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대박' 걸림돌은 경제 격차보다 문명 격차

정리 = 데일리안 김소정 기자

입력 2014.08.23 09:47  수정 2014.08.24 15:53

<시대정신-세종연-데일리안 공동 통일연구 좌담회②>

독일 베트남과 달리 남북간 근대문명 공유 역사 짧아

사단법인 시대정신, 세종연구소, 데일리안이 함께하는 ‘북한의 체제 변화와 남북통일의 방향’에 대한 두 번째 연구 좌담회가 지난 6월27일 서울 토즈 신촌비즈니스센터에서 열렸다. 이날 이번 연구 프로젝트의 3·4주제인 ‘통일 방안으로서 체제통일의 현실성과 장단점’, ‘통일 이후의 국가체제로서의 연방제’에 대한 발표를 통해 과거 분단국가의 체제통일의 유형을 살펴보고, 남북한이 체제통일을 이루는 방식과 현실성에 대한 진단이 이뤄졌다.

김윤태 통일학 박사는 “체제통일의 복잡성과 어려움을 감안할 때 불안을 최소화하는 점진적 통합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영환 시대정신 편집위원은 “통일 방법이나 통일 과정으로서의 연방제는 현실성이 없고, 흡수통일 이후 국가운영 체제로서의 연방제는 고려해볼 만하다”고 제안했다.

전체토론 시간에는 통일 직후 혼란을 막기 위해 일정 기간 체제통합을 위한 과도기가 필요하고, 이 기간 동안 북한주민이 북한지역을 이탈하지 않을 수 있는 인센티브를 어떻게 제공할지에 대한 다양한 견해가 도출됐다. 또 통일 과정에서 ‘1국가1체제’로 나아가기 전 ‘1국가 2체제’가 필요한 경우 그 용어를 ‘1국가 2지역’이나 ‘1국가 2지역정부’로 정정해서 사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아울러 과도기 북한지역에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한 상황에서 북한 내부에서 리더십을 구축할 것인지 혹은 처음부터 한국의 정치가 북한의 정치를 흡수하는 방식으로 가야 할 것인지에 대해 심도 깊은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편집자 주 >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이번 통일 연구 프로젝트는 현재 3대세습까지 이룬 북한의 체제가 개혁개방을 통하거나 혹은 급변사태를 겪으면서 변화할 때에만 남북통일이 가능하다는 전제 하에서 그 가능성과 장단점을 분석하고 현실성 있는 통일 방안을 모색해보고자 하는 것이다.

연구단은 김영호 성신여대 교수, 김동식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위원, 김영환 시대정신 편집위원과 손광주 경기개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오경섭 세종연구소 연구위원, 유재길 시대정신 사무처장, 김윤태 통일학 박사로 구성됐다.

앞서 1차 좌담회는 5월24일 서울시 마포구에 소재한 시대정신 회의실에서 진행됐으며, 1·2주제로 ‘김정은 정권의 개혁개방을 통한 점진적 체제전환과 그에 따른 통일의 가능성과 장단점’, ‘김정은 정권의 붕괴와 급변사태를 통한 체제전환과 그에 따른 통일의 가능성과 장단점’을 토의했다.

다음은 2차 좌담회에서 논의된 3·4주제 연구발표 전문이다.

3주제. 통일 방안으로서 체제통일의 현실성과 장단점 - 김윤태 통일학 박사

“체제통일이 갖는 의미부터 말씀드리면, 체제나 제도의 측면에서 ‘통일’과 ‘통합’은 다른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체제통일’은 결과로서의 단일체제를 의미한다면, ‘체제통합’은 과정이나 내용으로서의 부분적인 결합 상태를 의미하는 측면이 있다. 즉 체제통일이란 통합이 완성된 상태를 말하며, 체제통합이란 통일의 과정에서 이뤄지는 결합 상태라고 말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체제통일과 체제통합은 구분해서 사용할 필요가 있다.

먼저 분단국의 체제통일은 대개 ‘1국가 1체제’ 결합 방식으로 이뤄진다. 독일과 베트남, 예멘의 경우가 해당되며 독일은 흡수통일, 베트남은 무력통일, 예멘도 1국가 2체제 방식으로 체제통일을 진행했던 1차 통일 이후에 결국 합의통일로 1국가 1체제로 체제통일을 달성했다. 다만 홍콩의 경우 중국에 반환되는 방식으로 ‘1국 양제’로 관리 운영되고 있고,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연방공화국은 ‘1국가 2체제’로 존재하고 있다. 그리고 유럽연합이나 독립국가연합이 국가연합 형태로 존재하고 있다.

나라별로 살펴보면, 서독이 동독을 흡수통일한 독일의 경우 자본주의 체제의 서독이 우월한 국력과 경제력을 기반으로 동독 체제를 신속히 편입할 수 있었다. 이 과정에 높은 통일비용도 지불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일통일도 통일 이후 많은 문제점을 낳았다. 동서독의 일대일 환율교환, 동독기업의 사유화와 재산권 반환 문제, 실업자 증가, 인플레이션 및 경제성장률 둔화, 동독인의 열등의식과 의존성 심화 등 후유증을 남겼다.

베트남의 체제통일은 사회주의 체제를 유지하던 북베트남이 자본주의 체제인 남베트남을 무력통일해 남베트남에 사회주의 체제를 강제로 이식함으로써 1국가 1사회주의 체제를 이뤘다. 베트남은 통일 직후 북베트남의 체제이데올로기와 행정제도 주입, 베트남 노동당의 유일성과 당의 독점, 편파적인 정치 충원, 계획경제제도 도입과 기업 국유화, 개인 사유화 금지, 사상교육과 자유통제 등의 조치를 행하면서 남북 간에 갈등이 증폭됐다.

