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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식해서 구설 오른' 검찰 아직도 정신 못차렸다


입력 2014.10.17 11:06 수정 2014.10.17 11:11        김지영 기자

<기자수첩>메신저 대화기록 열람은 사이버명예훼손과 무관

16일 서울 광화문광장 세종대왕 동상 앞에서 IT민주화 염원 전단지 살포 퍼포먼스를 준비하는 정의당 관계자들의 그림자가 비치고 있다.ⓒ연합뉴스

검찰의 사이버명예훼손 예방대책으로 촉발된 메신저 감청 논란이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검찰은 지난달 18일 온라인상 허위사실 유포와 관련해 범정부 유관기관 대책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참석자들은 명예훼손성 게시물을 실시한 모니터링하고, 유관부처와 기업간 협력체제를 구축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 같은 내용은 이날 회의장에서 사용된 비공개 문건과 언론에 배포된 보도자료에 기재됐다.

하지만 검찰이 그간 민간인들을 상대로 무차별적으로 카카오톡 대화기록을 압수수색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사이버명예훼손 대책은 메신저 감찰 대책으로 오인됐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이 비공개 자료에 인용됐던 사실이 공개되면서 논란의 화살은 정부와 청와대로 방향을 틀었다.

검찰과 정부에 제기되는 비판의 요지는 대략 이렇다. 검찰이 정권 안위를 목적으로 전 국민을 대상으로 사이버 사찰을 벌이고 있고, 그 배후에는 박 대통령이 있다는 것이다. 또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카카오톡 대화기록 압수수색도 박 대통령의 지시로 이뤄진 사이버명예훼손 예방대책의 일환이라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검찰의 사이버명예훼손 예방대책과 카카오톡 대화기록 압수수색은 무관하다. 논란이 되고 있는 대부분의 메신저 대화기록 압수수색은 박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9월 18일) 이전에 이뤄졌다. 특히 검찰 회의 문건에 기재된 대책들은 현행법상 카카오톡 등 폐쇄형 메신저에 적용될 수 없다.

카카오톡 논란의 본질은 사찰이 아닌 과잉수사

먼저 메신저 대화기록 압수수색 자체는 법적으로 하자가 없다. 혐의 사실과 관련된 전자정보에 대한 압수수색은 형사소송법에 따른 적법한 절차로, 법원이 발부한 영장에 의해 집행된다. 이 때문에 메신저 검열로 표현되는 대화기록 압수수색은 박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최근 들어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

실제 카카오톡 검열 논란의 기폭제가 된 정진우 노동당 부대표의 경우, 대화기록을 압수수색당한 시점은 지난 6월이다. 또 지난해 철도파업에 참여했던 양성윤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같은 해 12월, 지난 6월 ‘가만히 있으라’ 침묵시위에 참여했던 대학생들은 같은 달 카카오톡 등 메신저 대화기록을 압수수색당했다.

문제는 압수수색 범위와 방식이다. 검찰은 그간 압수수색 대상자의 메신저에 등록된 친구, 대상자가 참여하고 있는 단체대화방이나 네이버밴드 회원들의 대화기록을 무차별적으로 열람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이 같은 압수수색의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으로부터 압수수색 사실을 통보받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야당 간사인 정청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최근 공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 3년간 국가기관에서 통신자료를 요청한 건수는 2570만 건에 달한다. 이 중에는 압수수색 대상자와 5회 이상 통화했던 사람들의 내비게이션 목적지 검색기록이 압수수색 영장에 포함됐던 사례도 있다.

형사소송법 제106조 3항에 따르면 법원의 압수수색물이 정보저장매체일 경우, 기억된 정보의 범위를 정해 복제하거나 출력해 제출받아야 한다. 특히 4항은 3항에 따라 정보를 제공받을 경우, 개인정보 보호법 제2조 3항에 의거해 정보 주체에게 해당 사실을 지체 없이 알려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 헌법 제17~18조에 따르면 모든 국민은 사생활의 비밀과 통신의 비밀을 보장받는다. 만약 검찰이 영장에 기재한 전자정보의 범위를 벗어나 악수수색을 집행하고, 모든 압수수색 대상자에게 해당 사실을 통보하지 않고, 혐의와 관련 없는 압수수색 대상자의 사생활을 열람했다면 이는 위법 소지가 다분하다.

