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상 둘러앉은 가족들 여를 씹을까 야를 씹을까
<칼럼>정치권이 추석 민심을 두려워해야하는 이유
추석이 다가왔다. 사람들은 분주하다. 민족의 대명절이다. 해마다 찾아온다. 그러기에 명절의 의미를 되새길 필요는 없다.
이번 명절은 이런 면이 있다. 우선 정치권이 긴장한다. 잘못한 게 많아서다. 잘한 게 많으면 긴장할 이유가 없다. 명절민심이 향후 정국 이니셔티브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한데 모이는 쑥덕공론이 무서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세월호 특별법 문제가 가장 핵심이다. 이를 내버려두고서는 정국전환이 어렵다.
야당은 주도권을 상실했다. 협상테이블에서 조차 밀려났다. 미래를 걱정해야 하는 암담한 상황이다. 여당도 마찬가지다. 협상의 주도권을 가지고 있지만 만만치 않다. 유가족과 협상을 성공한다면 그 만한 성과는 없다. 그러나 많은 것을 내줘야 한다. 수사권 기소권 등 원칙을 훼손해야 하는 문제다.
청와대와 정부도 그렇다. 청와대는 선을 긋고 있다. 특별법 처리 문제는 정치권의 문제라는 것이다. 굳이 정쟁에 휘말리기 싫다는 의미다. 입법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고상한(?) 이유도 있다. 이래저래 책임질 사람은 없다.
추석민심을 유리하게 돌려놓아야 한다. 그런데 묘책이 없다. 이런 상황이라면 그저 그런 이벤트만 줄을 이을 것이다.
여당은 협상의 의지가 여전히 강하다는 것, 유가족들의 의견을 성실히 듣고 있다는 것, 그런 것들만 귀향길에 부각시키려 할 것이다.
야당은 두들겨 맞을 대로 맞고 있는 상황이다. 세월호 특별법에서 여전히 투쟁하고 있다는 것, 진정성을 가지고 유족들과의 소통과 연대를 하고 있다는 것, 그래서 야당을 외면하지 말아달라는 것, 이외는 별다른 지혜(?)가 보이지 않는다.
청와대와 정부도 노력할 것이다. 세월호가 국정운영의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여당의 의중을 파악해야 할 것이다. 청와대를 뒷전으로 하고 전격적인 협상을 할 가능성 때문이다. 행정은 원칙이며, 그것은 청와대가 지켜내야 할 부분이다. 자칫 여당이 정국 주도권 확보를 위해 원칙을 훼손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정치적 성과를 위해 청와대를 배제할 수 있다는 의미다.
또 하나, 추석 전 박근혜 대통령의 행보다. 박 대통령과 세월호 유가족의 만남 부분이다. 찬반 양론이 거세다. 그 가운데서 청와대는 고민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할 대목이다.
먼저, 세월호 협상이 추석전에 성과가 없을 경우다. 야당인 새정치연합은 심각한 내홍을 겪을 수 있다. 추석이 지난 후부터 박영선 대표 체제는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여당인 새누리도 그렇다. 가시적 성과가 없기 때문에 부담이다. 정쟁이 심화되는 이유다. 그렇게 되면 대통령을 공격할 수 있다. 특히 야당의 경우가 그렇다. 대통령을 공격해야만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이러한 시나리오를 예상해야 한다. 그 연장에서 유가족들과의 만남을 계획해 볼 필요가 있다.
또한 대통령으로서의 고뇌를 털어 놓을 수 있는 기회도 만들어야 한다. 국민들에게 말이다. 인간적인 소회를 밝혀야 한다. 더구나 대통령을 둘러싼 루머가 가득한 지금이다. 상당한 설득효과가 있을 것이다.
추석을 계기로 그래야 한다. 야당으로부터의 공격 빌미를 줘서는 안되는 것이다. 유가족들에게도 명분을 줘야 한다. 추석연휴에 대통령이 야박(?)하다는 여론이 있어서는 안된다. 향후 정국을 예상할 때 그러한 여론은 큰 부담이 된다.
추석민심을 두려워 해야 한다. 일각에선 명절을 지나치게 의식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을 하기도 한다. 잘못된 생각이다. 명절 민심이란 게 그렇다. 단순히 온 가족이 모여서 정치 이야기를 한다는 차원으로 보면 안된다.
그 동안 결정하지 못했던 생각을 결정하게 되는 것이다. 정국과 국정에 대한 확고한 자신의 신념을 갖는다는 의미다. 이유는 간단하다.
여러 사람의 의견을 들으면 확신하지 못했던 것에 대한 판단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명절이 끝나면 정국의 프레임이 달라지는 것이다.
이번 추석은 나흘 정도다. 그러나 수많은 생각들이 신념으로 확고해 질 수 있는 기간이다. 그것을 두려워 해야 한다. 명절민심을 가볍게 봐서는 안되는 이유다.
따라서 청와대와 정치권은 명심해야 한다. 민심을 거스르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되는 것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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