예멘은 이슬람-자본주의 체제의 북부가 사회주의 남부와 협상을 통해 대등한 방식으로 1국가2체제의 통일을 달성했으나, 통일체제에 내재하던 문제가 내전으로 비화되자 북부가 남부를 무력으로 통일했다. 예멘의 경우 북부와 남부의 이념적 차이가 강하지 않은 탓에 처음에는 정치 지도자들의 합의에 의해 평화적인 방식으로 통일을 이뤘다. 하지만 나중에 권력배분 문제로 싸우면서 다시 무력에 의해서 통일이 이뤄지는 인위적인 방식의 통일의 길을 걸었다. 따라서 예멘의 가장 큰 문제점은 국민적 합의가 부족했고, 위로부터 통일을 지향하면서 재분단이 일어난 사례이다.

이렇게 통일의 여러 사례를 볼 때 체제통일을 도모하는 데 있어서 다양한 고려가 필요하고 획일적인 기준으로 체제통일을 평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체제통일에 따른 후유증에 대해서도 고려할 수밖에 없다. 베트남도 북부의 사회주의 체제를 남베트남에 강제로 이식시키면서 사회적 갈등과 보트피플과 같은 이탈현상 등이 발생한 경우이다. 전반적으로 정치 간부를 충원하는 문제나 교육과 통제를 강화하는 등 일방적이고 강제적인 방식으로 통일을 추구한 측면이 있다.

위의 세 나라의 통일 방식에 기초해 한반도 통일의 유형을 유추해보면 강제력을 사용한 무력통일, 남북한이 협상을 통한 합의통일, 북한의 급속한 붕괴에 의한 흡수통일로 분류할 수 있다. 이 중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것은 흡수통일로 보인다. 물론 북한의 정상국가화 및 체제전환을 통한 합의통일에 도달할 수도 있다.

문제는 합의통일이든 흡수통일이든 통일 이후 남북한 체제를 어떤 방식으로 통합하고 관리할 것인지가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차원에서 체제통일에 있어서 일방적인 체제 흡수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인지 등에 대해서도 문제 제기가 가능하다.

남북통일에서 체제통일은 필수적인가

체제통일이 꼭 필요한가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본다. 그 이유 중에 가장 주요하게 논의해볼 것이 남북 간 격차와 이질성이다.

독일이나 예멘의 경우 지금 남북한 보다 이념적인 격차나 이질성이 높지 않았다. 따라서 과연 독일통일이나 예멘통일처럼 한반도에서 급격한 체제통일을 추구하는 것이 적절하냐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체제통일은 단일국가로 발전할 수 있는 측면에서 필요한 부분이지만, 통일의 복잡성과 어려움을 감안할 때 체제통일의 절대성을 강조하는 것이 꼭 옳은 선택이라고 볼 수 없다. 체제통일은 남북한 주민들의 요구와 필요에 의해 적절한 시기에 선택되어질 문제라고 보여진다.

남북한이 체제통일을 한다고 할 때 네 가지 중 한 가지를 선택할 수 있다. 첫째, 남한 식의 자유평화주의 체제통일 둘째, 베트남처럼 사회주의 체제통일 셋째, 북한의 수령절대주의 독재 체제통일 넷째, 남한 식 자유민주주의와 북한 식 사회주의를 혼합한 중간적인 체제이다. 어떤 학자는 사회민주주의 체제의 통일도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남한 식의 장점과 북한 식의 장점을 모아서 하되 북한의 전통적 사회주의를 전제를 달고 접근하는 것이다. 두 가지를 잘 조합하면 유럽의 사회민주주의처럼 통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결국 체제통일은 하나의 체제가 다른 하나의 체제로 편입되거나 상이한 두 체제가 적절히 조합되어 새로운 체제를 형성할 수도 있다. 하지만 후자의 경우 현실에서 존재하지 않는 관념적이고 이상적인 바람일 수 있다. 더구나 통일한국이 실패한 북한식 사회주의 또는 수령절대주의를 일부 수용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보인다. 현실적으로 남북한 양측을 만족시킬 수 있는 ‘제3의 길’을 마련하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통일한국의 체제는 중장기적으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체제를 근간으로 한 단일체제로의 단계적 전환을 모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결론적으로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 체제통일은 필요하다. 다만 체제통일을 이뤄가는 방식에 있어서는 급진적인 방식의 체제통일이냐, 점진적인 체제통일이냐의 두 가지 측면에서 접근해 검토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급진적 체제통일이 맞을까, 점진적 체제통일이 맞을까

체제통일로 가자면 급진적일 수밖에 없고, 체제통합으로 가자면 점진적인 과정도 가능하다. 이 중 어떤 방식이 한반도 통일에 적절할지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급진적 체제통일의 장점으로는 통일국가로서의 정체성이 분명해지므로 강력한 통합력이나 구심력을 초기에 확보할 수 있어서 체제통합을 더욱 빠르게 추진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단점으로는 사회갈등 조정이 어려워 정치적·사회적 불안 요소도 증대될 수 있다. 특히 앞에서 살펴본 독일, 베트남, 예멘의 경우에서도 공통으로 드러나는 문제가 실업률과 인플레이션 해결과 과도한 복지혜택 제공에 따른 비용을 감당하는 것이었다.

