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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위키드’ 이상한 숫자놀이…36만 관객 ‘허와 실’


입력 2014.07.14 17:12 수정 2014.07.15 15:02        이한철 기자

종연 80일 남겨놓고 최종 관객 수치 운운

‘통합전산망’ 필요성 역설하며 인터파크 비난

공연제작사 설앤컴퍼니는 최근 뮤지컬 ‘위키드’가 10월 5일 종연시점에 36만 관객을 돌파해 단일 공연 최고기록을 세울 것이라고 밝혔다. ⓒ 데일리안 DB

뮤지컬 ‘위키드’가 공연계 불황에도 불구하고 장기 공연을 이어가며 의미 있는 기록을 세울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위키드’의 성과를 무색케 하는 제작사 측의 행태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공연제작사 설앤컴퍼니는 14일 “‘위키드’, 단일 공연 사상 최다관람, 최고매출 기록 눈앞”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통해 “‘위키드’ 한국어 초연이 10월 5일 종연을 확정한 가운데 7월 12일 기준 실관람객 28만 명을 기록, 30만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재 추세대로라면 10월 5일 종연 시점에는 36만 명, 매출규모 300억을 돌파할 것으로 보이며, 이 기록은 단일공연으로 한국 뮤지컬 사상 최다 관람 수치다”고 밝혔다. 얼핏 보면 ‘위키드’의 최다관객 돌파가 기정사실로 보인다.

문제는 이 같은 발표가 지나치게 성급하다는 점이다. ‘위키드’는 종연까지 무려 80여 일이나 남았다. 36만 명이라는 수치가 목표인지 예상인지 헷갈린다. 공연 시장은 수많은 변수에 의해 요동치기 마련인데 무엇을 근거로 현재 추세가 이어진다고 자신하는 것인지 알 길이 없다.

재미있는 것은 설앤컴퍼니가 발표한 ‘36만’이라는 숫자다. 이는 2011년 ‘지킬앤하이드’의 최다관객 동원 기록(35만 명 추정)을 의식했기 때문이다. 결과를 미리 정해놓고 이를 미리 공표해 최다관객 작품이라는 타이틀을 선점하겠다는 것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이 정도면 허위과장 광고라 해도 지나침이 없다.

한 공연계 관계자는 이 같은 기록에 대해 “제작사 측의 주장일 뿐, 이에 대한 근거는 사실상 없다”며 “유료 관객만을 기준으로 발표한 것인지, 초대권을 모두 포함한 것인지, 수치가 정확한지 여부는 제작사만이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공연예술통합전산망(이하 통합전산망)이 구축돼 있지 않기 때문에 각 예매처에서도 공연의 전체 판매 실적을 정확히 알지 못한다.

무엇이 그리 급했던 걸까. 종연일을 정해놓지 않고 오픈 런으로 공연을 이어온 ‘위키드’는 지난달 25일 종연 시점을 10월 5일로 확정했다고 밝혔다. 최근 대다수 대형 뮤지컬 작품이 2개월 안팎의 공연 기간을 가져간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미 7개월 이상 공연된 작품을 3개월 이상 더 끌고 가겠다는 것은 놀라운 자신감이다.

그런데 6월 이후 ‘위키드’의 예매율은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위키드’ 전체 티켓 가운데 40%가량을 판매하고 있는 인터파크의 경우, 4월까지 줄곧 월간순위 5위권을 형성하며 순항했지만 6월엔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또 다른 예매사이트인 예스24 역시 줄곧 1~2위를 기록하다 5월에 4위, 6월에 7위로 밀려났다.

설앤컴퍼니가 밝힌 대로 현재 추세가 이어져 최다 관객을 돌파할 것이라는 주장은 선뜻 납득이 되지 않는다. 발등의 불이 떨어진 설앤컴퍼니로선 반전이 필요한 상황이다.

설앤컴퍼니 설도윤 대표. ⓒ 데일리안 DB

이를 의식해서인지 설앤컴퍼니 설도윤 대표는 최근 일부 기자들과 만나 “인터파크는 단독으로 티켓을 주는 곳만 상위권에 올라간다. 이는 고객에게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라며 통합전산망 구축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특히 “인터파크가 이를(통합전산망) 방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문광부에서 추진하는 통합전산망 사업은 많은 예매처에서 팔리고 있는 공연의 판매DB를 모으고 통계화 하자는 것으로 그동안 공연계 전체의 숙원 사업 중 하나로 꼽혀왔다.

실제로 한 예매처에서 단독으로 티켓을 오픈한 경우 순위에서 일정 부분 이득을 보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통합전산망에 의한 순위 산출이 이루어지지 않은 현 시점에서 이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인터파크가 다른 예매처의 판매기록까지 종합해서 순위를 매길 수는 없다.

오히려 예매사이트에 티켓 판매를 위탁하고 좌석비중을 배분하는 것은 기획사들의 선택이다. 높은 순위를 유지할 땐 침묵하다가 지금 시점에 이런 주장을 하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만 부를 뿐이다.

설앤컴퍼니와 관련이 있는 예매사이트 클립서비스의 경우 15일 오전 현재 ‘위키드’가 1위, ‘캣츠’가 2위, ‘프리실라’가 3위를 달리고 있다. 1~3위가 모두 설앤컴퍼니 제작 공연이다. 클립서비스의 대표는 설 대표의 동생인 설도권 씨가 맡고 있다.

인터파크 측은 “‘위키드’를 비롯해 설앤컴퍼니 공연의 경우 클립서비스에서 가장 많은 티켓을 판매하고 있다. 이를 통해 많은 수익을 내고 있음에도 인터파크를 향해 근거 없는 비판을 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또한 인터파크가 방해하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현재 정확한 집계가 불가능할 정도로 많은 공연장과 기획사가 있고 그들의 의견이 모두 다르다. 우리가 방해하거나 영향을 끼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며 “오히려 가장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방향에 대한 조언도 하며, 지금도 문광부와 협의를 지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연예술통합전산망 구축을 추진하고 있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예술경영지원센터 관계자 또한 “현재 대형 예매처 가운데 통합전술망에 대해 반대한 곳은 전혀 없다. 다만 전송지원금 등에 대한 구체적인 협상 자체가 아직 진행되지 않고 있다”며 “정보 제공의 경우 법적으로 강제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닌 만큼, 공연계 전반의 공감대 속에 조심스럽게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근 몇 년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공연예술통합전산망은 이달 말부터 시범운영을 실시할 예정이다. 예술경영지원센터 관계자는 “아직 전체 시장의 10~20% 수준에 불과해 큰 의미가 없지만 수년 내 시스템 완성을 목표로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설 대표는 현재 한국뮤지컬협회장을 겸임하고 있다. 공연계 위기 극복을 위해 나섰다면, 불필요한 갈등을 촉발할 것이 아니라 뼈저린 자기반성과 함께 위기극복을 위한 구체적인 대안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 남 탓만으로 해결될 일은 아무 것도 없다.

이한철 기자 (qur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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