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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선, 제멋대로 당 제자리만 갖다놔도 성공


입력 2014.08.10 10:15 수정 2014.08.10 10:18        김지영 기자

<기자수첩>지금은 혁신 개혁 논하기보다 당정상화 우선해야할때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 겸 비상대책위원장이 5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가진뒤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김한길 대표가 집권했을 때 추진했던 개혁안 중 하나가 출판기념회 금지였다. 되도록 출판기념회를 열지 말고 연다면 책값을 1만원으로 하자는 거였는데 그게 가능할 것 같나. 개혁은 실현 가능할 때 개혁이다."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 겸 국민공감혁신위원장(비상대책위원장)에게 전하는 한 원로 정치인의 고언이다. 그는 “조의금 3만원, 1인당 밥값 5만원, 다 김 대표가 추진했던 것들인데 제대로 된 게 뭐가 있느냐”며 “박 위원장도 너무 많은 것을 하려고 하면 안 된다. 지금 할 수 있는 것들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정치인의 말처럼 박 위원장 앞에는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지난 3월 통합창당 이후 4개월이 남도록 자리를 못 잡은 당 조직을 완비하고, 새로운 지도부 선출을 위한 기반도 마련해야 한다. 원내에는 세월호 특별법(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및 피해자 지원 등에 관한 특별법안 등)을 비롯해 현안이 산더미다.

이 때문에 당내에서는 “당만 정상으로 만들어놔도 그 자체가 혁신”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그만큼 현재 새정치연합의 상태가 정상적이지 않다는 말이기도 하다.

비대위원 인선과 더불어 박 원내대표 앞에 놓인 가장 시급한 과제는 당무위원회, 중앙위원회 등 당 의사결정 기구를 구성하는 일이다. 새정치연합은 지난 3월 창당을 준비하면서 당헌과 당규를 개정하고, 최고위원회를 꾸렸다. 이후에는 당 사무처와 시도당위원회 인선을 실시했다. 하지만 조직 정비 작업은 여기에서 멈췄다.

다음 순서로 최고위는 당무위를 구성해 조직강화특별위원회를 설치하고, 여기에서 지역위원장을 선출해 전국대의원대회 대의원 선임과 중앙위 구성을 마쳤어야 했으나, 4월 16일 세월호 참사가 발생하면서 모든 작업을 중단했다. 창당 초기 두 의결기구의 권한은 최고위에 위임됐는데, 이 같은 상황은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다.

새정치연합의 모든 문제는 여기에서부터 시작됐다. 최고위보다 상위 의결기구가 없는 탓에 모든 당무는 김한길·안철수 전 공동대표의 의중에 따라 결정됐다. 7.30 재보궐선거 공천 과정에서는 김 전 대표가 사실상 전횡을 휘둘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당 안팎에서는 민주주의가 실종됐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결과적으로 새정치연합은 재보선에서 완패했고, 당권은 당 조직조차 구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박 위원장에게 넘어갔다.

현 상황에서 박 위원장의 책임은 그야말로 막중하다. 지역위원장 선출과 당무위, 중앙위 구성은 내년 전당대회를 개최하기 위해 꼭 필요한 일인 동시에, 실종된 당내 민주주의를 되살리기 위한 전제조건이기도 하다. 당무위, 중앙위 의결은 당 지도부의 결정 이후 최종적으로 당원들의 의사를 묻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지역위원장 선출을 비롯한 지역조직 구성 과정에서도 박 위원장은 계파주의라는 벽을 넘어야 한다.

새정치연합 당규상 지역위원장을 중심으로 하는 지역상무위원회는 지역대의원대회 대의원을 선출하고, 다시 지역대의원대회는 당대표와 대통령 후보 투표권을 갖는 전당대회 대의원을 선출한다. 이처럼 지역위원장이 대의원 선출에 미치는 영향력이 막강한 만큼, 지역위원장 선출 과정은 계파간 알력다툼의 장이 될 공산이 크다.

특히 박 위원장은 원내대표도 겸하고 있어 당무에만 집중할 수도 없는 처지다. 현재 원내에는 세월호 특별법과 청문회 외에도 세제 개편안을 비롯한 쟁점 현안들이 즐비하다.

결국 박 위원장이 당을 혁신하는 데에는 현실적인 한계가 따른다. 어쩌면 당내 인사들의 말처럼 비민주적이고 비정상적인 당을 정상으로 되돌리는 것만으로도 혁신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오히려 당권을 잡을 때마다 실현 불가능한 포퓰리즘식 혁신안을 내거는 것은 혁신이 아닌 구태다.

계파주의와 대안 없는 투쟁은 새정치연합이 떠안고 있는 오랜 병패다. 하지만 이보다 시급한 것이 당 정상화다. 제대로 된 혁신은 차기 지도부에 맡기고, 이들이 제역할을 할 수 있도록 토양을 마련하는 것이 지금 박 위원장의 역할이 아닐까 싶다. 벌써 혁신을 이야기하기엔 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

김지영 기자 (j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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