점진적 체제통일의 장점은 남북 지역 간의 정치·사회적 갈등을 조정·완충할 수 있고, 북한을 독자적인 정체·경제 발전 단위로 관리가 가능해 통일 후 북한주민의 자존감과 자립심을 높여 대남 의존도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단점은 남북 간에 차별적인 정치·경제 제도를 운용했을 때 북한주민들이 이등국민이라는 피해의식을 갖거나 정치적 참정권 문제, 이동 통제, 복지혜택의 차이 등에서 오는 반발 등으로 반통일 세력이 나타나 재분단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

결론적으로 남북한 체제통일은 급진적이지 않고 점진적인 통합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 가장 이상적인 형태는 북한이 남한으로의 흡수통일 이후 국가시스템으로 연방제를 도입해 단계적으로 체제통합을 추진하는 방안이 적절하다고 본다. 다만 군사권 및 외교권 등 주권문제는 통일 과정에서 급진적인 결정이 요구된다.

통일 후 체제통합은 ‘1국가 2체제 체제통합 단계’를 거쳐 과도기적으로 북한을 특별행정구로 관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후 ‘1국가 1체제 체제통합 단계’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정착시키는 단계로 나아가는 것을 고려해볼 수 있다.

과도기 단계로 도입하는 1국가 2체제 체제통합 단계에서는 연방제 운영 시스템을 도입해 일정 기간 북한을 분리·관할하면서 단계적인 체제통합을 추구할 수 있다. 연방제에 의한 1국가 2체제 운영은 남북한 시장을 분리 운영할 수 있는 이점이 있어서 일정 기간 남북의 임금 수준을 다르게 유지할 수 있고, 노동과 자본 및 이동의 제한도 가능하며, 복지 부담도 이원화시킬 수 있어 과도한 통일비용에 따른 우려를 해소할 수 있다.”

4주제. 통일 이후의 국가체제로서의 연방제 - 김영환 시대정신 편집위원

“보통 연방제라고 하면 북한 김일성이 과거 1960년부터 주장해온 ‘고려연방제’라는 통일 방법을 많이 연상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남북한의 통일 방법으로서 연방제는 과거 60~70년대에도 가능성이 없었고, 지금은 더욱 더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없다고 본다. 또 국가연합이라는 말도 분단관리 체제로서의 국가연합은 생각해볼 수 있지만 통일 방법이나 통일 과정으로서의 국가연합은 아무 의미가 없다고 본다.

현실적으로 한반도의 통일 방안은 흡수통일만이 유일하다고 본다. 북한의 상황이나 국제 정세, 남북 관계 등을 고려해볼 때 현재의 북한 체제에서 남북한이 협의해서 통일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 뿐 아니라 현재 북한 정권이 붕괴되고 새로운 정권이 들어선다고 했을 때 이 정권이 김정은과 비슷한 노선을 걷거나 반대로 전면적인 개혁개방을 내세우더라도 남북한이 협의를 통해 이루는 대등한 통일은 불가능하다고 생각된다. 따라서 남북통일의 방식은 설사 김정은 정권 이후 북한에 새로운 정권이 들어섰다고 가정할 때 이 정권을 완전히 배척하지 않는 선에서 흡수통일하는 방식으로 갈 수밖에 없다.

흡수통일이라고 하면 흔히 독일과 베트남을 떠올리기 마련인데 흡수통일이란, 주권이 흡수되는 것을 말하며, 따라서 과도기 주권 문제의 핵심은 군대를 어떻게 처리할지의 문제이다. 북한의 정권이 있다 하더라도 북한 군대는 궁극적으로 해산하든지 8대2나 9대1의 비율로 운영할 수밖에 없다. 군 문제에서는 타협은 절대 안 된다. 군 문제는 조금만 잘못 처리해도 내전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반드시 확고한 장악력을 갖고 흡수통일을 해야 한다.

또 통일 방법이나 통일 과정으로서의 연방제는 아무런 의미가 없으나 흡수통일 이후 국가운영 체제로서의 연방제는 현실적으로 중요한 고려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주권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조건에서는 통일 이후의 국가 시스템으로 연방제를 가장 현실적인 형태로 고려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남북 체제통합에 앞서 제거해야 할 걸림돌은?

긴 분단의 역사를 가진 남북한이 하나의 체제로 가는 체제통합이 안고 있는 위험성에 대해서도 짚어볼 필요가 있다.

먼저 남북 간에 경제적 격차가 심하고, 문화적·문명적 격차가 심하다. 게다가 남북 간 이념과 제도의 차이가 매우 크다고 하는데 이념이라는 것을 어떤 식으로, 어느 범주까지 얘기할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확실한 것은 북한의 주민과 당 간부조차 정통 마르크스 레닌주의, 모택동주의도 정확히 알지 못하는 데다 두루뭉술하게도 아는 사람조차 없다.

심지어 주체사상도 잘 모른다. 즉 이념적으로 빠져 있는 것이 없다. 그러니까 김씨 일가에 대한 충성심이 사이비 종교 비슷한 형태로 형성돼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이는 개인적으로 북한 공작원과 접촉하거나 북한을 방문했을 때에도 확인했다. 이후 탈북자들에게서도 이념적 요소는 거의 발견할 수 없었다.

또 제도를 봐도 이전에는 사회주의를 했으나 지금은 이것도 완전히 무너져서 북한에서 더 이상 보호해야 할 사회주의라는 게 거의 남아 있지 않다. 이런 측면에서 보자면 사회주의를 하고 싶어도 북한에서 할 수 없는 여건이고, 사회주의를 할 사회적·국가적 분위기도 전혀 형성되어 있지 않다. 남한에서 사회주의를 하는 것이 오히려 쉬울 정도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자면 이념이나 제도의 격차 문제는 핵심이 아니다.

