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마스터' 국제브랜드 카드 "비정상 수수료인가?"

지난해 처음으로 국제브랜드 카드사에 지급한 수수료 2000억원 넘어

국내 결제에 대해서도 수수료 챙겨 논란 일어

카드업계 "기업 간 거래로 책정된 수수료이기 때문에 문제 없어"

지난해 처음으로 국내 카드사가 국제브랜드 카드사에 지급한 수수료가 2000억원을 넘어섰다. ⓒ데일리안

국내결제에서 비자나 마스타카드와 같은 국제브랜드 카드사에 지급하는 수수료가 부당하다는 지적이 나온 가운데 카드업계에선 이를 두고 '정상적인 수수료'라며 선을 그었다. 일부에서 제기되는 국부유출 논란이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6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영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카드사가 비자나 마스타카드와 같은 국제브랜드 카드사에 지급한 수수료는 2041억원이다. 국내 카드이용자의 결제규모가 커지면서 수수료가 처음으로 2000억원대를 넘어섰다.

비자나 마스타카드는 국내결제에 대해서도 수수료(0.04%)를 물린다. 해외결제의 경우 비자는 0.2%, 마스타카드는 0.204%에 수수료가 발생한다.

이 같은 수수료 체계로 지난 2010년 카드사가 국제브랜드 카드사에 지급한 수수료는 1395억원이다. 특히 지난 2011년 1644억원, 2012년 1818억원으로 해마다 10% 이상 증가세를 유지하며 국부유출 논란까지 불거졌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수수료가 해외사용보다 국내결제 비율이 높다는 것이다. 본래 목적과 다른 부분에서 수수료가 일어나 부당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일례로 지난해 카드사가 국내사용 분담금 명목으로 국제브랜드 카드사에 지급한 액수는 1246억원이다. 해외사용 분담금(295억원)보다 4배 이상 많다. 또한, 이들 국제브랜드 카드사는 카드발급 유지 수수료로 501억원을 챙겼다. 이는 마스타카드나 비자 로고를 박는데 든 일종의 로열티다.

국내결제에 대해 소비자가 느끼는 수수료 부담은 사실상 없다. 국내 편의점에서 1만원을 카드로 결제해도 추가로 붙는 수수료가 없기 때문이다.

연도별 국제브랜드 카드 수수료 비중(김영환 의원 자료 재구성) ⓒ데일리안

결과적으로 국내결제에 발생하는 수수료로 신용카드 연회비 인상요인으로 작용했다. 소비자가 알게 모르게 수수료를 내고 있었던 셈이다. 보통 연회비가 1만원인 카드라면, 국제브랜드 로고가 찍힌 카드는 1만5000원 수준이다.

김영환 의원은 "해외에서 카드를 사용해 해외 결제망을 이용할 때 수수료를 내는 것은 몰라도 순전히 국내에서 국내 망을 이용해 결제하는데 매년 1천억원 이상 수수료를 내는 것을 불합리하다"며 "결국 연회비 상승요인으로 작용해 국민 부담으로 갈 수 있는 만큼 시급하게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국제브랜드 카드사를 포함해 카드업계가 바라보는 실상은 이와 다르다. 정상적으로 기업 간 거래(B2B)에서 발생한 수수료라는 것이다. 아울러 소비자 국제브랜드 카드 사용 여부를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소비자피해로 단정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국제브랜드 카드사 한 관계자는 "국내결제에서 발생하는 수수료는 네트워크 사용분이 아니다"면서 "이는 우리가 카드사에 플랫폼이나 마케팅, 가맹점 서비스, 상품 서비스 등을 제공하면서 받는 수수료"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이어 "해마다 국감 때마다 수수료 문제를 꺼내는데, 이미 카드사는 정당한 수수료라는 것을 알고 있다"며 "또 연회비는 우리가 정하는 게 아닌 카드사가 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국제브랜드 카드사에 지불하는 수수료로 연회비가 인상됐다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답했다.

국내 카드사 관계자는 "국내에서 발생한 신용카드 결제는 밴(VAN)사를 통해 처리되기 때문에 수수료가 부당하게 보일 수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기업 간 계약에 따른 수수료이고 실제 소비자가 부담하는 것은 없으므로 이를 부당하게 볼 수만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제브랜드 카드의 연회비가 5000원에서 1만원 정도 높은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이는 소비자가 선택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를 소비자피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