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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11' 정권심판 외치다 야권심판 당하다


입력 2014.07.31 00:52 수정 2014.07.31 00:57        김지영 기자

당내 "너무 크게 지니 '멘붕'상태, 조기전대 말조차 어려운 정도" 자조

주승용 새정치민주연합 사무총장과 표철수 최고위원 등이 7.30재보궐선거 날인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 마련된 개표상황실에서 방송사의 개표결과를 지켜보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유기홍 의원, 표철수 최고위원, 주승용 사무총장, 김재윤 의원, 박수현 당대표 비서실장.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가 7.30 재보궐선거 완패로 바람 앞의 등불 신세가 됐다. 새정치연합은 30일 전국 15개 선거구에서 치러진 재보선에서 4석 확보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거뒀다.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는 퇴진을 걱정해야 할 위기에 놓였다. 당초 안 대표는 “15곳 가운데 5곳만 이겨도 잘하는 선거”라며 5석을 승리 기준치로 잡았다. 정치권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최소 8석은 확보해야 이겼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었다. 결과적으로 5석은 조기 전당대회를 저지할 사실상의 마지노선이었다.

하지만 새정치연합은 기존에 가지고 있던 5석도 수성하지 못했다. 오히려 자신들의 지역구던 경기 수원을(권선)을 내어주고, 기존 통합진보당의 지역구로 야권 성향이 강한 전남 순천·곡성에서도 뼈 아픈 패배를 맛봤다. 이에 따라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포함한 조기 전당대회 요구가 빗발칠 것으로 보인다.

‘막장공천’ 지지율 하락에 ‘정권심판’ 프레임도 실패

새정치연합의 이번 재보선 전략은 한 마디로 총체적 부실이었다. 원칙 없는 전략공천으로 정당에 대한 신뢰도를 하락시켰고, 세월호 참사로 불거진 ‘정부책임론’도 효과적으로 활용하지 못했다.

먼저 새정치연합 지도부는 15개 선거구 중 14곳에 후보를 공천했고, 이 가운데 5곳을 전략지역으로 지정했다. 가장 문제가 된 곳은 서울 동작을과 광주 광산을이다. 광산을에 공천을 신청한 기동민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동작을에 전략공천하고, 이 지역에 다시 권은희 당선자를 전략공천한 것이다.

이에 따른 후폭풍은 거셌다. 기 전 부시장의 20년지기 친구이자 12년간 동작을 지역을 관리했던 허동준 지역위원장은 새정치연합 지도부를 ‘폐륜정당’이라고 비판하며 즉각 반발했고, 동작을 당원들은 단체 탈당을 시도했다. 광산을에서는 천정배 전 법무부 장관이 경선도 치러보지 못하고 탈락했다.

특히 기 전 부시장은 노회찬 전 정의당 공동대표와 야권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후보직을 사퇴했다. 결과적으로는 광산을에 공천을 신청했던 후보가 동작을로 가면서 당내 갈등을 조장하고, 정작 본인은 본선에도 나가보지도 못할 것이다. 또 노 후보는 나경원 새누리당 후보와 대결에서 1.21%p 차로 석패했다.

권 당선자를 둘러싸고도 공천을 받기 위해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을 고발하고, 경찰직을 사퇴했다는 등의 의혹이 확산되면서 야권에 유리하게 작용했던 국정원 댓글사태는 본질이 희석됐다.

이와 관련, 유기홍 새정치연합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역대 재보선에서 많은 경우가 전략공천과 단수공천에 의해 결정된 건 사실이지만, 이번의 경우 공천에 대한 반발을 효과적으로 당내에서 관리하고, 제어하지 못한 게 중요한 패인이라고 생각한다”면서 공천실패의 책임을 인정했다.

더불어 새정치연합이 6.4 지방선거 때부터 내세우던 ‘정권심판론’로 힘을 받지 못했다.

세월호 국정조사 과정에서 정부 후속대책의 문제점이 드러나면서 ‘정부책임론’이 부각됐지만, 오히려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야당 의원들은 시종일관 여당에 끌려다니는 모습을 보이며 이슈를 주도하지 못했다. 또 김광진 의원에 대한 국조위원 사퇴 요구 등 새누리당의 공세를 효과적으로 차단하지 못했다.