남북 간 문제의 핵심은 경제적 격차, 문화적·문명적 격차이다. 그런데 경제적인 격차보다 문명적 격차가 더 어려운 문제라고 본다. 독일이나 베트남에서 통일이 어렵지 않게 진행됐던 이유는 바로 문명적 격차가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남북 베트남에서는 거의 차이가 없었고, 동서독 간에는 약간 있었어도 그들에게는 최소 150년 이상의 근대화 과정을 공유해온 역사가 있었다.

반면, 남북한은 구한말이나 일제강점기 때 약간의 근대문명을 만들었지만 크지 않았으므로 남북한이 공유해온 근대문명의 역사는 매우 짧다. 이후 남한은 경제발전뿐만 아니라 상당히 빠른 속도로 근대문명을 발전시켰지만, 북한은 오히려 일제강점기 때보다 후퇴한 측면이 있다.

게다가 세월호 사건을 통해 한국도 경제의 발전 속도에 비해 정치·문명의 발전 속도가 훨씬 못 미친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렇듯이 북한도 앞으로 남한의 적극적인 지원과 북한의 지하자원을 이용해 빠른 속도로 경제 발전을 이룰 수 있을지는 모르나 상대적으로 북한의 문명적 발전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고, 또 문명적 격차가 사회적 갈등을 유발할 수 있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세계적으로 통일이 실패한 사례가 많지만 1960년대 초중반의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의 통일 실패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역사학자들은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가 민족적·종교적 차이로 통일에 실패했다고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말레이시아의 경우 당시에도 전체 국민 중에 화교 비율이 35% 정도였고 지금도 화교 비율이 27~28%인데도 60년대 말에 딱 한번 폭동이 있었을 뿐 정상적으로 국가를 잘 운영하고 있다. 물론 외형적으로는 종교적·민족적 문제 불거졌겠지만, 이면에는 문명적 격차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이런 측면에서 과연 남한 사람들이 북한을 직접 통치할 능력이 있을까에 대해 의문이 생긴다. 지금 북한이 근대적 사회경험 없이 순화되지 않은 높은 정치성을 갖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 된다. 그것은 근대화 과정에서 순화되지 않은 정체성이다. 권리와 책임, 의무 등이 체득되지 않은 정체성은 국가 운영에 부담을 주는 정치세력과 시위 등 사회혼란으로 발전할 소지가 많다.

따라서 이런 북한에서 남한의 정치인들이 들어가 남한식의 체제와 제도를 곧바로 적용해 통치하는 것은 한편으로 위험하다. 복지·의료·노동 체제 등을 북한에 바로 적용하면 국고가 순식간에 바닥날 것이며, 북한 지역에서 정상적인 기업활동도 가능하지 않게 될 것이다. 또 남한의 인권기준을 북한에 적용한다면 정상적인 치안이 거의 불가능해진다.

특히 개인적으로 경험한 바에 따르면, 북한 사람들은 평범한 사람들도 비합법적이고 반합법적인 공간을 자연스럽게 보는데 탁월한 측면이 있다. 또 근대적인 준법의식도 박약하다. 예로 보험사기 등이 형법상 범죄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것과 관련한 죄의식은 별로 없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북한주민들을 남한의 정치 관료들이 과연 감당할 수 있을까 하는 점이 비관적으로 판단된다.

이런 점에서 2체제 통일을 생각해볼 수 있고, 연방제 방식, 홍콩식 특구 방식도 생각해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럴 경우에도 북한에 넓은 의미의 근대적 자유주의를 적용할 수는 있지만 남한식의 자유주의를 적용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결론적으로 남북한 통일 과정에서 북한에 높은 권위와 카리스마, 강력한 리더십을 가진 지도자가 나오지 않는다면 북한의 산적한 문제는 해결이 불가능해질 것으로 판단된다. 개인적으로는 1960년대 박정희 정권 수준으로 가야 지금의 북한에 대한 통치가 가능하다고 본다.

그런 한편, 북한에 강력한 리더가 나올 경우 연방정부와 여러 정치적인 충돌이 생길 우려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충돌은 정치적으로 극복해나가도록 하고 북한에 자체적으로 강력한 리더십을 형성하지 않는다면 체제통일 후 혼란과 어려움을 극복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편, 남북통일 이후에도 초기에는 남북 간 인적 이동을 매우 엄격하게 통제하는 것이 좋다. 시간이 흘렀을 때 조금 완화하더라도 완전한 자유로운 이동은 꽤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 하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다만, 통일 직후부터 북한 학생들을 대규모로 남쪽에 파견해 교육시키는 것은 당장 시작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본다.

흡수통일 이후에는 연방제 국가시스템이 현실적

연방제의 기본 구조는 연방대통령이 안보와 외교를 맡고, 남북한의 각 지방정부는 경제·치안·교육 등 내정만 맡는 형식으로 가는 것이 좋겠다. 대통령은 군통수권뿐 아니라 정보기관을 담당하고 통일의 수호와 연방의 유지와 관련된 것을 맡고, 지방정부에 대한 지도 등을 담당하게 해야 한다. 그리고 지방정부가 경제·치안·교육 등 내정과 관련된 업무를 맡는 방식으로 가면 좋겠다.

연방대통령이 안보를 맡는다는 것은 단순히 국방의 의미뿐만 아니라 통일의 수호와 연방의 안정적 유지 등과 관련된 광범위한 업무를 맡는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통일 유지, 통일의 안정적 발전, 반통일 세력에 대한 정치적 대처 및 사법적 대처, 안보를 위협하는 세력의 색출 및 그에 대한 사법처리, 국내외 종합적인 국가적 차원의 정보 업무 등을 맡게 될 것이다.