다만 수사기관의 메신저 대화기록 압수수색을 검찰의 사이버명예훼손 예방대책과 연관 짓기에는 무리가 있다. 카카오톡 논란의 본질은 과도한 압수수색 관행이지, 일각의 주장처럼 사이버 사찰은 아니다.

사이버명예훼손 예방대책의 대상은 포털사이트

그렇다면 사이버 검열, 카카오톡 감청 논란을 불러일으킨 검찰의 사이버명예훼손 예방대책은 무엇일까. 검찰이 지난달 18일 배포한 보도자료의 정확한 명칭은 ‘사이버상 허위사실 유포사범 엄정 대응’이다. 같은 날 같은 이름으로 범정부 유관기관 대책회의가 열렸는데, 회의장에 배포된 문건은 뒤늦게 공개됐다.

보도자료와 회의 문건의 내용에는 다소 차이가 있다. 회의 문건은 최근에 와서야 언론과 국정감사를 통해 공개됐는데, 이 문건에는 대책을 수립하게 된 배경과 대책의 내용이 보다 자세하게 나와 있다.

우선 보도자료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대표적인 문구는 ‘실시간 모니터링 및 유관기관 협력체제 구축’이다. 이 문구는 회의 문건에 ‘핫라인’이라는 단어로 표현됐는데, 구체적으로는 ‘실시간 정보공유’, ‘정담수사팀에서 해당 글의 명예훼손, 모욕 여부 등 법리판단을 신속해 해 포털사에 삭제 요청’으로 설명됐다.

사이버명예훼손 예방대책의 대표적인 적용 대상은 포털사이트를 비롯한 공개 웹페이지와 트위터 등 개방형 SNS다. ‘실시간 모니터링’이란 문구 때문에 개인 메신저 검열로 오인되고 있지만, 이 대책을 메신저에 적용하면 현행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에 저촉된다.

실제 정보통신망법 제48조 1항에 따르면 누구든지 정당한 접근권한 없이 또는 허용된 접근권한을 넘어 정보통신망에 침입해서는 안 된다. 또 동법 제49조는 누구든지 정보통신망에 의해 처리·보관 또는 전송되는 타인의 정보를 훼손하거나 타인의 비밀을 침해·도용 또는 누설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검찰이 메신저 대화기록을 열람하는 방법은 압수수색 영장 집행뿐인데, 압수수색을 통해서도 실시간으로 대화기록을 검열하거나(감청), 삭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모든 논란은 검찰 행태에서 비롯

결과적으로 논란이 불거진 데 대한 모든 책임은 검찰에 있다. 카카오톡 압수수색 사실이 알려진 시점과 사이버명예훼손 예방대책이 발표된 시점이 겹치면서 검찰로서는 억울할 수도 있는 상황에 놓였지만, 무리하게 압수수색을 집행한 것도 검찰이고 오해의 소지가 다분한 설익은 자료를 내놓은 것도 검찰이다.

물론 외적인 요인도 존재한다. 새정치민주연합을 등 야권은 카카오톡 압수수색과 사이버명예훼손 예방대책을 사이버 사찰로 묶어 정쟁 수단으로 활용했고, 새누리당은 지엽적인 사실 바로잡기에만 급급했다.

여기에 다음카카오 측은 감청 영장에 불응하겠다고 밝히면서, 메신저 감청이 실제로 이뤄지고 있는 것처럼 호도했다. 그간 검찰이 집행한 것은 감청 영장이었지만, 실제 다음카카오가 검찰에 제출했던 것은 압수수색물인 대화기록이었다. 메신저 감청은 기술적으로 불가능할 뿐더러, 이뤄진 적도 없다.

다만 앞서도 언급했듯 모든 논란은 검찰의 행태에서 비롯됐다. 메신저 대화기록에 대해 무리한 압수수색을 집행하지 않았다면 사이버명예훼손 예방대책이 오해받을 일도 없었을 테고, 잘못된 관행에 대해 먼저 사과한 뒤에 보도자료에서 부적절한 내용을 바로잡아 재배포했다면 논란도 일찌감치 수그러들었을 테다.

하지만 법무부와 검찰은 메신저 감청은 기술적으로 불가능하고, 실시간 모니터링은 오해라는 등 사이버명예훼손 예방대책과 관련한 해명만 연일 내놓고 있다. 무엇 때문에 논란이 이렇게까지 확대됐는지, 검찰은 지금도 모르는 듯하다.

김지영 기자 (j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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