세월호 특별법(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및 피해자 지원 등에 관한 특별법안 등) 제정을 놓고도 새정치연합은 희생자 유가족에 대한 과도한 특혜 논란에 휩싸이면서 최근 일주일 내내 해명에만 급급했다.

지방선거 직후만 해도 새정치연합이 10대 5 정도로 승리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으나, 공천을 둘러싼 당내 상황과 세월호 정국에 입하는 무능한 모습이 이어지면서 선거 판세는 급격히 기울었다.

그나마 새정치연합이 막판에 던진 야권연대 변수도 결과적으로는 실패했다. 사전투표 하루 전에 후보 단일화가 성사되면서 상당수 유권자들은 연대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채로 선거에 임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동작을의 경우 무효표는 1403에 달하지만 나경원 당선자와 노 전 대표간 표차는 1000표도 안 됐다.

경기 수원병(팔달)에서는 이정미 정의당 후보의 사퇴에도 불구하고 손학규 후보는 7.77%p 차로 패했다. 이 지역에서 선거 직전까지 오차범위 내 접전이 벌어졌던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야권연대의 효과가 없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적당히 졌다면 싸우기라도 할 텐데, 너무 크게 져 '멘붕' 상태 빠질 듯"

한편, 새정치연합의 재보선 완패로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는 당장의 자리를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이미 당내에서 조기 전당대회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데다,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이라는 최악의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비대위 구성은 그 자체만으로 현 지도부의 퇴진을 의미한다.

내년 정기 전당대회까지 7개월여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불명예 퇴진은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의 향후 정치적 구상에도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안 대표는 대표로 취임한 지 이제 고작 4개월이 지났다. 당내 세력기반도 없는 상황에서 지도부에서 물러난다면 향후 대권 전망도 어두워진다.

특히 일부 의원들은 벌써부터 계파별 모임을 갖고 조기 전당대회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구(舊)당권파에 속하는 일부 중진의원들은 전당대회 출마를 위해 몸을 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 지도부의 임기가 내년 3월까지이고, 전당대회를 여는 데에 통상 3~4개월 이상 소요되는 점을 고려하면 안 대표가 남은 임기를 마저 수행할 가능성도 있으나, 지도부 교체를 전제로 전당대회준비위원회가 구성되기라도 한다면 그 자체만으로 현 지도부의 정치적 리더십은 커다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다만 새정치연합이 현재 처한 상황을 고려할 때 당장 전당대회 논의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30일 ‘데일리안’과 전화통화에서 “최소한 5석은 가져갔어야 조기 전당대회를 둘러싸고 주류와 비주류가 싸우든지 할 텐데, 너무 크게 지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멘붕(멘탈붕괴)’ 상태에 빠진다”며 “지금 상태는 조기 전당대회를 열자는 말조차 어려운 정도”라고 말했다.

여기에 비대위를 구성하거나 조기 전당대회를 실시한다고 해도 마땅한 주자가 없는 상황이다. 손학규 후보나 김두관 후보가 당선됐다면 이들이 구심점이 돼 조기 전당대회를 준비할 수도 있으나, 현재로써는 정세균 의원과 박기춘 의원, 추미애 의원 등 과거 당권을 휘둘렀던 인물들이 다시 나설 수밖에 없다.

박 교수는 “그나마 기존 지역구만 모두 지켰어도 ‘내년 3월이 전당대회인데 뭘 어떻게 하겠느냐. 현 지도부가 일단 해봐라’ 하는 분위기를 기대할 수 있는데, 너무 크게 졌다”면서 “지금은 오히려 원점부터 점검해야 할 상황이라고 보는 게 맞다”고 덧붙였다.

당내 일각에서는 선거 결과와 상관없이 현 지도체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한 재선의원은 “다음 전당대회가 내년 3월인데, 지금 조기 전당대회를 해서 뭘 하겠느냐”며 “7.30 재보선이 끝나고 자성하면서 고칠 것은 고치고, 비판할 것은 비판하고, 그러는 것이 훨씬 낫다. 김 대표는 그렇다 치더라도 안 대표는 대표가 된 지 이제 4개월밖에 되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김지영 기자 (j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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