연방제를 운영한다고 할 때 근대문명에서 오랫동안 형성해온 시장경제, 근대주의, 자유민주주의 등 근대적인 입헌 원칙에 부합하는지 안 하는지를 최종적으로 판단하는 연방재판소와 같은 것을 만들어서 운영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본다.

연방 차원의 정보기관, 수사기관, 검찰기관 등은 통일 당시의 판단에 따라 달라질 수는 있겠지만 설치하게 될 가능성이 훨씬 높다. 특히 정보기관의 경우에는 연방 차원의 정보기관만 존재하고 남과 북에는 별도의 정보기관이 없는 식의 구조로 될 가능성이 높다.

연방에서 설치할 부처와 기관들에는 남북 간의 균형적이고 종합적인 발전과 복지를 담당하는 기관, 남북 간 인적 이동을 담당하는 기관, 북한에 대한 전문인력 파견과 북한 유학생 교육을 담당하는 기관, 전국적 범위의 교통과 통신을 담당하는 기관, 남북 간의 언어통일을 담당하는 기관 등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 지역의 종합발전계획을 수립하는 것을 연방이 주도할지 북한 지역정부가 주도할지는 미리 정할 필요는 없지만, 북한 지역정부가 중심이 될 가능성이 높다. 북한 발전에 대한 종합계획은 북한 지역정부가 주도하고, 북한 지원업무는 재원을 갖고 있는 연방정부가 주로 할 수밖에 엇어 보인다. 연방대통령은 좌파, 북한 지역정부는 우파라든지 이렇게 되면 개발계획을 세우거나 지원을 하는데서 충돌이 있을 수 있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런 것을 충분히 예상하고 권한다툼이 생기지 않도록 연방헌법을 정교하게 짜야 한다.

연방정부를 구성하는 관료를 남북한에서 동수로 파견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북한에는 근대적 법치나 행정교육을 받은 관료들이 거의 없다. 대표성이 있는 최고급 관료, 장차관들은 남북한 출신 비율을 8대2 정도, 중상급 관료는 9대1 정도로 맞춰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하급 관료들은 처음부터 인구비례로 해도 상관없으나 최고급 관료들의 경우 통일 후 5~10년 정도 지난 후에 인구비율로 맞출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인권의식, 법치의식 같은 근대적 의식이 강하게 필요한 부서에는 배치하기 힘들 것이다. 교통이나 통신 등의 부서는 가능해도 법무부, 노동부, 여성부 등에서는 꽤 장기적으로 중상급 관료가 8대2 수준이어야 할 것 같다.

연방대통령의 선출은 직선의 방식과 간선의 방식이 있다. 직선 방식에서는 모든 남북한 전체 인구가 1인1표제로 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상식적이지만 일정 기간 특수한 조건을 고려해서 남북한 동수로 환산해서 선출하는 방식도 있다. 간선 방식은 선거인단을 선출한다든지 아니면 연방의회에서 간접선거로 대통령을 선출하는 방식이 있다. 역시 간접선거에서도 남북 동수로 할 것인지 인구비례에 따라 할 것인지가 문제될 수 있다. 직선제의 경우 인구비례로 할 가능성이 압도적으로 높다면 간선제는 인구비례가 아닌 남북 동수로 할 가능성도 상당히 높다.

남북한 각각의 지역정부의 구성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은 의원내각제이다. 남북한에서 각각 의원 선거를 해서 그 결과로 다수의석을 확보하는 정당 또는 정당연합이 집권하는 방식이다. 다수당에서 총리를 선출하고 그 총리가 내정을 책임지는 방식이다.

만약 내각제를 하지 않는다면 미국처럼 직접 거버너(연방에서 대통령이라는 명칭을 사용하기 때문에 지역정부의 거버너는 대통령이라는 이름보다는 통령이라는 이름을 사용하는 것이 좋을 듯)를 선출하는 방식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연방대통령이 국민이 직선으로 선출됐는데, 남북한 각 지역정부도 주민 직선으로 거버너를 선출하게 되면 연방대통령과 거버너 사이의 정치적 관계에서 서로 여러 가지 불편한 요소가 생길 수 있다.

남한과 북한의 내정은 각자 알아서 하는 식이지만 내각제를 할지 거버너 방식으로 할지는 연방헌법에 의해 통일적으로 결정해두는 것이 낫다. 어느 한쪽은 내각제를 하고 어느 한쪽은 거버너를 선출하는 방식은 적절치 않다. 그러나 같은 내각제라 하더라도 그 구성방법은 남북한이 각각 달리 할 수 있다.

내정의 여러 분야가 본질적으로 연방과 직간접적인 관련이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미국의 연방정부처럼 연방의 권한이 지속적으로 증대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그 연방의 권한 증대라는 것은 적절한 속도를 유지해야지 그런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게 되면 연방제 자체가 유명무실해지고 다양한 부작용도 많이 생길 수밖에 없다.

연방정부가 자신의 영향력과 권한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을 지방정부 차원에서 심하게 통제하려다 보면 연방정부와 지역정부 사이의 갈등이 심해져서 정상적인 국가운영이 안될 수도 있다. 따라서 연방정부와 지역정부 사이에 권한을 조정하는 역할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 연방대법원 산하에 별도의 권한조정위원회와 같은 것을 만드는 것도 좋을 것으로 생각된다.

예산은 각 지역정부 예산과 연방정부 예산이 별도로 있게 될 것이다. 연방정부 예산을 충당하기 위해서 각 지역정부 예산 중 일정 비율을 강제로 떼서 연방정부 예산을 유지하는 방식이 있을 수 있고, 아예 별도의 연방세를 설정해서 연방정부 예산을 구성하는 방식이 있다.

