 밝히려는 노력이 계속돼야 한다는 것을 요구했다”며 “또 지금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에서 아주 많은 분들이 정의에 대한 요구가 높은데, (출마가) 그러한 요구에 부합하는 판단이라고 최종적으로 판단을 내렸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새정치연합과 권 전 과장의 ‘나름의’ 진정성은 얼마나 받아들여졌을까. 권 전 과장의 재보선 출마에 대한 여론은 과거 박용진 새정치연합 대변인(현 홍보위원장)의 브리핑처럼 한마디로 ‘헐~’이다. 새누리당은 물론 새정치연합 내에서도 비판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새정치연합 원내대표를 지낸 전병헌 의원은 광산을 전략공천과 관련, 지난 9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정의로운 증언의 가치를 반감시켰다”면서 “결과적으로 7.30 재보선 ‘전략공천’은 본격적으로 링 위에 올라가기도 전에 심각한 내상을 입게 만든 ‘최악의 전략’이 되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권 전 과장의 재보선 출마가 질타를 받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먼저 권 전 과장은 당초 재보선 출마설을 부정했었다. 그는 지난달 30일 ‘경찰을 사직하며’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7.30 재보선 출마에 관한 고려는 전혀 하고 있지 않다”면서 “나는 우선 중단했던 학업을 계속할 생각이고, 시간을 갖고 시민사회 활동과 변호사 활동을 계획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새정치연합 지도부가 움직이자 하루 만에 출마로 방향을 틀었다. 무소속 출마가 ‘가시밭길’이었다면 새정치연합 전략공천 출마는 ‘꽃길’쯤 될 터다. 더욱이 광주에선 새정치연합 후보로 선출된 것 자체가 당선과 다름없다. 권 전 과장이 재보선 출마를 위해 경찰직을 사퇴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는 이유다.

권 전 과장은 또 경찰 수뇌부가 국가정보권 댓글사건에 대한 수사에 외압을 행사해 수사 결과를 축소·은폐했다고 폭로했던 당사자다. 그는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이 2012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거짓 중간 수사결과 발표를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다가 지난달 경찰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이번 재보선 출마로 권 전 과장이 그간 주장했던 모든 것들은 진정성과 신뢰성을 잃게 됐다. 내부 고발과 조직 배신, 경찰직 사퇴로 이어진 과정이 국회의원 배지를 달기 위한 쇼였느냐는 비아냥도 나온다. 또 그렇다면 권 전 과장이 주장했던 경찰 수뇌부의 수사 외압도 모두 ‘뻥’이란 말인지 모르겠다.

특히 수사 외압의 당사자로 지목된 김 전 청장은 1심과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현재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권 전 과장의 주장과 행동이 양심과 정의에 따른 것이라면 참고인으로서 김 전 청장의 유죄 입증에 주력해야 하는 게 아닐까.

민현주 새누리당 대변인의 말마따나 권 전 과장은 경찰 수사과장이라는 자신의 신분에 기대 근거도 없는 일을 사실인 양 떠들고, 자신이 속한 조직의 신뢰를 나락으로 떨어트린 사람이다. 또 이런 인물을 비판하기는커녕 당선이 유력한 지역에 공천하는 것은 지역주민을 우롱하는 처사다.

문희상 새정치연합 의원은 비상대책위원장 시절 권 전 과장을 ‘광주의 딸’이라 말한 적이 있다. 이번 공천이 국정원 사태를 둘러싼 여야 대치정국 속에서 권 전 과장이 새정치연합의 손을 들어준 데 따른 보상공천이 아니길 간절히 바란다.

김지영 기자 (jyk@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김지영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