연방정부는 군대를 유지해야 하고, 정보기관을 비롯한 각종 기관들을 유지해야 할뿐만 아니라 정국적이 차원의 복지와 균형발전 등을 담당해야 하기 때문에 상당히 많은 예산이 필요하다. 따라서 연방정부가 내정을 담당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상당한 비율의 예산을 연방으로 돌릴 수밖에 없지 않나 생각한다. 연방정부의 예산이 총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 정도 될지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지만 최소한 전체 총 예산에서 3분의 1은 넘을 것으로 추측된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전체 토론

△유재길 사무처장 = “3주제와 4주제 발제 내용에 대한 의견과 질문을 주시고, 아울러 향후 연구 방향에서 고려할 점과 리포트를 작성할 때 포함시키면 좋을 의견을 제시해 달라.”

△김영호 교수 = “먼저 질문부터 하겠다. 김영환 편집위원과 김윤태 박사의 발제에도 포함됐지만 남북통일에 있어서 많은 사람들의 걱정하는 것이 북한에 급변사태가 일어날 경우 한국 스스로 비용을 감당하기 힘들 것이라는 점이다. 이럴 경우 국제기구가 컨소시엄을 형성해서 외부에 지원을 요청하고 통일한국에 실제적인 지원을 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즉 투자를 하는 쪽에서 투자 가치를 회수할 수 있느냐의 문제이다.

이런 점에서 남북이 통일할 때 독일 방식의 급진적인 흡수통일이 적당할지, 아니면 홍콩 방식의 1국 양제로 할 것인지를 논의할 수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남북한의 통일에 1국 양제를 도입할 경우 일정 기간 체제를 분리시키고 자유로운 이동도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바로 이 기간 동안 북한주민들이 근대화된 문물을 익혀야 하는 것이다.

이 기간 동안 남북 간 시장도 분리하고, 임금수준도 달라야 하며, 복지비용 지출도 이원화해서 관리되어야 한다. 특히 남북 간 통화를 일대일로 교환해주는 것에는 전문가들 대부분이 반대한다. 이럴 경우 한국경제가 어려워질 것이고, 이런 형태라면 국제 금융기구의 지원도 어렵다고 본다.

따라서 통일 과정에서 연방제라는 형식을 도입해 남북을 분리 운영하는 과정이 필요하고, 이후 점진적으로 체제통합을 해야 한다고 본다. 그 과정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통일 이후 당장 북한주민들이 남한으로 몰리는 것을 막기 위해 어떤 제도가 필요한 지를 생각해보는 것이다. 가령 북한주민에게 집의 소유권을 인정해주지만 당장 팔지 못하도록 5~10년의 기한을 정하는 것 등에 대해서도 논의해야 한다.”

△김영환 편집위원 = “통일 이후 정책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과도기와 그 이후를 구분해서 봐야 한다. 과도기에는 여러 위험 요소가 있는 상황에서 북한 주민들이 대거 당장 내려오려고 한다면 북한은 금방 붕괴될 수 있다. 그렇다고 새로운 장벽을 설치할 수도 없으므로 과도기에 내려오는 북한주민들은 받아줄 수밖에 없다고 본다.

그렇다면 과도기가 끝났을 때 북한주민들을 어떻게 돌려보내느냐 하는 문제가 있다. 김 교수 말처럼 북한에 남을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경제적 이익도 필요하다. 하지만 북한주민이 북한에 남을 수 있도록 하는 유도하는 방안은 보다 잘 검토되어야 한다. 지금도 북한에 시장이 형성되어 있고, 집도 사고파는 상황이다.

이미 북한에서 상당히 많은 돈을 주고 집을 구입했는데 그것을 다시 개인이 소유할 수 없다고 한다면 통일된 이후 기대감을 앗아버리는 것이 된다. 따라서 북한에서 돈을 주고 집을 산 사람, 권력과 지위로 집을 취득한 사람, 재산가치가 전혀 없는 집을 소유하는 사람들도 있는 상황에서 북한주민에게 집 한 채만 덜렁 주는 것이 차라리 남한에서 불법으로 취업해서 돈을 버는 것보다 이익이어서 그것만으로 통제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가 있다.

즉, 통일 이후 당분간 북한주민을 북한에 남게 하는 방안은 단순하게 접근할 것이 아니라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경제적인 이익만으로는 어려울 것 같고, 치안적인 차원에서 미국과 멕시코 간 국경을 관리하듯이 불법체류를 단속하는 것은 물론 정치적인 정책으로 북한에 남아 있을 경우 ‘이제 북한은 기회의 땅인 만큼 길게 보면 북한에 잔류하는 것이 더 이익’이라는 데 공감할 수 있도록 정책을 펴고 미디어를 동원해서 홍보도 해야 한다. 그리고 과도기에 내려온 사람들은 이후 모두 돌려보내야 한다.”

△김영호 교수 = “토론 중간에 잠깐 용어 문제를 정리하고 넘어갔으면 좋겠다. 흔히 1국가 2체제, 1국가 1체제라고 말하고 중국은 1국가 양제라고 하는데 우리는 ‘1국가 2지역’으로 사용하는 등 체제라는 용어를 피해서 사용하는 것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김윤태 박사 = “만일 북한에 급변사태가 닥치고, 한국이 주도해서 북한을 흡수통일했을 때 갑작스럽게 어떤 체제로 갈 것인지를 논할 게 아니라 미리 남북한 체제통일에 대한 논의를 충분히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앞에서 지적된 통일 초기 북한주민의 북한지역 내 잔류 문제에 있어서는 강제성이 동원되지 않으면 북한주민을 설득하고 통제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 같다. 국경통제와 치안유지가 되지 않으면 북한이 정상적인 체제를 유지하면서 가기는 힘들 것으로 본다. 최악의 경우 재분단으로 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오경섭 연구위원 = “앞에 김 교수 제안에 대해 말을 하자면, 어차피 북한도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로 가야 하지 않겠나. 그러니까 그 표현을 ‘체제’라고 하기보다는 ‘지역정부’ 정도로 말하면 좋겠다. 체제통일이라고 표현하면 또 다른 체제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김영환 편집위원께서 경제적 유인으로 북한주민을 붙잡기 어렵다고 지적한 대목에 대해 본인의 의견을 말하겠다. 만약 북한주민을 경제적인 방법으로 북한에 잔류시킬 수 없다고 한다면 사실상 북한주민들을 붙잡을 방법은 없다고 본다. 남북통일이 가시화되면 조선족의 탈북러시가 예상되는 것처럼 북한주민들 사이에서도 잘 사는 사람들은 한국으로 오려고 할 것이고, 이런 현실적인 문제는 고려해야 한다.

그래서 그것에 대한 방법이 없다고 할 때 남북한을 실제로 분리해서 운영한다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문제가 아닌가 생각된다.

또 앞서 두 분의 발제의 공통점처럼 통일 이후 북한에 강력한 정치적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렇다면 통일 과정에서도 한국이 북한을 강력하게 통제할 수 있어야만 북한 내부의 정치적 변수로 인해서 통일 과정이 혼란스럽거나 또다시 재분단이라는 어려운 상황으로 가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북한 내부에 강력한 리더십이 있어야 한다기보다 차라리 한국이 강력한 리더십을 구축하고 북한을 완벽하게 통제한다는 전제 하에 통일을 추진해야 하고, 그런 방향으로 가는 것이 통일 과정의 혼란을 최소화하는 현실적인 방법이 아닌가 생각한다.”

△김영환 편집위원 = “북한이 무정부 상태에 빠지거나 하면 주민들이 국제난민화될 수 있다. 이럴 경우 만약 중국에서 난민을 받게되면 한국에서 안 받을 수 없다. 이런 극심한 혼란 상태에 빠질 경우 최소한 북한주민에게 난민 지위는 주어져야 할 텐데 그런 경우가 아니라면 편법으로라도 북한주민이 북한지역을 이탈하는 것을 차단하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오경섭 연구위원 = “통일을 추진해가는 과정에서 한국 내부의 정치세력들이 북한을 통제할 때 상당히 포퓰리즘으로 갈 수도 있고, 정치적으로 통제하기 힘든 상황으로 갈 수도 있다는 점도 지적하고 싶다. 또 북한 내부에 강력한 권력이 서도록 해 주는 것이 통일 추진에 과연 유리한 것인지, 아니면 여러가지 어려움이 있더라도 정치적으로 한국이 강력하게 통제하는 게 통일을 이끌어가는 데 더 유리한 것이 아닌지도 고민해봐야 한다.”

△김영환 편집위원 = “한국에서 북한에 대해서까지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정치적 리더십을 기대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 같다는 판단이다. 더구나 북한 주민들의 복잡다단한 현실적 속성을 이해하고 이끌 수 있는 정치세력을 만들고 북한을 이끌어가는 것은 매우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

△오경섭 연구위원 = “이런 방법도 있지 않을까. 차라리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이 북한에서 자유롭게 활동하면서 아예 북한의 정치세력을 흡수하도록 한다면 그 이해관계가 한국의 정당으로 수용이 될 수 있으므로 차라리 이런 방법이 북한의 정치세력이 각개약진하는 것보다 훨씬 더 유리하지 않겠나. 또 하나는 북한에 자체적인 강력한 리더십이 설 수 있을지도 알 수 없지 않나. 그래서 현재 북한을 통제할 정치적인 세력이 없다는 전제로 본다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은 한국의 정치가 북한의 정치를 흡수하는 것이 정치 안정화를 꾀할 수 있는 방안이 아닐까 한다.”

△김영호 교수 = “좀 얘기가 빗나가는데 두 분 토론 방향은 통일 이후 내각제를 전제로 한 것인데, 통일 문제에서는 강력한 리더십이 있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대통령제가 더 적절하다고 본다.”

△김영환 편집위원 = “한국도 근대정치를 배워나가는 과정에 있다. 문창극 총리후보 낙마 사태를 봐도 투표로 뽑힌 대통령이 지명했는데 투표로 뽑힌 국회의원들이 뒤집어엎는 상황에서 투표를 왜 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한국 정치에도 여러 문제도 있는 상황에서 초당파적인 북 주민들에 대해 어떤 정치를 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북한주민들이 그동안 나름대로 살아온 특성, 삶의 방식은 나름의 독특한 문화로 규정할 수 있다. 통일 문제를 생각할 때 북한주민의 사고방식이나 문명적인 사고 수준, 문화적인 사고 특성을 고려해서 대응할 필요가 있다. 예로 장마당도 전체주의 체제 하에서 주민들이 삶을 유지하기 위해 만들어낸 하나의 문화이다.

이런 것들에 편견적인 사고로 접근하는 것을 넘어서서 문명적인 차원에서 논의하는 것이 필요하다. 예로 북한 사회를 우리가 알고 있는 유통구조를 적용해 정리할 것이 아니다. 이런 면에서 기업들도 북한 사회를 이해하는 측면으로 통일 대비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령 현재 북한 내부에서 가장 부족한 것이 생리대, 내복, 비누 등인 것을 감안해서 세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동식 연구위원 = “어떤 통일 방식이든 현실성을 가장 먼저 봐야 한다고 본다. 경제적인 인센티브로 북한주민들을 통제하지 못한다면 그 어떤 방식으로도 통제를 못한다는 데 동의한다. 현실적으로 북한주민들에게 경제적인 혜택 이외에 무엇이 절실하겠나. 북한 지역을 구분해서 살 집을 보장해준다거나, 주택가치가 없는 지역에서는 토지를 주는 방식으로 북한주민들이 당분간 이탈하지 않을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정말 이상적인 방향은 체제전환 이후 북한 나름의 지도자가 나와서 체제를 운영하고 이후 경제력이 남한의 70~80% 정도 될 때 통일하면 가장 좋다. 이런 측면에서 연구해보면 현실적인 방법이 나올 것으로 생각한다. 다시 말하면, 김정은 정권 이후에 북한에 들어설 지도부와 한국정부가 긴밀한 유대관계만 유지한다면 한국이 그 지도부의 가장 강력한 후원자가 되는 조건으로 협약 같은 것을 맺고, 남북을 각각 독립적으로 운영한 뒤에 나중에 합치면 좋을 것 같다.

또 지금 우리가 바라듯이 통일을 점진적으로 하자고 해서 반드시 그렇게 되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급진적인 통일에도 대비해야 한다. 한국에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고, 다소 무리가 따르더라도 독일처럼 급진적으로 통합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해결 방식이 될 수 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통일역량을 구축해야 한다. 가령 북한에 가서 우리의 의지를 보일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 탈북자 사이에서든 시민단체에서든 그 역할을 할 사람을 준비시켜야 한다.

사실 북한은 일찌감치 남북통일에 대비하는 인력양성에 투자해왔다. 1980년대까지도 6.25전쟁을 전후해서 월북한 사람들을 1년에 한 두 차례씩 교육시켰다. 현재 북한에 200여개 시·군이 있고, 남한에는 탈북자가 2만여명 있다. 한 개 시·군에 교육받은 탈북자를 최소 10명씩만 보낼 수 있도록 미리 준비하는 것이야말로 통일에 대비하는 현실성 있는 방법이다. 오늘 발제 내용은 이상적이지만, 좀 더 현실적인 접근 방식도 논해볼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김영호 교수 = “앞으로 북한을 개발하려면 반드시 국제금융계의 지원을 받아야 하므로 한국 정부가 항상 이런 점에 있어서 명확한 대안과 비전을 갖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북한 내부에 개발이 일어나면 고용이 창출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북한이 비약적으로 경제발전할 기회가 주어지므로 당장의 문제는 극복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오히려 일본 아베 총리의 ‘개구리 점프’식 외교정책, 북한에 돈을 주고 납북자 문제를 해결하려는 일본의 행태를 보면 사실상 남북통일이 과연 자신들의 국익에 도움이 될지 계산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 통일과 관련해 우리 앞에 산적한 문제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김동식 연구위원 = “여러 토론 내용을 들어보면 점진적인 통일이 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시장경제는 우리 식대로 가고 정치·교육의 통합 문제는 견학부터 시작해서 점차 통합해가도 될 것 같다. 통합의 과정에서 교육이 중요한 기능을 할 것이다.”

△김영호 교수 = “독일의 한 경제학자가 서강대에 와서 강연을 하면서 개성공단을 상당히 긍정적으로 평가한 사실이 있다. 과거 동독에도 개성공단과 같은 것을 세우려고 했는데 당시 동독이 반대했다고 한다. 홍콩 금융계도 개성공단 만큼은 높이 평가하더라. 세계 금융계가 공통적으로 우려하고 주장하는 점은 남북통일 이후 복지 문제, 노동자 생활비용 문제를 정부가 부담하려고 하지 말고 기업이 하게끔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사람들이 놓치고 있는 부분이 바로 북핵 문제이다. 개성공단의 확대 문제에서 언제나 북한 핵문제가 걸림돌이 된다. 개성공단에 들어가는 연간 1억 달러가 전부 김정은의 호주머니로 들어가서 핵·미사일 개발에 사용되고 있다. 이 문제부터 먼저 해결해야 한다.”

△오경섭 연구위원 = “통일 이후에 북한의 정치화 안정을 가장 이상적으로 이루는 것을 좀 더 고민해야 한다. 북한의 정치권력을 한국이 주도하고 흡수하는 방식으로 하되 연방제라는 주정부 형태가 북한에 형성된다고 할 때 북한에 그 권한을 어느 정도로 줘야 할지, 미국 정도로 줘야 할지, 아니면 사실상 상당 기간 동안 한국이 북한의 정치적 상황을 관리하고 지원해주는 것이 옳을지 등 이런 부분에 대해 구체적으로 많이 고민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김영환 연구위원 = “한국에서의 지방자치제도와는 다른 형태의 북한지역을 관할 운영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본다. 참고로 미국의 경우 주정부가 거의 국가이다. 치안·교육·정치 등 모든 것을 주정부가 한다. 북한에 이런 연방제를 도입하는 것이 옳은지도 검토해야 한다.”

△김동식 연구위원 = “한국의 지방자치 형태처럼 북한에도 지방자치를 만들어서 한국 정부가 통제하는 방법도 있다. 그런데 통일 이후 북한에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한 이유에는 지금까지 보위부 등 당국으로부터 탄압받으며 살아온 북한주민들이 서로 원한을 갚기 위해 갈등을 겪을 우려가 크다는 점도 포함된 것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김영호 교수 = “미국은 땅 자체가 크니까 연방제도 가능하지만 한국은 상대적으로 사이즈가 작다. 그런 면에서 연방제를 한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고 본다. 하지만 통일의 과정에서 일어나는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과도기적으로 운영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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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정 기자 (bright@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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